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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후, '민주' 운명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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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후, '민주' 운명이 갈린다

[김종배의 it] 미디어법 강행처리, 그 이후는?

데드라인이 설정됐다. 13일이다. "야당과 미디어법 내용 등에 관한 논의는 13일로 끝내고 이후에는 본회의 처리수순을 밟겠다"고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이 못박았다.

어떨까? 실제로 밀어붙일까?

전망이 대체로 같다. 또 하나의 쟁점법안인 비정규직법은 몰라도 미디어법은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이 전망한다.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우선 김형오 국회의장의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든다. 김형오 의장이 비정규직법에 대해서는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반면에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직권상정 명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국회에서 '6월 표결처리'를 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만큼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 부담을 덜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근거로 드는 건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다. 비정규직법 강행처리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지만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소장 개혁파조차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물 건너간다고 말하는 점을 중시한다. 전열이 정비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언론의 이런 분석을 그대로 받으니까 궁금해진다. 한나라당이 유독 미디어법에 대해 자신하는 이유가 뭘까?
▲ 국회 문방위 회의장 앞에서 농성하는 민주당 의원들 ⓒ민주당

힌트는 한나라당 원내 핵심당직자가 했다는 말에 숨어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노동관계법을 직권상정으로 단독 처리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뒤집어 해석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미디어법의 경우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고 사회적 파장이 크지 않다는 얘기, 다시 말해 강행처리해도 후폭풍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해할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여론은 미디어법 처리에 대해 부정적이다. 다소간의 수치 차이는 있지만 대세는 '강행처리 반대', 나아가 '한나라당 미디어법 반대'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도대체 이렇게 낙관하는 근거가 뭘까?

두 마디 말이 있다. 나경원 의원과 진수희 의원의 말이다.

나경원 의원이 말했다. 6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미디어법에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진수희 의원이 말했다. 지난 6일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여의도연구소의 미디어법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하면서 나경원 의원과 비슷한 얘기를 했다. 미디어법이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목적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40.4%,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5.9%였으며, 미디어법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잘 안다고 대답한 비율이 43.6%, 명칭만 들어봤다는 응답이 49%였다고 보고하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잘 안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실상 미디어 법안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선전한 허구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이 조사에선 분간할 수 없지만 내 추측으로는 잘못된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보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뭘 모른 채' 휘둘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야당의 선전에 휘둘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진리는 끝내 승리하리라'고 믿는다.

곱씹을 대목이 있다. 두 의원의 발언이 '국민 무시'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씹고 또 씹어야 할 다른 포인트가 있다.

두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상당수 국민이 믿고 있다. 미디어법을 "언론장악이라는 프레임(나경원)"으로 바라보고 있다. 비록 그것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선전한 허구(진수희)"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믿고 있다.

또 이런 얘기가 된다. 상당수 국민은 미디어법 처리를 '민주'의 시금석으로 이해한다. 미디어법이 강행처리 되면, 그래서 재벌과 조중동에 방송 소유와 경영의 길을 터주면 여론이 독점되고 다양한 의사표현의 길은 막힌다고, 결국 민주주의는 조종을 울린다고 우려한다.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한나라당이 공언한 대로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면 어느 하나는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 '허구의 프레임'이 걷히면서 '민주주의 요구'가 한풀 꺾이든지, 아니면 근거없는 낙관에 빠졌던 한나라당이 '민주주의 요구'에 기름을 붓던지…. 아, 하나 더 있다. 비록 부차적이지만 민주당의 운명 또한 갈린다. 강행처리 저지의 결기와 실천력에 따라 민주당의 운명 또한 갈림길에 놓인다.

예단은 하지 말자. 두 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어느 경우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섣부르게 내다보지는 말자.

현실은 여러 요인의 분자운동에 의해 움직인다. 미디어법 또한 그런 환경에 노출돼 있다. 비정규직법을 매개로 미디어법을 국민 시선에서 떼어놓은 한나라당의 '성공적인 전략'을 무시할 수 없고, 미디어법 처리를 '결사저지'하는 과정에서 보일 민주당의 '부서지는 모습'이 국민을 어떻게 움직일지 또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는 아직 전반전 종료 휘슬도 울리지 않은 상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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