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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부터 정운찬까지…'신의 아들'이 지배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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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부터 정운찬까지…'신의 아들'이 지배하는 나라

[홍성태의 '세상 읽기'] 슬픈 대한민국

이 나라는 고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한 대단한 나라이다. 여기서 고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화이다. 민주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 나라는 진즉에 이른바 '남미형' 국가의 길을 걷고 말았을 것이다. 민주화가 되었기에 독재와 부패를 막고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부패는 여전히 이 나라의 큰 병이지만 그나마 민주화가 되었기에 이 정도라도 개선될 수 있었다.

그러니 정권의 교체가 어떻게 되더라도 민주화는 계속 진척되어야 한다.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후진화하는 것을 정권의 교체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후진화하는 것은 부패의 수렁으로 빠져서 몰락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꼴을 보노라면 어쩐지 민주화가 커다란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최근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상대로 한 국가정보원의 명예 훼손 손해 배상 소송도 그 한 예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이 '명예 훼손'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밝힐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적극적으로 증거를 제시해서 공론을 통해 박원순 상임이사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이다.

만일 박원순 상임이사가 2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손해 배상을 해야 할 정도로 국정원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면, 국정원은 차라리 박원순 상임이사를 형사고발하는 게 옳다. 국정원의 주장대로 이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비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국민을 사찰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거짓말을 유포했다면, 그것은 단순히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차원을 넘어서 명백히 이 나라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민주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민운동가가 이 나라의 최강 권력기관에 의해 명예 훼손 손해 배상 소송을 당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민주화의 성과인지 독재화의 양상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이 슬픈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초상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슬픈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초상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도 그 좋은 예로 급속히 떠올랐다. 그는 상당히 개혁적인 학자로 널리 알려졌으나 그것은 상당히 잘못된 인식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그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세종시'는 비효율적이니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소중한 국토를 파괴하는 망국적인 토건 사업인 '4대강 살리기'는 원안대로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산 참사에 대해 철거민의 화염병을 탓하는 데서는 그야말로 '운찬산성'을 실감하게 된다. 탈세니, 병역 기피니 하는 논란들을 제쳐두더라도 그는 이미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 나라를 슬픈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역시 이명박 대통령인 것 같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다른 모든 권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권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권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는 매번 엄청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강부자', '고소영 S라인', '명세빈' 등의 논란에 이어서 이번에도 역시 커다란 논란이 빚어졌다.

정운찬 총리 후보는 가장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람이었지만 아들의 한국 국적 상실에 관한 부정과 사과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여기에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까지 포함된 '위장 전입' 문제는 이 정권을 아예 '위장 전입' 정권이라고 부르게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도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는 능력 자체가 심각한 의혹의 대상이 되었다. 온갖 지저분한 문제와 의혹으로 얼룩진 고위직 인사는 슬픈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초상을 대표한다.

이 나라는 재벌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재벌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5년이지만 재벌은 영원하다는 식의 말이 있을 정도로 대통령보다 재벌이 더 무섭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것도 슬픈 대한민국의 중요한 특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나라는 바야흐로 명실상부한 '재벌 국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바로 현대 재벌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모두 현대 재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의 회장이었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회장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인 현대중공업의 '주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300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해서 이 정부의 최대 부자였다면, 2008년 총선을 앞두고 3조6043억 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정몽준 대표는 이 나라의 10대 부자로 손꼽힌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서민'을 위할 수 있을까? 강만수 씨는 'MB노믹스'의 핵심이 서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의 'MB노믹스'가 도대체 어떻게 서민을 위하는 것일까?

▲ 이명박 대통령부터 정운찬 총리 후보자까지 병역을 면제받은 현실은 슬픈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초상이다. ⓒ뉴시스

슬픈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초상은 모든 국민에게 정말로 평등하게 부과되어야 할 병역의 의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 문제는 너무나 잘 알려진 부패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도무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돈과 힘이 있는 자일수록 병역의 의무에서도 자유롭다는 사실도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에 병역 비리가 대대적으로 적발된 것에 덧붙여서 정운찬 총리 후보가 병역을 면제받은 것이 큰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위장 전입'에 이어 '병역 기피'가 새삼 부유층과 권력층의 핵심적 특징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정권의 주요 인사들의 병역 상황에 대해 누군가 정리해서 인터넷에 공개한 다음의 자료는 정말 우리를 놀라게 한다. 어쩐지 부자, 위장전입, 병역 면제가 이 정권의 3대 특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이렇듯 슬픈 대한민국의 문제는 정권의 핵심에서 무엇보다 명확히 확인된다.

▲ 고위 공직자 병역 현황(☞바로 가기) ⓒ도아의세상사는이야기


슬픈 대한민국을 더욱 더 슬프게 만드는 것은 망국적인 토건국가의 극단화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기어코 강행하는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살리기'로서 그 예산은 토건족 퍼주기가 아니라 진정 서민을 살리고 국토를 살리는 데 써야 한다.

깊은 슬픔에 빠져서 대한민국은 이미 흐느끼고 있다. 용산에서, 새만금에서, 한탄강에서,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10위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은 대단히 후진적인 사회 질과 환경 질이 문제의 구조적 근원이다. 슬픈 대한민국을 기쁜 대한민국으로 만들자. 우리가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힘을 모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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