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 특별강연'에서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인혁당 피해자, 5.18 광주항쟁 등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희생당한 이들을 언급하면서 "독재자가 얼마나 많이 죽였느냐"고 말한 뒤,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알면서도 무서워서, 손해보니, 시끄러워 도피하는데,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사는 사람들이 죄 없이 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나는 전생에 형제였을 것"
▲ ⓒ연합뉴스 |
그는 "확실한 증거 없이 (검찰 수사 상황을) 매일 신문에 발표해 수치를 주는 등 그렇게 고초를 겪었는데, 만일 500만 문상객의 1/10, 50만 명이라도 검찰을 비판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줬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여러분께 약속을 드린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고 싶으면 양심을 지켜라. 평화로운 나라가 되게 하고 싶으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라"며 "방관하는 것은 악의 편"이라고 말하는 등 '행동'을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온 국민들이 바른 생각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며 "선거 때 나쁜 정당을 찍지 말고 바른 정당을 찍어야 한다. 4700만 국민이 서로 비판하고 충고하고 격려해 이 땅에 다시 독재와 소수 사람만이 영화를 누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강연 초반에도 노 전 대통령과의 '닮은 꼴'을 언급하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부산상고, 나는 목포상고를 다녔고, 둘 다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갔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은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됐고 나는 열심히 사업해 돈을 좀 벌었다"며 "그 이후 나는 이승만 정권, 노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독재에 각각 분개해 본업을 버리고 정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후 같이 반독재를 주장하면서 같은 당에서 일하고, 국회의원도 같이 했다. 북한에도 (정상회담을 위해) 차례대로 다녀왔다"며 "가만히 보니 전생에 노 전 대통령과 내가 형제가 아니었나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정치 경험·감각으로 보아 확신컨데…"
김 전 대통령은 또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역행 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노무현 장례 정국에 500만 문상객을 보더라도 국민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나라의 기본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대통령이 있었지만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했다"며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오랜 정치 경험과 감각으로 봤을 때 만일 이명박 정부가 현재의 길을 계속 간다면 국민도 불행해지고 이명박 대통령도 불행해질 것을 확신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큰 결단을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억울해도 핵실험은 안 된다. 그렇다고 전쟁으로 대응해도 안 된다"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오늘날 북한이 많은 억울함을 당하는 것 안다.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가 아닌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정책을 하겠다면서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심지어 쿠바에까지 손을 내밀면서 북한에 한 마디 안 하는 것이 참으로 참기 어려운 모욕이고 '또 속는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극단적인 핵 개발에까지 끌고나간 것은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어디까지나 6자회담을 통해 반대를 해야지 절대로 전쟁의 길로 나가선 안 된다"며 "통일이 100년, 1000년이 걸려도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미리 원고를 배포하지 않고 즉석에서 연설을 했으며, 기념식 결의문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문 전문 보기)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강조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강조하던 구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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