메인화면으로
헌재의 '미디어법 참극', 왜 일어났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헌재의 '미디어법 참극', 왜 일어났나?

[기고] 정치의 정상화와 헌재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결정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기각한 헌재의 결정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는 정부 및 여당과 조선ㆍ중앙ㆍ동아 등의 과점신문들이야 차치하더라도 헌재의 결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논쟁적이기 때문이다.

헌재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측에서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미디어법의 표결과정에서 벌어진 절차적 흠결을 지적한 대목에 주목한다. 국회의 자율성 및 국회의 자율성의 근거가 되는 권력분립 원칙을 존중할 수 밖에 없는 헌재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미디어법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닌 바에야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인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따라서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한 헌재의 결정취지는 미디어법을 국회에서 재논의하라는 것으로 해석함이 옳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반면 헌재의 결정이 철저히 정치적인 셈법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비판하는 입장은 헌재가 미디어법의 표결과정에서 벌어진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기각한 것은 상식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면서 헌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헌재가 자신의 임무를 방기했다고 주장한다. 헌재가 언제부터 국회의 자율성을 그렇게 존중했느냐는 비아냥도 뒤따른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건 비판하건 간에 이번 헌재의 결정은 헌재와 대의기구와의 관계, 헌재의 구성 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한 생산적 논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먼저 헌법재판소와 대의기구와의 관계를 살펴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청구사건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청구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 현상은 이제 일상화된 듯 하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유일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된 여야 국회의원들이 법률을 만들고 역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이를 집행하며 사법부가 법률의 해석을 맡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근래 들어 사법작용 그 중에서도 특히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눈에 띄게 올라간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민에 의해 선출돼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헌법재판소로 들고가는 데서 연유하는 바 크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할 사안은 가급적 국민들의 기본권의 영역에 한정하는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선출직 대의기구들은 정치사회적 의제나 선출직 대의기구들의 헌법적 결단이 요청되는 국가적 과제를 헌법재판소에 의탁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이는 이중으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데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마땅히 행사해야 할 헌법적 권한을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않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지도 않는 헌법재판소에 사실상 양도해 국민들의 의사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헌법재판소가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최고의 헌법기관이 되어 선출직 대의기구들이 져야 할 책임까지 부담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제왕적 헌법재판소'의 등장 혹은 군림은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원치 않는 바일 것이다.

이같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사형성 및 형성된 의사의 전달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정당의 발달이 필수적이고, 활성화된 정당정치의 기초 위에 선출된 대의기구들의 문제해결 능력 및 정치력 배양이 강력하게 요청된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표와 책임의 원리'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 및 정치인을 선택하는 국민들이다. 기실 이번 미디어법 파행사태의 책임도 대표와 책임의 원리를 올바르게 구현하고 있지 않은 한나라당을 압도적 원내 1당으로 만들어준 국민들에게 적잖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헌재 구성의 민주화와 다양화가 필요

이번에는 헌재의 구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차례다. '87년 체제'의 아들이라 할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된 이후 수다한 결정을 통해 국민들의 기본권 신장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철저히 법조인 위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연구관들이 급변하는 사회 전 부문의 변화 양상을 정확히 포착해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헌재가 가끔 국민들의 일반적인 의사와는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헌재의 구성이 지나치게 경직돼 사회 전 부문의 빠른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것도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따라서 헌재는 재판관 및 연구관들의 충원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는 각계의 전문가,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과 시대적 요청을 정확히 전달해 줄 수 있는 교양인들을 재판관 및 연구관으로 채용해야 한다. 헌재가 헌법의 본령을 수호하고 국민들의 기본권 증진을 꾀할 생각이라면, 분명히 헌재는 그럴 생각이겠지만, 헌재의 구성을 민주화하고 다양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디어법 관련 권한쟁의심판사건의 결정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헌재 폐지를 운위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작용을 헌법질서에 따라 통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권능은 반드시 필요하고, 설령 헌재가 사라진다고 해도 그 역할은 다른 헌법기관이 대신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를 복원해 헌법재판소가 지고 있는 과중한 짐을 덜어주고 헌재의 구성을 민주화, 다양화해 헌재가 사회의 변화 및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과 헌법재판소가 상생하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존재는 선거를 통해 국가권력을 조직하는 국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