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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정치다…누가 '복지'를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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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정치다…누가 '복지'를 두려워하는가"

[화제의 책]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Ⅱ>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Ⅱ>(정무권 엮음, 인간과복지 펴냄)가 최근 출간되었다. 영화 <대부>, <스타워즈>처럼 2편이 나온다는 것은 1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2002년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Ⅰ>은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는 김대중 정부가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자 재벌, 공기업, 금융 개혁과 함께 복지개혁을 추진했던 시기였다.

학계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제안한 '생산적 복지'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매우 치열했다. 복지 개혁의 성과를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대체로 한국에서 복지국가가 본격적으로 태동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한국 복지국가의 성격이 사회민주주의인가, 자유주의인가, 보수주의인가, 또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혼합형인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폭발했다.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Ⅰ>이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다른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이 책은 한국 학계의 기존 관행과는 달리 실명을 인용한 학자들의 논쟁을 그대로 소개했다. 서로 이름을 내걸고 공방을 거듭한 학자들의 글은 신선한 느낌을 주었고, 사회과학 연구를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이러한 복지국가 논쟁은 곧바로 일본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서 번역판도 출간되었다. 이는 한국의 사회과학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복지국가 논쟁의 의의

▲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Ⅱ>(정무권 엮음, 인간과복지 펴냄). ⓒ프레시안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Ⅱ>가 출간된 것은 한국 사회과학의 더 수준 높은 발전을 알리는 사건이다. 그동안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과 정치 민주화의 성공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와 정치에 관한 많은 연구가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한국 정부의 산업 정책을 연구한 장하준, 한국의 민주주의를 연구한 최장집, 한국의 재벌을 연구한 장세진, 한국의 노동계급을 연구한 구해근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복지국가의 태동은 또 다시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 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한국의 경험은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Ⅱ>는 사회과학 연구자에게 풍부한 정보와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일단 이 책은 분량부터 압도적이다. 이 책은 17편의 논문과 13편의 비평문을 게재했다. 기고한 저자만 해도 29명이 참여했다. 914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출간했다. 하지만 300쪽 분량의 다른 학술서적에 비해 전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2만 원대?) 출간했다. 가격을 정한 출판사는 독자의 '복지'를 충분히 고려한 듯하다.

이 책은 방대한 분량만큼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많은 저자들이 참여한 만큼 다양한 시각이 서로 충돌하면서 비판이 날카롭다. 이러한 논쟁은 학문적 차원의 발전뿐 아니라 복지국가를 둘러싼 실천적 논쟁과도 연결된다. 한국 복지국가의 성격이 무엇인가라는 분석적 논쟁은 궁극적으로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규범적 문제와 잇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야심은 Ⅰ편의 논쟁에서 다룬 에스핑-안데르센의 복지 유형을 둘러싼 형식적 논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한국의 복지국가 성격을 조명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국가에 관한 연구에서 덴마크 출신 사회학자 에스핑-안데르센은 단연 독보적 존재이다.

그는 1990년에 출간한 <복지 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에서 복지국가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자유주의 복지국가(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보수적인 코포라티즘의 복지국가(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의 국가들)가 바로 그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유형을 나눈 기준은 무엇인가? 에스핑-안데르센은 복지국가가 시장에 예속된 정도(탈상품화), 복지국가의 정책이 코포라티즘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수준, 노동자 집단이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수준, 복지 정책과 경제 정책이 통합된 정도에 따라 유형을 구분했다.

현재까지도 에스핑-안데르센의 연구는 가장 권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에스핑-안데르센의 연구가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복지 체제를 분류했기 때문에 여성의 관점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에스핑-안데르센이 제시한 세 가지 유형에 모든 복지국가가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대두되었다.

실제로 자유주의 복지국가인 미국, 영국, 캐나다의 복지체제도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같은 보수주의 복지체제인 독일과 프랑스의 차이도 크다. 일부 학자들은 세 가지 유형 이외에 '남유럽 모델'(또는 지중해 모델)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 복지국가도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로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복지체제의 유형은 3개가 아니라 4개, 5개, 그 이상이 유형으로 세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복지체제의 유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무수히 많은 혼합형을 만들고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에스핑-안데르센의 3가지 모델은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했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 변화하는 복지체제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Ⅱ>은 에스핑-안데르센의 연구의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한국 복지국가의 복잡한 성격은 에스핑-안데르센의 이론적 틀을 다시 평가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 노동운동이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조건에서 정부가 주도한 복지 개혁의 과정은 한국 복지국가의 성격에 그대로 반영했다. 오랫동안 경제 성장을 주도한 발전주의 체제의 유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진행된 각국의 복지 개혁의 방향도 독특한 역사적 경험에 따라 형성된 제도적 틀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과거의 제도적 유산이 한국의 복지국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와 노무현 정부의 '사회투자국가'는 경제 성장과 사회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했지만, 서유럽 국가의 복지제도와는 다른 경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지 정책을 뛰어넘는 더 넓은 차원에서 다양한 학제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복지체제의 역동성을 이해하기

복지국가에 대한 연구는 경제적 차원에서 제한되지 않아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부 학자들은 세계 경제의 통합이 전반적으로 복지국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증적 증거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버클리 대학교 정치학자 폴 피어슨의 <복지국가는 해체되는가?>(1996)를 보면 1980년대 이후 대처 시대의 영국과 레이건 시대의 미국에서 정부의 복지 재정 지출 수준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일부 복지 프로그램은 축소가 있었지만 복지 제도의 축소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 때문에 복지국가의 근본적인 토대를 바꾸지는 못했다. 급격한 지출 삭감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반발에 직면하여 영국과 미국의 정부들은 겁을 먹은 채 번번이 퇴각했다. 이처럼 복지국가의 변화에는 항상 수많은 사회 정치 세력의 역학 관계에 따라 좌우된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김대중 정부는 1997년 외환 위기 직후 경제 개방과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사회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일부 학자들은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복지제도가 국가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복지 재정의 수준은 OECD 국가 평균 수준(24%)에 비해 매우 낮은 7%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는 모든 국민을 가입 대상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복지국가가 추구하는 보편주의의 원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한국에서는 형식적 제도는 보편적 원칙에 따랐으면서도 복지 재정의 수준은 매우 낮은 것일까? 이에 관해 정무권은 '발전주의 체제'의 경로 의존성을 강조하고, 안상훈은 "제도화되지 않은 낙후된 수준"을 지적한다. 이에 비해 최영준, 김성원은 선진 복지국가와 후발 복지국가 사이의 '시간의 문제'를 무시한 단순비교를 비판한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들은 대부분 복지체제의 현대적 대응도 하나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 정치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각국의 복지국가의 등장도 사회 내 정치적 역동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복지는 정치다. 이런 점에서 복지체제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정당정치, 대통령제, 국회의 입법 과정, 이익집단정치, 사회적 협의 등 다양한 정치적 역학 관계에 대한 분석이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강화하는 전략이 어떻게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동원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문제와 직결된다.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어야 할 복지국가를 위하여

복지국가의 성격에 관한 연구는 우리에게 더 큰 시야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현대 복지국가의 변화는 기술의 변화, 경제 구조, 고용의 변화, 가족의 변화와도 긴밀한 관련을 가진다. 이런 점에서 전병유(노동시장), 양재진(노사관계), 장지연(젠더레짐), 우명숙(여성의 경제적 시민권), 김진욱(복지 전달 체계)의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대기업 노동조합의 기업복지 제도가 복지국가의 이행을 막고 있다는 주장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또한 노동운동이 주도하는 평등주의 이데올로기와 함께 여성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복지국가를 강화하는 전략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외에도 문진영(빈곤레짐), 김원섭(국민연금), 이상이와 조병희(의료보장), 석재은(장기요양보험)의 연구도 복지국가의 제도개혁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른 책의 세 배가 넘는 분량의 <한국 복지국가 성격 논쟁 Ⅱ>를 읽다보면 6년에 걸쳐 방대한 작업을 완성한 정무권의 열정에 감동하게 된다. 나도 여러 책을 편집했지만, 수많은 필자가 참여하는 책을 한 권으로 편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원고 마감을 독촉해야 하는 일은 여린 마음으로 곤혹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나는 정무권 교수와 같이 온화한 풍모를 가진 이가 어떻게 다른 저자들을 독려했는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무쪼록 큰 공을 들인 이 책의 뒤를 이어 한국의 복지국가에 대한 새로운 후속 연구가 계속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정무권 교수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새로운 이론, 새로운 실증연구, 새로운 해석들"이 한국 복지국가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에 큰 기여를 하기 바란다. 이러한 학자들의 노력이 바로 한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어야 하는) 복지국가를 강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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