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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영결식과 삼성 대법 판결이 '같은 날', 기막힌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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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영결식과 삼성 대법 판결이 '같은 날', 기막힌 우연

"박연차와 이건희 수사, 왜 이렇게 다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는 29일 치러진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공판이 열리는 날이다. 이에 따라 삼성 판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여론에 묻혀 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영결식과 에버랜드 선고, 같은 날 열려

삼성과 법원 주변에서는 무죄 판결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법원이 오는 29일 판결에서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등이 연루된 삼성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할 경우, 법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사건에 대한 1·2심 유죄 판결을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이 사건을 둘러싸고 드러난 여러 비리 정황을 무시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같은 날에 잡히면서 이런 반발 목소리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 측으로서는 내심 반길 일이다.

KBS, 에버랜드 사건 무죄 판결 기정사실 보도

이보다 앞서 KBS가 이건희 전 회장 등에 대한 무죄 판결을 기정사실로 보도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KBS는 지난달 28일 "삼성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 1·2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허태학·박노빈(에버랜드 전직 사장들)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파기환송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KBS는 삼성특검에 의해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무죄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KBS의 보도에 대해 대법원은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의 구체적 합의 내용에 관한 보도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리고 KBS 역시 해당 보도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결과적으로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 규정을 일부 어겼다는 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서 유감을 밝힌다"고 말했다. 당시 대법원 출입기자단은 KBS 취재진 전원에 대해 법조 기자실과 검찰·법원 내 공식 브리핑장 출입을 1년 동안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애도 분위기에 삼성 판결 묻혀버릴 가능성

하지만, KBS의 '판결 예상보도'가 언론 윤리를 위반했다는 점과는 별도로 삼성과 법원 주변에서는 삼성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에 연루된 이건희, 허태학, 박노빈 등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 1996년 삼성에버랜드 CB를 헐값에 인수해 폭리를 거둔 사건은 삼성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거진 대표적인 불법행위로 꼽혀왔다. 에버랜드 전직 사장들인 허태학·박노빈 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 1·2심 법원 역시 유죄 사실을 인정했다. KBS 보도대로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할 경우, 시민단체와 법학자들의 비판 여론을 피하기 힘들다.

삼성특검이 이건희 전 회장 등을 같은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1·2심 법원이 기존 판례를 무시하고 무죄를 선고했을 때 역시 거센 반발이 일어났었다. 같은 혐의에 대해 "재벌 총수는 무죄, 월급쟁이 사장은 유죄" 판결이 나왔다는 반발이다. 총수의 친위대 역할을 했던 삼성 구조본이 삼성에버랜드 CB 헐값 발행을 사실상 주도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은 이런 반발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삼성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 공판이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같은 날 열리게 되면서, 반발 여론 역시 힘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졌다.

"박연차 수사와 이건희 수사, 왜 이렇게 다른가"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돌연한 죽음이 낳은 효과가 삼성 측에 꼭 이롭지만은 않으리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의 수사 방식이 이건희 전 회장 등이 연루된 삼성 비리 사건에서 사법부가 보여준 태도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수사를 진행하면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에 철저히 의존했다. 반면, 삼성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구성된 특검팀은 내부 고발자였던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또, 검찰은 박연차 전 회장이 조성한 해외비자금에 대해 샅샅이 조사했다. 반면, 특검은 삼성이 조성한 해외비자금에 대해서는 조사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삼성 비리에 대한 재수사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구나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법무부 차관 등이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으로부터 '삼성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은 법조인'으로 지목됐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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