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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보다 못한 MB…시대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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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보다 못한 MB…시대정신이 없다"

['괴짜사회학' 대담⑤] '수난 받는 지식인' 진중권

지난 28일 <프레시안>, 김영사, 예스24가 공동 주최한 <괴짜 사회학> 출간 기념 공개 대담이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최근 잇따라 대학 강의가 거부되는 등 '수난 받는 지식인'의 상징으로 떠오른 진중권 교수는 상상력에 기반을 둔 다른 정치를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진중권의 대담을 강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제가 이렇게 중요한 인물인지 몰랐는데 이번 일 겪고 알게 됐네요"

요새 고난이 많아요. (웃음) 오늘(28일) 아침에도 홍익대 강의가 잘렸거든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강의가 잘린 경험은 처음이에요. 요즘 몰아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중요한 인물인지 몰랐다가 이런 일을 당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웃음)

노무현 정부 때도 저는 많은 비판을 했어요. 그래도 그때는 무대라도 있었죠. 지금은 교수 자리가 다 잘렸습니다. 카이스트, 한국예술종합대는 국립대라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중앙대는 괜찮겠지 했는데 덜컥 잘리고, 그러면 강사 자리는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홍익대가 잘렸어요.

▲ 진중권 교수. ⓒ프레시안

이 사람들은 항상 저의 상상력을 초월해요. 정말 대단해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저 쪽(보수 진영)에서 저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일을 겪고 안타까운 건 그분들은(보수) 생각이 없다는 걸 한 번 더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산업 혁명 이후 정보 혁명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젠 기술과 창의력이 같이 필요한 시대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과거엔 몸을 굴렸다면 이젠 머리를 굴리는 사회란 말이죠. 창의력이 없는 기술은 기능에 불과합니다.

한예종에서 통섭 교육을 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창의성과 예술성이 없다면 제대로 혁신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사회입니다. 통섭 교육은 모든 나라에서 다 하고 있는 교육입니다. 하지만 이걸 중지시킨다니 답답합니다. 통섭 교육은 좌파의 사업이냐, 우파의 사업이냐가 아닌 미래를 위한 교육인데 말입니다.

솔직히 '그래 지금 너희가 우파 색을 첨가하면 나중에 우리가 집권할 때 좌파 색을 첨가 하마'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 사람들은 아예 플랫폼 자체를 없애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비판을 했었잖아요. 그래도 그때는 플랫폼은 놔뒀거든요. 그렇다고 이것을 중지시키고 뭘 하겠다고 하는 계획을 가진 것도 없습니다. 답답한 노릇이죠.

"MB에겐 삽질을 하면 일하는 것이고 공상을 하면 노는 것인 듯"

최근 저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한국 사회 대학들이 공적인 부분에서 사적인 부분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곳은 국가와 협력할 때는 협력을 해야 합니다. 시장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국가와 시장이 잘못됐을 때는 경고 시그널을 던져줘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 대학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인문학, 사회학 등은 당장 돈이 안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러한 분야들은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중앙대의 전공 필수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회계학입니다. 재벌 기업 이사장의 개똥철학이 이것을 대학에 '박은' 것입니다. 인문학과 사회학이 축소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미래는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상상력이 생산력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1970년대 사고방식인 단순 노동 투입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씨가 볼 때, 내가 공상을 하면 놀고 있는 것이고 내가 나가서 삽질을 하고 있으면 일하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노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문제를 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내는 능력입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의, 놀이, 여가, 교양 등을 통해 문제를 내는 능력을 만들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역사와 철학 없이 무슨 콘텐츠가 있겠습니까? 상상력과 창의력을 다 죽이고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지금 한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제가 볼 때 이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안타깝습니다. 통섭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이를 막는 사람들을 미워하진 않습니다. 중요성을 알고 그러면 나쁜 놈인데 진짜 몰라서 그런 거라 용서가 됩니다. (웃음)

ⓒ프레시안
"하이힐 신고 MB아웃 외치는 촛불 집회, 이해 안 되고 당황스러웠다"

우리 국민이 그렇다고 창조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2008년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저는 촛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니 당황스러웠습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우리 세대가 집회를 하는 게 뻔합니다. 나오는 사람도 똑같고 발언도 똑같고…. 하지만 촛불 집회에는 전혀 그럴 거 같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서 붐을 이뤘습니다. 하이힐을 신고 가슴 파인 티셔츠를 입고 나온 아가씨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들, 여중생들….

촛불 초창기에 모인 시민들에게 '광야에서'를 부르자고 제안하니 다들 모른다고 해서 윤도현의 '오필승코리아'를 불렀습니다. 분위기 적응 힘들었습니다. (웃음) 이런 사람들이 나와 'MB아웃'을 외치는 모습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됐습니다.

당시 촛불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잠재력이 분출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촛불 집회는 시민들의 정치적 상상력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촛불 집회에서 폭력을 놓고 찬반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 번 생각해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법질서의 토대가 폭력이라는 점입니다. 프랑스대혁명 때는 10만 명이 단두대에서 머리가 잘렸습니다. 법률의 정당성은 헌법에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헌법의 정당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법을 초월한 행위인 폭력입니다. 윤봉길, 안중근 등을 폭력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이 폭력으로 강요한 법질서 자체에 저항을 했으니까요.

문제는 폭력이 발생되기 전에 그런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해법은 분명 존재합니다. 정부, 정치인, 언론이 해야 합니다. 그걸 하지 않고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뒤 이들이 폭력을 행사하면 도시테러리스트라고 치부합니다. 비합리적입니다. 용산 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해법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거야 말로 제도적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의 폭력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촛불 집회 초기에는 그나마 제도화된 민주주의 안에서 경찰이 시민을 대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최근 들어 제도화된 민주주의를 벗어나 시민에게 적대적인 세력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길거리에 세워진 전경 버스에 '국민에게 달려가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경찰들이 뛰어오는 대형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다. 그때 느낌은 딱 한 마디로 "제발 오지 마"였습니다. (웃음)

경찰은 우리가 그동안 가졌던 이미지에서 후퇴, 1980년대 경찰의 이미지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시대가 거꾸로 가다 보니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 국세청, 사법부, 감사원이 모두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습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이명박 시대의 시대정신, 우리가 찾아야 합니다"

이명박 시대에는 코드, 즉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김대중은 남북평화, 노무현은 소통의 자유가 있었습니다. 김영삼은 하나회 척결이라도 했습니다. 이 시점에 필요한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그것을 살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진보 진영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지금 보수 진영 싱크탱크에서 만들어 내는 것들이 얼마나 한심합니까. 여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이것이다'를 말해야 합니다. 그것 없인 이합집산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것을 하면 자연히 사람들은 모이게 됩니다.

이미 답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에서 정치적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747 공약의 허구,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 성장, 고용창출 전략 등이 필요합니다.

촛불 집회는 반대를 위한 집회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집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중이 가진 가장 저급한 욕망인 747 공약으로 대통령이 됐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겐 또 다른 욕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욕망에서 시대정신의 단초를 찾아야 합니다. 현재는 시대정신이 공백에 있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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