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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 통계조작 알았다면 '파렴치' 몰랐다면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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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 통계조작 알았다면 '파렴치' 몰랐다면 '무지'"

"통계자료 정확하다"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갈수록 궁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계자료 조작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변재일 의원은 KISDI가 자료를 인용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직접 문의해 "올드 버전"이라는 답변을 얻었고, 천정배 의원은 KISDI가 근거로 활용한 ITU 자료가 환율 입력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쟁점은 한국의 2006년 GDP를 얼마로 보느냐이다. 변 의원 등은 2006년 한국의 실제 GDP는 약 8880억 달러인데 KISDI는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며 GDP를 약 1조2949억 달러로 부풀려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ISDI는 "ITU가 유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통계DB에 근거한 정확한 수치이며, 이로 인한 '고용·생산 유발 효과' 결과는 틀림없다"며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KISDI 사용 자료는 '올드버전'"

그러나 변 의원이 ITU 자료 담당자에게 질의한 결과 "ITU는 GDP와 환율 DB에 관한 ITU 국제통신지수(WTI) 업데이트에는 IMF 자료를 사용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업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시간차에 따른 데이터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으며, KISDI의 통계(1조2948억 달러)는 과거 통계이고, 최근 데이터는 웹상에 있는 통계"라고 답해왔다. ITU 웹사이트상의 최근 자료에 2006년 한국 GDP는 8880억 달러로 나타나 있다.

<변재일 의원이 ITU로부터 받은 이메일 전문>

Dear Sir.

We use the IMF data to update the ITU World Telecommunication Indicators(WTI) database for GDP and exchange rates.

Since we regularly update the data according to our sources, it is possible that difference may exists between data releases. The database bought (that used 1.294USD trllion) by the Korea think tank was an older version of the database. The database was released recently and contains the latest data, see http://www.itu.int/ITU-D/ict/publications/world/world.html

Selected data from database are made available for free in this website www.itu.int/icteye.

regards.
Esperanza

▲ KISDI 측에서 제시한 ITU구입 통계자료의 캡처화면. 한국의 2006년 GDP가 1조2948억 달러로 기재돼 있다.
ITU는 왜 틀렸나?

그렇다면 KISDI가 인용한 ITU의 한국 GDP 통계는 왜 틀렸을까? 이에 대해선 천정배 의원실에서 실마리를 풀어냈다. KISDI가 보고서 작성의 근거로 삼은 '2008년 ITU 유료통계' 자체에 환율이 잘못 입력돼 있어 2006년 한국의 GDP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천 의원실이 입수한 이 자료에는 2006년 원/달러 환율이 654.78원으로 잘못 입력돼 있어, 한화 847조 원의 명목GDP를 달러로 환산하니 1조2949억 달러로 과다 계산됐다는 것이다.

천 의원실 관계자는 "'2009년 ITU 유료통계'에는 원/달러 환율이 954.78원으로 수정돼 2006년 한국 GDP가 8880억 달러로 정정돼 있다"며 "'2008년 ITU 유료통계'는 실제에 비해 무려 4149억 달러, 47%가 뻥튀기 된 숫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 천정배 의원실
"GDP에 따라 방송시장 규제 완화 효과 달라져"

'2006년 한국 GDP'를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보고서의 방향이 완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KISDI의 보고서는 휴지조각이 된다.

KISDI는 '1조2949억 달러'에 근거해 우리나라 GDP 대비 방송플랫폼 시장 비중을 0.68%(KISDI)로 봤다. 방송시장 규제 완화를 통해 선진국 수준은 0.75%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2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반면 '8880억 달러'로 놓고 계산하면 우리나라 방송시장 비중은 0.98%까지 올라간다. 이미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포화상태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따라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과열경쟁이 벌어져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변재일 의원은 "KISDI가 사용한 통계에 2006년 GDP가 1조2949억 달러라고 나와 있더라도 ITU가 데이터를 8880억 달러로 정정했기 때문에 KISDI도 방송규제완화 경제적 분석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의원은 8880억 달러로 다시 계산하면 4만2000개의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ITU의 엉터리 통계를 검증하지 못한 방통위원회나 이를 근거로 보고서를 발표한 KISDI나 한심하기 마찬가지"라며 "언론관계법 개정으로 신방겸영이 됐을 때 한국 방송시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이며,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KISDI, 몰랐나 알면서 그랬나

KISDI가 오류 보고서를 검증하지 못했음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책임자 문책 요구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KISDI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정부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통계를 인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변 의원은 "GDP를 1조2949억 달러라고 계산하면 1인당 GDP 2만 달러를 넘는데, 2006년에 1인당 GDP가 1만8000달러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을 전공한 석박사들이 ITU 자료의 오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이런 엉터리 보고서를 근거로 무려 7억 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거짓말 광고에 사용한 문화부는 국민들 앞에 당장 사과하고, 책임소재를 가려 해당 행위자의 징계는 물론 엉뚱하게 낭비된 혈세도 물어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프레시안>은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KISDI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통계 오류 논란은 물론, 국회 갈등의 최대 쟁점인 미디어 관련법 개정 논의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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