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반정부 분위기에 불을 붙일까 이명박 정부가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한국방송(KBS), SBS가 거리 분향소 설치를 막았던 경찰 등을 비판 보도하는데 인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5일 논평을 내고 이 두 방송사가 "앞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운운하면서 뒤로는 시민들의 조문조차 틀어막고 통제하는 이 정권의 이중성"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입이 아플 정도로 말해왔지만 KBS, SBS가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국민들"이라며 "취재 현장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굴욕의 방송이 되는 것은 오직 KBS, SBS 구성원들에게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KBS, SBS는 이 정권의 이중성이 보이지 않나?"
민언련은 "이 두 방송사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움직임까지 통제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통제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 단지 '실랑이', '충돌' 정도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KBS는 <거리의 분향소>(범기영 기자) 리포트에서 "경찰이 분향소 천막을 압수하고 차벽으로 통행을 가로막으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24일에도 KBS는 <끝없는 조문 행렬>(조태흠 기자) 리포트에서 "조문객들은 경찰이 과잉 대응하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격렬한 몸싸움도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단순한 사실 나열에 그쳤다.
민언련은 "24일 새벽 KBS는 봉하 마을의 조문객 수를 300명이라고 축소 보도해 현장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고 결국 중계차가 쫓겨나는 처지가 되었다"며 "이 소식을 접하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SBS도 비슷했다. 23일 SBS는 <충격…추모물결>(장선이 기자) 기사에서 "분향소 설치를 놓고 경찰과 일부 네티즌이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민언련은 "경찰이 분향소 천막을 빼앗았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4일에도 SBS는 <긴장 속 추모>(이호건 기자) 리포트에서 "시내 곳곳에서는 경찰과 추모객 사이에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 보도와 비교해 "MBC는 노 전 대통령의 추모행렬을 가로막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다뤘다"고 민언련은 분석했다. MBC는 23일 <분향소 설치 경찰과 충돌>(이용주, 송양환 기자) 보도에서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준비한 천막을 경찰이 강제로 뺏으면서 충돌이 일어난 것"이라고 원인을 분명히 밝혔다.
24일 <분향소 과잉통제 논란>(이호찬 기자) 보도에서는 분향소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통제 자체를 소재로 삼아 세밀하게 다뤘다는 평가다. 시민들의 목소리와 더불어 출입 통제에 대한 공권력 남용 비판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다뤘다는 것.
민언련은 두 방송사에게 "지금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이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본 뒤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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