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와 관련해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한양석)는 용산 철거민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 등의 혐의를 인정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철거민 7명은 징역 5~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2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의 모든 기소 내용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재판부가 사법정의를 포기한 것"이라며 "사실상 용산 참사의 진실을 외면한 선고 결과를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는 "지난 3월부터 진행되어왔던 7개월여간의 재판 과정은 우리 사법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검찰은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하여 국민 참여 재판을 무산시키더니, 수사 기록 3000여 쪽을 제출하지 않아 재판을 파행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재판 과정에서 화염병에 의한 발화와 화재 참사라는 검찰의 기소 내용이 사실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이 검찰의 억지스런 짜맞추기 수사의 결과였음이 드러났다"며 "경찰 특공대가 투입될 만한 정황도 아니었음에도 무리한 작전이 감행되어 참사가 빚어졌음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미 검찰의 기소 자체는 핵심부터 무너져 내렸는데도 검찰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오히려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구형했다"며 "재판부는 정의보다는 정치 권력의 힘을 택했다. 오늘 사법 정의는 죽었다"고 통탄했다.
그간 용산 철거민들과 함께 추모 미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용산 참사 해결에 나서온 이 단체는 "우리는 즉각 항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다시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이며, 힘없는 사람들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버리지 않을 것"고 덧붙였다.
민변 "법원의 비겁함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논평을 내고 "우리는 용산 재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은 "검찰은 그간 공익의 대표자라기보다는 특정한 세력의 편에 서서 한쪽 편들기를 했다"며 "그 순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는 이 재판의 기본은 이미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용산 사건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그렇게도 원한 국민 참여 재판을 성사하기 위하여 검찰의 무리한 증인 신청을 제어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보여주지 않은 채 이를 무산시켰다"며 "더 나아가 검찰이 공개를 거부한 수사 기록의 공개를 공개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제공하라고 스스로 명령하고서도 이를 거부하는 검찰에 대하여 어떠한 불이익이나 사법적인 제재를 가한 바 없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오늘 용산 사건의 재판 결과는 이처럼 피고인들의 손발을 묶어 놓고,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자료는 모조리 감춰둔 채 일사천리로 진행된 재판이 사법의 치욕"이라며 "공익의 대표자가 아니라 사익의 대변자로 전락한 검찰의 후안무치와 사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법원의 비겁함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례임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팀장도 "검찰의 수사 기록 중 검찰의 주장을 부인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수사 기록이 공개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온 재판 결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근용 팀장은 "항소심에서라도 수사 기록이 명확하게 공개되어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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