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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15년 후 무역적자 71억불…효과 없어"

KIEP 비공개 보고서 결과 확인…한-미·한-EU 다 해도 GDP 성장률 0.15%

지난 14일 <국민일보>가 입수 보도, 논란이 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미 FTA 관련 보고서의 완전한 내역이 확인됐다. 당시 이 신문은 "제조업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15년이 지나면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KIEP가 기획재정부의 용역의뢰로 작성한 이 문건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15년 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무려 71억 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부는 이 보고서를 받았으면서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가 KIEP에 의뢰해 연구 중인 FTA에 따른 경제효과분석을 똑같은 기법으로 실시한 결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경제성장률 증가치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미 FTA와 한-EU FTA를 동시에 추진해도 경제성장률 제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동시다발적 FTA' 추진 근거로 내세우는 "GDP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되는 셈이다.

국제통상연구소와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18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한-EU FTA 잠정평가 및 FTA 경제효과분석' 발표회를 열었다.

▲18일 새세상연구소와 국제통상연구소는 한-미 FTA와 한-EU FTA에 대한 경제효과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프레시안

KEIP "한-미 FTA 발효 15년 후 무역적자 71억 달러"

정부 의뢰로 KIEP가 작성한 '기발효 FTA와 한미 FTA 발효시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는 용역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후 무역적자는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조사마저도 한미 FTA에 따른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후 15년이 지났을 때 대미 무역수지는 70억7785만 달러 적자에 달한다. <국민일보> 보도에서처럼 제조업마저 심각한 무역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며 농업부문의 적자는 63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도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부문은 섬유·직물(1억99만 달러)과 수송기기(1억1137만 달러), 전자(91만 달러)뿐이었다.

▲KIEP가 조사한 한-미 FTA 발효 후 무역수지 변경치. 이번 조사는 부분균형분석 기법을 이용했다. KIEP는 "2007년 연구결과와 비교되거나 대체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프레시안

KIEP는 보고서에서 이 결과를 놓고 "한미 FTA 경제적 거시경제효과 분석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산업분류를 한 것"이라며 "기존 연구(2007년 분석보고서)를 보완하는 연구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이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되자 정부는 보도해명자료를 내 "이 연구는 생산성 향상과 생산효과, 소비자 후생 증대 등을 반영하고 있지 않은 보수적 추정치"라며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영 국제통상연구소 소장(한신대 교수)은 "한미 FTA 찬성논리로 정부가 내세운 게 바로 무역수지 흑자였는데 국책연구기관 조사에서도 정부 주장이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한-EU, 한미 FTA 동시 발효시 GDP 성장률 0.15%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세상연구소와 국제통상연구소는 최신 데이터를 이용한 FTA에 따른 GDP 증가율과 경제효과분석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KIEP의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이들 단체와 똑같은 기법으로 경제효과분석을 실시 중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연구발표에 따르면 쌀을 포함한 완전 관세철폐의 경우(서비스무역 제외) 한-EU FTA의 경제효과는 GDP 0.14% 성장에 그쳤다. 한미 FTA 역시 성장률을 0.13% 끌어올리는데 그쳤다.

한-EU FTA와 한미 FTA가 동시 발효될 경우 실질GDP 증가율은 0.15%에 불과했다.

▲국제통상연구소가 발표한 시나리오별 GDP 증가율 전망치. FTA에 따른 경제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프레시안

쌀을 제외하고 관세철폐가 이뤄졌을 때 동시발효, 한-EU, 한미 FTA에 따른 GDP 증가율은 각각 0.10%, 0.14%, 0.08%에 그쳤다.

이번 조사 결과는 경제효과분석 데이터로는 가장 최신인 2004년 기준치를 바탕으로 경제효과분석 모형인 '국제무역 분석 프로젝트(GTAP)' v.7을 이용해 산출한 것이다(하단 상자기사 참고). 직전 데이터인 2001년 경제수치를 이용해 산출한 경제효과와 비교할 경우 과거보다 FTA에 따른 효과가 더 떨어졌다.

2004년 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한미 FTA에 따른 GDP 성장률은 2001년 데이터를 이용했을 때보다 0.59% 감소했다. 한-EU FTA 역시 0.01%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EU FTA와 한미 FTA가 동시 발효될 경우의 결과 역시 0.61% 감소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지난 2007년 4월, 정부가 11개 국책연구기관에 의뢰해 발표한 "한미 FTA 발효시 10년간 실질GDP 6% 증가, 일자리 34만개가 증가하며, 한-EU FTA에 따른 GDP 증가율은 3.08%, 한미 FTA와 한-EU FTA의 합계는 7.60%에 달한다"는 주장과 상반된다. 정부와 국제통상연구소가 사용한 프로그램은 같다.

▲국제통상연구소와 KIEP의 FTA 경제효과 전망치 차이. 국제통상연구소는 정부가 발표를 미루고 있는 GTAP v.7 모형을 이용해 결과를 얻었다. ⓒ프레시안

이와 관련, 정부는 당시 조사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높자 GTAP v.7으로 새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갑자기 연구과제가 변경돼 GDP와 고용부문 등 거시경제 부문이 빠진 채 조사가 진행됐다. 의뢰조사를 실시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조사 6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관련기사 : 한미FTA, 제조업도 무역적자…정부, 보고서 비공개)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가장 최신의 FTA 경제효과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이라며 "정부의 한-EU FTA, 한미 FTA 경제효과 선전은 한마디로 과대포장, 허위광고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또 "특히 한미 FTA와 한-EU FTA를 동시 추진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아니라 대체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향후 경제효과를 분석한 신범철 경기대 교수도 "여러가지 FTA를 동시에 추진하면 대체효과로 인해 오히려 효과가 줄어든다(스파게티 미트볼 현상)"며 "멕시코가 그 전형적 사례이며, 이번 조사결과 한국도 한-EU FTA와 한미 FTA를 동시 추진할 경우 오히려 효과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GTAP이란?

이번 발표내용 중 FTA 경제효과분석은 국제통상연구소가 연산가능 일반균형(CGE) 모형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국제무역 분석 프로젝트(GTAP)'의 제7 버전(v.7)'을 적용해 이뤄졌다.

CGE는 가능한 한 모든 시장을 동시에 분석해 시장과 시장 간 상호연관성과 상호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소수의 시장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는 부분균형 모형과 다르다.

대표적인 기법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쓰는 미라지(MIRAGE) 모형, 세계은행의 린케이지(LINKAGE) 모형, 미시간대학의 미시간 모델, 퍼듀대학의 GTAP 등이 있다.

GTAP은 FTA 경제효과분석에 가장 널리 활용되는 계량분석 모델로 CGE를 추계할 수 있도록 상용화돼 있다. 일반적으로 관세인하와 같은 무역정책이나 그 외 정부정책 변화에 따른 경제효과 등을 추계하는데 쓰인다.

일곱 번째 버전은 지난 2004년 거시경제 데이터를 이용한 것으로, 퍼듀대학 세계무역분석센터가 지난해 11월 새로 출시한 프로그램이다. 기준연도가 2004년으로 바뀌면서 36개국의 투입-산출 표가 새로 추가됐다.

대상 국가는 기존 87개국에서 113개국으로 늘어났으며, 무역 시계열자료는 1992년~2006년까지의 데이터로 확대됐다. 바로 직전 모형인 GTAP v.6는 2001년 데이터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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