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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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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기자의 눈] 전교조 압수 수색, 진짜 이유는?

"이렇게까지 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는데…."

만나는 이들마다 공통된 의견이었다. 3일 새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본부 사무실 압수 수색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찰은 이날 시국 선언을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가 고발한 전교조의 서울 영등포 본부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사건을 공안 2부에 배당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며칠 만에 검찰의 지휘를 받아 경찰이 압수 수색에 나선 것.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 시국 선언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또 이번 시국 선언이 위법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던 교과부 내부 법적 검토 문서도 공개됐다. 그렇지만 교과부는 '법대로 하겠다'며 전교조 간부 41명을 고발했다. 검·경 역시 어느 사건보다도 재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새벽, 소식을 접한 기자는 1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꼭 1년 전인 2008년 6월 30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과 영등포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당시는 두 달 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그치지 않고 있던 때였다.

압수 수색의 목적은 촛불 집회에 참여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불법 시위 용품'을 찾아내겠다는 것. 한 시간 동안 사무실을 뒤진 경찰은 '이명박 OUT'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 깃발, 우의 등을 쓰레기봉투 20여 개에 담아 가져갔다.

그러나 요란했던 압수 수색의 성과는 보잘 것 없었다. 경찰은 압수 수색 5일 만에 "촛불 집회 초기부터 두 단체에서 불법 행위를 주도적으로 기획·전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전에 조직적인 불법 집회 계획을 수립하고 (…) 48시간 비상국민행동 기간 중 소위 국민토성 쌓기, 청와대 진격 가두 투쟁 등의 불법 행위를 지속적·체계적으로 주도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시민단체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혔던 내용이었다. 이런 정황은 경찰 압수 수색의 목표가 '증거물 확보'가 아니었다는 의혹을 확인시켜 줬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촛불 집회를 '배후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주도한 '불법 집회'였다고 낙인을 찍어 '촛불 정국'을 전환하려 했던 정치적 쇼였다는 걸 스스로 자백한 셈.

이번 전교조 사무실 압수 수색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가져간 문건이 시국 선언의 '불법성'을 수사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경찰은 전교조 인트라넷 서버를 포함해 전국대의원대회 명찰, 기자회견 동영상 자료, 전교조 본부 연락처 등을 가져갔다. 심지어 민주노총 로고가 찍혔다는 이유로 한 상근 조합원의 개인 다이어리까지 가져갔다.

이런 자료들이 대체 "시국 선언은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고 정치적 중립을 상실했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교과부의 고발 사유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둘째 치고, 시국 선언의 정치적 중립성을 파악하는 수사라면 선언문만 봐도 알 수 있을 텐데 왜 연락망과 개인 다이어리까지 가져갔을까?

압수 수색과 이에 따른 결론은 또 한 번 예측된다. 전교조의 시국 선언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후,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각계각층이 잇따라 참여하는 시국 선언의 연장선 상에서 이뤄졌다. 전교조는 고발과 징계에 항의하며 2차 시국 선언을 예고한 상태다. 만화인, 음악인 등의 시국선언 물결이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전교조 시국 선언에 지나치게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 역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또 하나의 '쇼'가 아닐까.

한편, 또 다른 이유도 추측해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극우단체인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은 전교조를 '이적단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올해 초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극우단체들의 신년회에서 전교조를 MBC,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올해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했었다. 강희락 경찰청장 취임 이후 '안보 위해 사범 100일 수사 계획'을 짜고 국가보안법 관련 안보 사범을 수사하고 있는 공안 당국이 시국 선언을 계기로 전교조에 '빨간색'을 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래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먹으며 서민을 걱정하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한 늬우스'는 패러디 광고일 뿐이라고 강변하며,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법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땀을 닦으며 개탄한다. 그들이 하는 '쇼'는 웃음이라도 나오지만, 검·경이 이곳저곳으로 들이닥치며 벌이는 쇼는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 제발 '쇼'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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