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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스스로 중립성을 포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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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스스로 중립성을 포기하는가?

[기고] 용산참사와 3000쪽의 비공개 수사기록

"검찰은 행정기관이면서도 준(準)사법기관으로서 그 직무에 독립성이 보장된다." 여느 형사소송법 교과서에 다 실려 있는 이 말은,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실현이 그리 쉽지 않다. 범죄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신체 구속권까지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힘을,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하고 싶은 유혹이 강하 테니.

다른 한 편, 검찰의 독립은 흔히 검찰의 중립과 같은 의미로 쓰여 오곤 했다. 그런데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양자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갖는다. 검찰의 독립이 외부의 어떤 세력에 의해 검찰의 직무가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뜻인데 반해, 검찰의 중립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또 여러 피고인 또는 범죄인 사이에서 검찰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가지 검찰의 의무이자 권리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검찰의 독립이 침해되어 검찰이 어느 한 편을 들게 되면 그 중립도 침해될 것이고, 어떤 이유로 검찰이 누군가의 편에 선다면 그러한 행위에는 어떤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의 결정이 임박했다고 한다. 정치 수사니 보복 수사니 하는 논란이 따라다니고, 현 여권의 실세에 대한 수사도 같이 진행해야 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지만, 어쨌든 검찰이 이른바 3라운드의 수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일단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을 두고 바깥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의 중립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찰로서는 적어도 자신들이 외부의 정치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의 중립이 의문시되는 사건이 또 하나 있다. 이른바 '용산 참사' 사건의 재판이 그것인데, 이제 막 시작된 재판에서 검찰은 변호인단이 요청한 수사 자료의 공개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부터 검찰이 일방적으로 경찰의 편을 든 것이 아니냐는 강한 비판을 받아왔고, 그 후 농성자만을 기소한 이 재판은 피고인과 변호인단에 의해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 참여 재판'이 신청되었으나 조사할 증거가 너무 많다는 검찰의 주장에 의해 그 신청이 기각되었던 바 있다. 그런데 그 검찰이 이제는 자신이 수사한 증거의 공개를 다시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법원에 제출되지 않은 증거를 포함하여 검사가 가지고 있는 사건 관련 서류 등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보장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검사는 이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사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를 예상하여 법원에 그 허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은 여러 관련 사항을 고려하여 그 개시(開示) 여부를 결정한 다음, 이를 검사에게 명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의 개시를 검찰이 거부하였고, 다시 법원이 명령한 개시 결정마저도 검찰이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본래 검사는 형사 소송에서 피고인과 대립하는 한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국가를 대표하는 중립적 위치의 공익 담당자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검사에게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라 할지라도 이를 조사하고 공개하며, 법원에 제출해야 할 '객관 의무'가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양자가 갈등하는 경우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객관 의무는 검사에게 더 본질적이고 우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적법 절차를 통한 피고인 권리의 보장과 실체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표에 이것이 더욱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개시를 거부하고 있는 증거 가운데 공개된 일부에서 피고인 측에 유리한 진술들이 여러 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변호인 측에서는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함을 이유로 재판을 거부할 의사마저 보이고 있다.

자, 이제 다시 검찰의 독립과 중립으로 되돌아가 보자. 검찰이 외부의 영향으로 그 중립성을 잃어버리는 상황보다 더 안 좋은 것은 검찰이 스스로 그 중립성을 포기하고 어느 한 편의 이익을 옹호하는 경우이다. 전자에는 저항의 여지와 가능성이라도 남아있지만, 후자는 스스로 자신보다 더 큰 권력을 인정하고 거기에 예속되는 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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