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대응모임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대영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먼저 "그동안 국정원의 감청은 유선전화와 우편물 등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08년 9월 구속된 곽동기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의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그것을 뛰어넘는다"라고 밝혔다.
▲ 30일 국정원 대응모임은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회선 감청 등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과세계 제공 |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 곽 위원과 관련된 감청 및 착발신 추적, 대화녹음부터 우편물 검열 이외에도 인터넷 회선에 대한 전기통신내용의 채록 및 실시간 착발신 IP추적을 허락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패킷 감청 기술'이 사용됐다는 게 국정원 대응모임의 판단이다. '패킷 감청 기술'은 인터넷 메일은 물론이고 웹서핑, 메신저 사용 등 대상자가 쓰는 인터넷 이용 내용 전체를 원격으로 엿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인터넷 감청은 수사기관들이 이메일 사업자의 협조를 얻어 대상자의 이메일을 전달받는 방식이어서 국내 이메일 사업자의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패킷 감청 기술'은 인터넷 회선 사업자의 협조만 얻으면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모든 인터넷 내용을 직접 감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용자가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인터넷 회선 사업자의 네트워크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인터넷 회선만 감청하면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정원 대응 모임은 "그동안 확인만 되지 않았을 뿐, '패킷 감청 기술'이 확보된 시점부터 이 기술은 사용돼 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혐의와 관계 없는 사람도, 같은 회선 쓰는 동료도 모두 감청 대상"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최근 기술 발달로 인해 인터넷회선 사업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이 큰 규모로 패킷감청을 실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일상생활 모두를 감청하면서 혐의 내용과 상관없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모조리 보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구나 같은 회선을 사용하는 직장 동료, 가족들의 인터넷 사용 내용도 감청 당한다"며 "외국 프라이버시 단체들이 '패킷 감청 기술' 이용을 반대하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덧붙였다.
사건 당사자인 곽동기 정책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은 모두 패킷 감청의 잠재적 대상자"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사생활 침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감청은 범죄를 계획·실행하거나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증거를 수집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만 엄격히 허용이 제한돼 있다.
한편, 국정원 측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에 의해 합법적으로 통신제한 및 대화녹음·청취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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