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사교육 대책을 성토하며,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했다. 일부 '스타 강사'를 제외한 상당수 강사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일부 지역에서는 학원 폐업률이 20%에 달한다는 점 등을 놓고 보면, 이날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꼭 엄살만은 아니다. 따라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학원 구조 조정에 따른 사후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 및 폐업 위기에 놓인 학원 관계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 20일 서울 여의도공원 광장에서는 한국학원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전국 학원 교육자 대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
"입시 과열 부추긴 정부가 학원 규제?…'경쟁자 죽이기'일 뿐"
이날 집회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따로 있다. 학교를 학원처럼 운영한다면, 정부가 학원을 비난할 명분이 사라진다. 학교의 역할이 학원과 다를 바 없다면, 학교는 학원과 경쟁하는 위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교육을 담당하는 정부가 학원을 규제하는 일은 마치 '경쟁자 죽이기'로 비치기 십상이다. 이날 참가자들의 반응이 딱 이랬다.
학원연합회는 이날 호소문에서 "정부는 국민이 높은 교육비 부담을 지도록 입시 경쟁을 부추겨 왔으면서, 정작 자신들의 실책을 덮기 위해 학원인을 사교육비의 주범으로, 국민의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시 경쟁을 부추긴 쪽은 정부인데, 학원에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수봉 원장(가명·46)은 "저희도 이명박 대통령님을 믿고 지지했다"며 말문을 뗐다. 이어 그는 현 정부가 교육 정책의 난맥상을 감추기 위해 학원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왔다.
"한쪽 누르면 다른쪽 부풀어오르는 풍선처럼…"
일종의 '풍선 효과'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학원이 줄어든다고 해서 사교육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눈에 보이는 학원만 단속할 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불법 과외 교습은 방치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충남 천안에서 온 이모(45) 원장은 "강사들이 전부 과외한다고 나갔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교습 시간 제한이 없는 개인 과외로 강사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개인 과외는 정부로서도 단속하기 어렵다. 서울 강남에서 온 김모(47) 원장은 이런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10시 이후에 하는 고액 과외가 매우 늘어났다. 예전에는 집에서 1~2명 하는 과외가 성행했는데 요즘엔 오피스텔, 아파트를 전체로 빌린다. 정상적으로 세금 내고 영업하는 학원은 완전히 죽이고, 불법 과외는 양성화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학원 규제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형적으로 발달한 학원 산업에 대한 규제와 구조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이에 따른 희생을 방치한다면,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고학력 실업자가 양산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인문학,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전공자들에겐 그나마 학원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인 것도 사실이다. 구조 조정과 직업 교육·사회 안전망 강화를 병행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그리고 기초학문 연구자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사교육이 창궐한 진짜 이유인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없다면, 학원 규제가 명분을 찾기는 어렵다. 명분은 없는데 반발이 필사적이라면, 정책이 실패할 것은 뻔한 이치다.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정부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 이들은 "한나라당이 이러는 이유는 결국 경제를 못 살리니까 하는 정치적인 쇼 아니냐"라며 "우리가 망하면 겉으로는 사교육 정책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과외는 계속 성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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