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대통령, 청와대의 '녹색 성장' 구호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0년간 국내의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에 앞장서왔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 대통령의 '선의'가 지식경제부 관료들에 의해서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고발하는 연속 기고를 보내왔다. 박승옥 에너지시민두레 일꾼이 고발을 시작한다.
<프레시안>은 지식경제부의 반론을 포함한 다른 독자의 기고도 환영한다.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에너지 정책은 공개 토론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편집자>
지난 4월 29일 지식경제부는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 두고두고 역사에 길이 남아 회자될 이른바 '명품' 고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백년대계도, 아니 그보다 더 가까운 중장기 미래 비전도,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에 대한 책임 의식도, 역사 의식도, 애국심도 없이 책상 머리에 앉아 나라 정책을 주무르는 한심한 지경부 관료들의 '걸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은 그 진면목이 어떠하든 이른바 진보 세력으로부터 '녹색' 의제를 먼저 선취한 측면이 강하다. 그만큼 한국의 진보 세력은 녹색에 대해서만큼은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학습 지진아들이다. 그런데 그런 이명박 정부의 녹색 의제 선취를 밑바닥에서부터 보기좋게 일거에 허물어뜨리는 소나무 재선충같은 존재가 다름아닌 지경부의 4·29고시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대체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성향이라고 해서 이런 지경부를 잘했다고 박수를 쳐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헷갈린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 요건 강화'란 이름의 지경부 4·29고시 내용은 이렇다. 발전 차액 지원 햇빛 발전의 용량을 올해에는 50메가와트, 2010년에는 70메가와트, 2011년에는 80메가와트로 제한한다. 그리고 햇빛 발전소를 지으려는 민간 사업자들은 에너지관리공단에 햇빛 발전소를 짓겠다는 설치의향서를 제출해서 허가를 얻은 다음 3개월 이내에 공사를 완료해야만 발전 차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고시는 한국의 재생 가능 에너지, 그 가운데 특히 햇빛(태양광) 발전 산업을 무참히 학살하는 단두대 같은 고시이다. 햇빛 발전 산업을 과감하게 육성하겠다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연이은 발표는 이 고시 하나로 완벽하게 거짓말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이 고시 발표 이후 민간 햇빛 발전 사업자를 비롯한 햇빛 발전 산업 관련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까지 생겨났을 정도이다.
벌써 햇빛 발전 산업의 선도국들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는 한국의 이런 겉다르고 속다른 이율배반 정책에 대해 조롱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독일 연방정부의 카이 슐레겔밀히(Kai Schlegelmilch) 환경보전국장은 지난 6월 26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독일 정부도 예산을 문제로 태양광 설치 용량에 제한을 둔 적이 있었는데 발전사업자들의 투자가 현저히 떨어져, 법을 다시 고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한국 정부가 이것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말은 부드럽지만 도대체 한국 정부가 왜 이러는지 한심하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헌법보다는 법, 법보다는 시행령, 시행령보다는 시행규칙, 규칙보다는 고시가 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한국식 관료들의 '법치주의'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그 진가를 발휘했다. 이 고시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시장 우선주의 정책이 얼마나 허구에 불과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녹색 성장 의제 선취의 '성공' 결과가 또한 관료들의 농간질에 얼마나 무참히 하루 아침에 쓰레기통으로 처박히는지도 백일하에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녹색 성장의 핵심은 재생 가능 에너지임은 이제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재생 가능 에너지의 핵심이자 이제 막 유치 산업 단계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햇빛 발전 산업의 밑둥을 싹둑 잘라버리고 녹색을 운위하다니 기가 막혀 말도 안나온다.
결국 노무현 정부건 이명박 정부건 관료들은 '관치 경제' 세상을 더욱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며, 그리고 여전히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는 번번이 관료들에게 농락당하고 만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한계 용량을 설정해서 녹색 '성장'을 봉쇄해 버리고 나아가서 2012년에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지경부의 정책이다. 이들 지경부 공무원들이 정말 국가 장래를 생각하는 공무원인지, 아니면 외국의 산업스파이인지 의심조차 들 지경이다.
▲ 지식경제부가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축소하는 것을 놓고 태양광 발전 관련 중소기업,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 등을 언급하며 '녹색 성장'을 얘기하는 동안 지식경제부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프레시안 |
발전 차액 지원 제도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많아졌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한전 산하 거대 발전사가 아닌 민간에서 소형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는데도 그렇다. 제도 시행 5년이 지나도록 이 지경이 된 것 또한 중장기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을 수밖에 없는 청와대를 갖고 논, 지경부 관료들의 탁월하고도 교묘한 선택과 조종 결과이다.
2005년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만 해도 한국은 떠오르는 햇빛 발전 산업의 신흥국으로서 중국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햇빛 발전 산업의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해 있고, 그에 견주어 한국의 위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란 쉽게 말해 민간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즉 해, 바람, 물, 바이오가스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정부가 이를 장기간(15~20년) 반드시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제도를 말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아직은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는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생산 단가와 화석연료 생산 단가와의 차이, 즉 발전단가 차액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물론 이 발전 차액 지원에 들어가는 재원은 일반 시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에서 나온다.
시민들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의 3.7%는 별도로 다른 통장으로 들어가서, '신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과 보급, 전력수요 관리, 도서·벽지 전력 공급 지원, 전력산업 연구개발' 등 공익 사업에 사용할 목적 아래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된다. 이 기금에서 발전차액 지원 예산이 집행된다. 2008년의 경우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자그마치 1조 4452억이나 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정부의 다른 기금과 마찬가지로 이 전력산업기반 기금도 법에 명시된 그대로 운용이 되지 않고 지경부의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이다. 2008년에는 자산 운용 지침상 투자 대상 제한으로 설정된 투기 목적의 파생상품에 투자해 약 771억 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원자력에 대한 홍보비도 여기서 나가고 1438억 원 규모의 무연탄발전 지원과 335억 원 규모의 열병합발전 지원 사업도 여기서 나간다. 용도가 불분명한 423억 원의 특별지원사업도 냄새가 모락모락 난다. 게다가 민간 환경감시기구를 지원한다며 26억 원을 쓰기도 했다. 이 민간 환경감시기구가 어떤 단체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한계용량 설정은 예산이 모자라서란다. 2008년 발전차액 지원금 총액이 1197억 원이었다. 제멋대로 투기를 했다 손해본 것만 771억에 달하는데, 청와대가 저탄소 녹색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요란하게 선전하는 신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 예산이 부족하단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카지노에 가서 열심히 노름해서 잃어버릴 돈은 있고 내일 먹을 쌀 살 돈은 없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산수를 잘 못하는 유치원생들도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이 어떻고, 새로운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녹색에너지 산업을 세계 일류급으로 육성하고 어쩌고 떠들어 봐야 말짱 도루목이다. 청와대와 대통령 말씀이야 5년 뒤면, 아니 이제 3년 뒤면, 아니 1년 남은 내년 지방선거 뒤면 끝일 뿐이고, 그 뒤에는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들도 힘도 못쓰게 되고 급기야 퇴임 후에는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나 지경부 관리들은 다르다. 우리나라 에너지는 지경부와 한전의 손에 있고 지경부 관리에게는 한전이라는 회전문이 아주 안전하게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바람 발전 단가는 이제 화석연료 단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단가가 동일해지는 것을 전문용어로 그리디 패리티(grid parity)라고 한다. 원래 전문가들의 전문용어란 뻔한 사실도 일반 시민들이 잘 알아들을 수 없게끔 헷갈리는 단어를 골라 씀으로써 먹고 살기 위한 속임수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그런 전문용어는 싹 무시하고 상식 수준에서 생각하면 그게 정답이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란 이렇게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단가까지 내려가는 시점까지, 특히 햇빛 발전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해 일정 기간 정부가(사실은 일반 시민들이) 지원함으로써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을 육성해서 나중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정책 수단인 셈이다.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조만간 고갈되고 만다. 해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정책은 필연이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런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왜 이렇게 지경부는 없애버리려고 안달이 나 있는 것일까. 사정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우리나라의 재생 가능 에너지, 특히 햇빛 발전 산업의 미래를 구렁텅이로 처넣으려고 대통령과 청와대까지 속이는 지경부에 대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아주 간단한 데 있다. 지경부가 한전과 찰떡 궁합이 되어 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아주 고질의 마피아같은 기득권 카르텔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절대로 이 기득권 카르텔을 깨려고 하지 않는다.
지경부가 발전 차액 지원 제도(FIT·feed-in tariff)를 철폐하고 대신 도입하려고 하는 의무 할당제(전문가 용어로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는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해본 나라들에서 실패한 제도로 낙인찍힌 제도이다. 의무 할당 제도란 쉽게 말해서 발전사업자에게 재생 가능 에너지 도입 의무 할당량을 정해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물게 하는 제도이다. 물론 우리나라 지경부가 생각하는 의무 할당 제도의 대상이 되는 발전사업자는 외국과 달리 당연히 그리고 철저하게 한전 자회사들이다. 그러니까 한전 자회사들에게 1년에 얼마씩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소를 지으라고 의무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민간의 소형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똑같은 제도를 시행해보았고, 그리고 그것이 완벽한 실패작임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도입하는 것은 낡은 중고 자동차를, 그것도 고장난 자동차를 마치 새로운 선진 기술의 재생 가능 에너지 자동차인양 페인트칠해서 도입하는 짓과 똑같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경부는 한전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돈만 주면 하루에도 정반대되는 2개의 보고서를 동시에 제출할 능력이 있는 이른바 전문가들이란 주구들을 동원해서 의무할당제가 좋다는 선전을 열심히 해댄다. 두껍기 짝이 없는 지경부의 의무할당제 보고서는 온통 어려운 영어 투성이에다 무슨 말인지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알 수가 없게 작성되어 있다. 청와대 담당자 가운데 아마 이런 보고서를 읽어볼만큼 한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읽어보지 않아도 핵심 요지는 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 할당제가 우수하고 적합한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 햇빛 발전 산업 육성 정책이라는 얘기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그 자체가 분산형 에너지이다. 햇빛 발전, 바람 발전은 화력 발전소처럼 한 군데에 거대한 발전소를 짓는 게 아니다. 전국의 지붕에, 전국의 해안 지방에, 전국의 물이 흐르는 곳곳에 분산되어 짓는 것이 재생 가능 에너지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그 자체 속성상 한전의 독점과 중앙집중 체제를 깨뜨리는 지역 에너지 체제이다. 그리고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은 노동집약의 녹색일자리를 수도 없이 만들어내는 중소기업형 산업이다.
에너지 집중은 위험하다. 에너지 독재는 위험하다. 그리고 화석연료는 곧 고갈된다.
그런데 이런 분산형 재생 가능 에너지를 한전이라는 중앙집중의 거대 독점체에 묶어 두려고 술수를 부리다보니 무리한 정책이 끊이지 않고 나오게 되는 것이다. 곳곳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적절한 용기에 담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거대한 그물로 포획하려고 하는 짓과 똑 같다. 그물에 물이 담기지 않으니까 그물에 비닐 포장을 씌운다는 둥 그물을 거대한 한전의 풍선 속에 집어넣는다는 둥 별의별 해괴한 정책이 난무한다. 그 귀착점이 햇빛발전소를 1년에 요만큼만 지으라는, 한국이 관치경제 국가임을 만방에 선포한 한계용량 설정의 4·29고시인 것이다.
앞서 말한 독일 연방정부의 환경보전국장은 "태양광 발전 사업으로 인해 가장 큰 효과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이며 "독일이 감축하고 있는 1억3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중 반은 발전차액지원 제도가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가 독일 경제를 부양하고 있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린홈 100만 호 보급 사업도 햇빛 발전소 설치비의 60%를 무상 지원하는 자가용 보급 사업으로 할 게 아니라 장기 저리 융자 제도를 도입해서 발전 차액 지원의 보급 사업으로 바꾸어야 한다. 소중한 국민 예산을 그냥 무상으로 퍼주는 것은 예산 집행 원칙에도 맞지 않고 민간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지경부의 관치경제 권한만 늘어날 뿐이다. 더구나 자가용 보급사업은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역효과도 생긴다.
그동안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 왔다. 메가와트 단위의 대형 햇빛발전소를 짓는다고 멀쩡한 나무를 자르고 임야를 파괴하는 환경파괴 논란도 불거졌다. 이런 잘못된 현상은 당연히 교정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은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설치장소별로, 소형과 중대형의 용량별로 차등해서 지원하면 간단히 풀리는 문제이다. 이미 독일을 비롯한 발전 차액 지원 제도 시행 국가들이 진즉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수정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이미 죽어버린 정책을 애써 찾아내 도입하겠다고 하는 지경부 관리들의 강변과 배포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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