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찰청이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던 도장2공장 내부 진입 명령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시너 등 인화물질이 가득 찬 그곳에, 다른 때도 아니고 노사협상이 타결된 이후에 진입 명령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경찰청이 그랬다. 상부의 공장 진입 명령을 거부한 기동단 소속 모 경감 파면 사실을 시인하면서 강조했다. "전시와 같은 상황에서 명령 불복종은 중징계감"이라고 주장하면서 "노사협상 타결 이후임에도 경감이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작전수행명령을 듣지 않은 (점)"에 방점을 찍었다.
이해할 수 없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경기경찰청이 방점을 찍은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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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청의 방점 찍기엔 예단이 깔려있다. 노사협상이 타결됐으니까 노조원들의 '전의'가 상실됐을 것이라는 예단, 그래서 경찰이 공장 안에 진입하더라도 극렬하게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단이 깔려있다.
타당하지 않다. 정반대의 판단을 임의로 배제했다는 점에서 경찰의 판단은 타당하지 않다.
노조원 입장에선 거꾸로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노사협상 타결을 농성 자진해산의 시발점으로 판단했을 노조원들 입장에선 경찰 진입을 '뒤통수치기'로 받아들였지 모른다. 그래서 짐을 싸다 말고 '무기'를 들었을지 모른다.
물론 추정에 불과하다.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임의로 설정한 뒤 내린 가정 판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제할 수 없다. 경기경찰청의 예단 또한 가정 판단에 불과하기에 배제할 수 없다.
경기경찰청의 판단이나 모 경감의 판단 모두 가정 판단, 즉 '만일의 사태'에 해당하는 판단이라면 어떻게 대처했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불필요한 충돌을 배제하고 인명 피해를 차단하는 쪽으로 움직였어야 했다.
모른다. 모 경감이 우려한 '만일의 사태'를 능가하는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다면 또 모른다. '증거 보전'과 이른바 '현행범 체포'에 꼭 필요했다면 또 모른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런 필요성도, 그런 긴급성도 없었다. 당시 경찰 병력이 공장을 에워싸고 있었다. 농성 실황은 뉴스 등을 통해 생중계 되다시피 했다. '천라지망'은 촘촘했고, 직접 증거는 차고 넘쳤다.
달리 볼 여지가 없다. 경기경찰청의 진입 명령은 불필요했다. 얻을 것 하나 없는 조치였다는 점에서 불필요했다. 경기경찰청의 진입 명령은 부적절했다. 노조원들과 경찰의 생명을 담보로 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
그리고 또 하나, 경기경찰청의 파면 조치는 부당하다. 불필요했고 부적절했던 판단에 기초한 것이기에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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