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 '서민 마케팅', 습관성 표리부동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 '서민 마케팅', 습관성 표리부동

[기자의 눈] 수세에 몰릴 때만 '서민·중도'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처럼 '서민'과 '중도'를 강조했다. 통상 논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이동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상세하게 밝힌 것은 전하고픈 메시지가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면서 이념적 양극화 현상을 질타하는가 하면,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 소액 대출은행)'을 언급하면서 "서민들에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도입·활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동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각계의 여론주도층과의 접촉면을 확대함으로써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과 소외 현장을 직접 찾아 다녀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이를 '정치복원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특유의 '강공 드라이브'와 견줘 보면 청와대가 모종의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위기에 두드러지는 '서민행보'는 MB의 '오래된 습관'

그런데 개운치가 않다. 정부 출범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되짚어 보면 청와대가 유독 '서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나설 때마다 반드시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다.

▲ ⓒ청와대

청와대는 지난 해 총선 직전 금융소외자-영세자영업자-비정규직-농민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대책을 담은 '뉴스타트 2008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관치경제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라면, 멸치, 고등어 등 '52개 생활필수품'에 대한 집중적인 물가관리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 대통령의 '서민 행보'는 지난해 거리를 뜨겁게 달궜던 '쇠고기 파동'과 함께 다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촛불'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해 6월 정부는 총10조4930억 원을 투입해 당시 유가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분의 절반 가량을 환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들끓었던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에 대해 엉뚱하게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의 지갑에 '현찰'을 넣어주는 동문서답으로 민심수습을 시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서민 행보'는 이밖에도 명절과 연말·연초 등 일종의 '계기'가 있을 때에도 빠짐없이 나왔다. 가락시장을 전격 방문해 노점상 박부자 할머니를 끌어안으며 '20년 된 목도리'를 감아주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시점도 지난 해 연말이었다. 이처럼 정치적 위기에 몰리거나, 정치적인 필요가 맞물려야만 부쩍 서민을 '호명'하고 나서는 게 부지불식간에 생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습관이 됐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여권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서 쇄신압박이 제기되고, 각계의 시국선언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나온 청와대의 '서민·중도 선언'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반성 없는 '서민 마케팅'…이번에도 '홍보부족'이 문제다?

무엇보다 이날 수석비서관회의 어디에서도 반성을 찾아볼 수 없어 서민 마케팅에 녹아 있는 국면전환 의도가 더욱 두드러지게 읽혔다. 더구나 내용 없는 레토릭은 국면전환 효과마저 불확실하게 만드는 법. 이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에 '공안통'인 천성관 서울지검장을, 국세청장에는 'MB맨'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각각 내정한 대목 역시 흔들림 없는 '마이웨이 선언'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일종의 '모드 전환'을 시사하면서도 미디어법안 등 쟁점법안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행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의 본질을 '홍보 부족' 탓으로 돌리는 모습 역시 좌충우돌을 거듭하던 지난 해 '촛불' 당시와 닮았다는 평가다.

이동관 대변인에 따르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서민에 대한 배려가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이미지, 감성 그리고 홍보의 부족 측면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 된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같은 '모드 전환'이 국정기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정부는 서민적인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는데 '홍보'가 부족해 국민들이 이를 '오해'했고, 이같은 오해가 최근 두드러진 민심이반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이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의의 한 참석자는 "친(親)서민 행보를 강화하면서도, 법치를 흔드는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단호한 대처를 하는 '투트랙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한발 다가서겠다는 서민은 곧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이냐고 따지면 논리적으로 비약이다. 하지만 고분고분하지 않은 서민에게는 몽둥이를 들이대온 걸 숱하게 본 이명박 정부의 현실은 논리보다 실감나게 느껴진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