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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를 기억하십니까?

[기자의 눈] 노 전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성공했다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직후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첫 사건은 2003년 3월 9일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였다.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장관에 비교적 젊은, 게다가 진보적 성향의 여성 변호사인 강금실 전 장관을 앉혀 검찰의 강력한 반발을 샀기 때문에 마련한 자리였다.

'토론'을 좋아하는 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며 젊은 검사들에게 '소신'을 가르치고 싶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국에 생중계된 대화에서 일부 검사가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게 특정 사건과 관련해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노 전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맞받는 등 골은 더 깊어졌다.
▲ 2003년 3월 9일 열린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연합뉴스

이후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과 검찰과의 관계는 내내 불편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욕을 버리지 않았다. 검찰의 서열에 따른 상명하복 신봉 근거였던 '검사 동일체' 원칙을 폐지했다.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 명령에 복종한다'는 검찰청법 조항을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르도록 한다'고 고쳐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게 했고, '이의 제기권'도 만들었다. 최근 PD수첩 주임 검사 사표 파문을 보면 과연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어쨌거나 고치긴 고쳤다.

좌절된 '검찰 개혁'

검찰 권력 견제 장치도 만들고자 했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을 분산시키기 위해 '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을 추진했다. 물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수사 대상에는 검사들의 비리도 포함시켰다.

공약 사항이던 경찰의 수사권 독립도 추진했다. 그러나 검찰의 강력한 반발만 샀고 노 전 대통령이 던진 여러 가지 검찰 개혁의 화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검찰이 전현 권력은 물론 여야를 막론할 것 없이 고강도 사정에 나서면서 검찰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에 검찰 개혁은 점점 멀어져갔다.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노무현 캠프의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10이 넘으면 사퇴하겠다"고 검찰에 호기를 부리다 이미지에 상처만 입었다.

'천정배 법무장관' 카드도 빼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천 장관은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불구속 지휘를 하는 등 검찰 조직과 정면 대결을 택했지만 검찰 조직과 보수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조직의 힘'이 얼마나 센지만 느껴야 했다.

'떡값' 묻은 자들의 칼에 베인 노무현

결국 집권 후반기 검찰 개혁의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시 고참 검사 출신 인사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됐고,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에는 '친기업 반노동'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다 경질되기도 했다.

'삼성 X파일', 그 중에서도 특히 '떡값 검사' 논란이 일었고, 이후 김용철 변호사가 또 다시 폭로하고 나섰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 개혁 칼날은 무뎌져 이미 칼집에 들어간 듯 무기력해 보였다. 단지 '권-검 유착'을 깬다는 차원의 '거리 두기'에만 충실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지목됐던 사람들은 금품 수수 사실 여부를 떠나 수사를 받기는커녕 승승장구했다. 한 사람은 검찰총장(임채진)에, 또 한 사람은 국정원장(김성호)에, 한 사람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종찬)에 올랐다. 이들에 대한 특검도 이뤄졌지만 특검에서 이들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리며 한 설명은 "해명서를 보니 더 이상 물어볼 것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임채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기 "검찰과 경찰 조직은 안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도 임기를 채울만한 사람으로 앉히고 물러나야 한다"며 주변의 우려를 외면한 채 임채진 총장과 어청수 전 경찰청장으로 '이명박 코드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임채진 총장의 검찰이 휘두르는 칼에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흔히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한다. 심하게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은 발가벗겨져 털리고 말았다. 그것도 떡고물 묻은 제 옷은 한 번도 털어본 적 없는 자들에게 말이다.
▲ 지난 4월 30일 대검 출두 당시의 모습. ⓒ프레시안

다시 '검찰 개혁'의 화두를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검찰'과 '개혁'은 한 기사 안에서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검찰 권력 견제나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검찰은 구조와 태생 자체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지만 과거 공안통들이 부활하며 '철권통치'의 첨병으로 부활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물론 법원까지 우리 사회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한 권력임에 틀림없다. 특히 민주화가 진전되고 '법치'가 더욱 강조되며 그들의 칼날은 점점 더 예리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수룩한 칼잡이는 제 손을 베이고 마는 법이다.

'떡값'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박연차 회장 수사 대상에는 엄연히 '떡값 검사'도 포함돼 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의 기개를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은 침통한 마음으로 검찰이 발가벗어 제 옷의 떡고물을 털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또한 다시 한 번 화두를 던져야 한다. 검찰에게 칼 쥐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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