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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종자인지는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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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종자인지는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다시 열린 서울광장…"'6월 정신'만이 'MB 폭주' 막는다"

다시 그 광장에 모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이후 11일 만이었다. 2008년 두 달간 이어졌던 촛불 행렬이 절정에 이르렀던 그 6월 10일이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22년 전 "독재 타도"를 외치며 민주주의를 쟁취했었다.

이날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약 15만 명(경찰 추산 2만 명)이 진압 방침을 밝힌 경찰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6·10 정신 계승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열린 광장에서 "반 이명박", "독재 타도", "민주주의 수호" 등을 외쳤다.

▲ 10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약 15만 명(경찰 추산 2만 명)이 진압 방침을 밝힌 경찰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6·10 정신 계승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프레시안

"MB에게 마지막 기회 줬지만…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 이날 대회는 22년 전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교훈은 고스란히 현 정부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프레시안
이날 대회는 22년 전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교훈은 고스란히 현 정부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백승헌 회장은 "22년 전 6월 항쟁은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찾고 승리한 날이었다"며 "그때의 힘이 민주주의를 결코 후퇴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지만, 우리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 번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것마저 저버렸다"며 "이젠 더이상 물러날 수도, 기다릴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 항쟁을 촉발시킨 열사들의 부모들도 무대 위에 올라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는 "과거 독재정권은 최루탄으로 국민의 입과 귀를 막았는데 이명박 정권은 '미디어 악법'으로 국민의 입과 귀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는 "국민의 권리를 쟁취해낸 지 22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현 정부에 맞서 국민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기 씨는 "22년 전의 정신을 다시 되살려 지금의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백 회장도 "만약 지금 항거하지 않으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20년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비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6월 항쟁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힘을 합칠 때 우리에게 승리가 온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시민의 분노는 이명박 정부와 국민 사이의 깊은 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레시안

이런 시민의 분노는 이명박 정부와 국민 사이의 깊은 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강실 상임대표는 "현 정부는 적당히 사과한 뒤 다시 잘못을 반복하고 내각 사퇴 뒤에는 더 악한 사람들로 채웠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 정부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은 "이명박 퇴진" 등을 외치는 구호가 많이 등장했다.

이런 분위기는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 대통령을 잘못된 씨앗에 비유했다. 강 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선거 농사를 지을 때 종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농민은 씨앗이 도저히 농사가 안되겠다 싶으면 과감하게 갈아엎는다"고 일갈했다.

다양한 참석자, 칼끝은 모두 MB…"한 명보단 여럿의 목소리를 청와대로"

▲ 오랜만에 열린 광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프레시안
범국민대회장에서 만난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일반 시민이라고 밝힌 박민서(46) 씨는 "별 말 없이 가만히 있으니 이명박 정권이 너무 폭주하는 것 같아 이렇게 광장으로 나섰다"며 "지금의 모습은 과거 내가 학교를 다닐 때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 때는 친구들 몇 명이 모여 구호만 외쳐도 경찰이 무조건 잡아갔다"며 "오늘 서울광장을 불허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금 그때가 생각났다. 다시 과거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불법 시위가 있으면 그때 처벌하면 되는데 아예 시위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한다"며 "22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열린 광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서로 다른 처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참석자들에게 호소했지만, 이들의 칼끝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울광장 사용 권리를 되찾고자 주민 조례 개정 서명 운동을 벌인 참여연대도, 지난해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벌금형을 받은 학생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인 대학생사람연대도, 황지우 총장의 사퇴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도, 2600명 정리 해고에 맞서 20일 가까이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도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일종의 '피해자'였다.

한예종 영화과 홍상유(24) 씨는 "한예종 사태는 이명박 정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표면화된 사건"이라며 "결국 한예종 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기에 광장에서 많은 시민들과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고 이명박 정권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나섰다"며 "한 명의 목소리 보단 여러 명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공장 문을 막고 숙식을 해결하는 옥쇄 파업 중이지만, 200여 명이 대거 시청 광장을 찾은 쌍용차노조 조합원도 마찬가지였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 내 파업이라 밖으로 나와 우리의 사안을 알린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며 "하지만 오늘처럼 의미 있는 날 함께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참여하게 됐다"고 광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 서울광장 사용 권리를 되찾고자 주민 조례 개정 서명 운동을 벌인 참여연대도, 지난해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벌금형을 받은 학생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인 대학생사람연대도, 황지우 총장의 사퇴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도, 2600명 정리 해고에 맞서 20일 가까이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도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일종의 '피해자'였다. ⓒ프레시안

경찰이 시청 광장 내준 이유? 거센 민심의 힘!

정부는 이날 서울광장 대회를 사실상 묵인했다. 이날 대회는 시작 전까지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했다. 서울시가 경찰에 시설 보호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다시 거리로 향하는 민심이 허가되지 않았던 이 대회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전날부터 '1박 2일' 노숙 농성을 하며 서울광장 사수에 나선 것도 한 몫했다. 이날 서울광장 일대에는 170여 개 중대 1만50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 정부는 이날 서울광장 대회를 사실상 묵인했다. 이날 대회는 시작 전까지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했다. 서울시가 경찰에 시설 보호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한편, 이들은 6·10대회가 끝난 뒤 2부 행사를 통해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2부 문화제 사회자로 무대 위에 오른 배우 권해효 씨는 "22년 전 뜨거운 6월의 열기를 되새기며 축하해야 할 광장이 경찰의 봉쇄로 어렵게 시작했다"며 "22년 전 거리에서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시민들의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시 30분 현재 경찰은 시민을 향해 색소총을 발사하고 시민은 물병이나 달걀 등을 던지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프레시안

오후 10시 공식적인 행사는 끝났지만,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경찰과 시민의 대치 상태가 한 시간 정도 계속되었다. 한때 경찰이 시민을 향해 색소총을 발사하고 시민은 물병, 달걀 등을 던지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실신해서 쓰러지는 등 양측 모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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