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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르네상스', 표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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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울의 '르네상스', 표 때문일까?

지방선거 앞두고 서울은 '공사 중' <2>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디자인 서울'을 강조하면서 줄곧 개발사업에 몰두해 왔다. 오 시장은 '디자인 서울' 구상을 거론할 때마다 '친환경적', '시민 중심'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워낙 서울에 녹색부지가 부족하다보니 그의 이와 같은 입장은 시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녹색이 상징하는 '평화'는 고려하지 않은 듯했다. 남산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세운지구 녹색화 사업이 대표적 예다. 인근 상인들의 처우 문제는 이명박 전 시장 재임 시 청계천 문제처럼 오 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세운상가재정비촉진지구 사업은 서울시가 4대 개발축 중 하나로 정한 남산 녹지축 사업과 연계됐다.

이미 시는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차 녹지화사업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20일 열릴 기공식에 맞춰 서울시는 세운4구역 일대 50여곳 상점의 간판과 섀시 등을 전부 새로 교체했다. 깔끔한 인상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인근 상가의 한 상인은 "저 가게들도 전부 철거될 곳인데 뭐하러 예산을 들여 간판을 교체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기영합과 시민 친화의 차이

▲고척 돔구장 모델로 유력한 공기부양식 돔 가상도. 박동희 기자는 "2만석 규모의 돔구장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사업은 고척동 돔구장이다. 2년 전 야구계의 의견에 따라 동대문운동장을 대체하는 아마야구용 하프돔(관중석 일부만 돔으로 덮는 방식) 구장을 짓기로 했던 서울시는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국민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치솟자 지난달 15일 돌연 "기존 하프돔 예산 529억 원에 3~400억 원을 추가해 돔구장으로 변경해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박동희 야구전문기자(스포츠춘추)는 "이제껏 들어본 소리 중 가장 황당하다. 94년 완공한 세이부돔은 일반 구장에 지붕만 덮은 '반쪽 돔구장'인데도 공사비 1300억 원이 소요됐다"며 "서울시가 공기부양식 돔을 고려 중인데 같은 방식인 도쿄돔(87년 완공) 건설비가 3500억 원이었다. 환기 문제 때문에 설계를 바꾸는 데만도 엄청난 돈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기자는 "돔구장은 비용 대비 수익을 뽑기 위해서라도 부대시설을 많이 늘려야 하고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교통 편의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고척 부지에 돔구장이 올라가면 엄청난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결국 시민 세금으로 문제점들을 다 메워야 한다. 지자체장이 정말 돔구장을 올리고 싶다면 자기 재산부터 기부해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존 야구장 개보수가 훨씬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돔구장이 들어서는 동양공전 앞거리는 영등포와 인천을 연결하는 경인로 축이다. 경기가 끝난 후 대규모 교통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시는 이 경기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을 은연 중에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여당 최용주 서울시의회 의원(교육문화위원회)마저 "30억 원 이상 예산이 증액되는 사업은 투융자 재심사와 시의회 예산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시는 이를 무시했다"며 "갑자기 언론 발표를 해버리고 설계 변경도 없이, 제대로 된 경제성 심사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시의회에서 재선을 앞두고 오 시장의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며 "행정을 이렇게 해서는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정선 서울시 체육진흥과장은 "관계부서와 협의한 후 시의회 승인을 받을 것"이라며 "처음 설계 당시에도 만약을 대비해 완전 돔으로 변경할 수 있는 구조로 구장을 지었다. 관광효과까지 고려해 달라"고 얘기했다.

과연 돔구장 건설은 여기서 그칠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돔구장을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짓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형 돔구장은 따로 건설하겠다는 말이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 돔 야구장 건립부지에서 열린 서남권 야구장 기공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정말 진지하게 돔구장 건설 비용과 경제성을 고려했을까? ⓒ뉴시스

고도(古都) 서울, 600년 역사는 어디 갔나

앞서 거론된 문제점들에 대해 류경기 디자인서울총괄본부 부본부장(본부장 대행)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으며, '디자인 서울'은 오 시장 취임 때부터 밝혀왔던 구상으로 정치적 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이 살아갈 곳의 환경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뉴타운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사람들의 문제는 서울시에서도 인정하는 사안이고, 한강 운하의 비현실적 경제성과 환경파괴 요소를 많은 사람들이 문제제기한다. 컨벤션센터는 지금도 전국에 난립해 대규모 적자만 내는 사업이다.

▲재개발 계획이 확정된 청량리 588번지. 일대 전부가 빌딩 숲으로 재개발된다.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성매매도 사라질까. ⓒ프레시안
특히 옛 서울의 모습을 찾기 힘들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국적도 없고 정체성도 알 수 없는 건물들이 옛 유적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며 "600년 된 도시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류 부본부장도 동감을 표했다. 그는 "서울의 전통을 현대와 공존시켜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감한다. 피맛골 사례는 저로서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존 서울시의 개발 정책을 수정할 일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오 시장의 질주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02명(김기환 의장의 비리 사건으로 4명은 의원자격 박탈) 중 민주당 5명과 민노당 1명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의회의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수뇌부 몇몇의 의견만으로 도시 외관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셈이다.

이수정 민노당 시의원은 "시가 진행하는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해당 상임위 의원도 알기 어렵다. 시가 말하는 경제적 효과가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산출되는지 그 타당성을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개발이 확정된 빌딩 중에서는 가장 높은 용산 드림타워. 이런 빌딩이 앞으로 몇년 안에 서울 곳곳을 메울 것이다. ⓒ프레시안
헤집은 자리에는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선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초고층 빌딩만 3개. 상암DMC에는 높이 640m짜리 빌딩이 들어선다. 용산에는 이보다 25m가 더 높은 국내 최고 높이의 드림타워가 올라간다. 서울시는 공모 당시부터 높이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중구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무려 높이 960m짜리 220층 건물을 세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간이 개발하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뚝섬 부지에 550m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기로 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롯데월드도 서울공항 앞에서 555m에 달하는 위용을 조만간 뽐낼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빌딩이 서울시의 새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각 빌딩이 모두 '서울의 랜드마크'를 강조하는데, 도대체 서울의 진짜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이 빌딩 내부를 다 채울 수는 있을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개발에 집중해야 하나.

저개발 국가나 짓는 초고층빌딩을 서울이 왜…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유럽 대도시 어디에 초고층빌딩이 있느냐. 초고층빌딩을 우후죽순으로 올린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저개발 국가에서나 짓는 것을 서울이 왜 따라가려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어떤 나라가 이 정도로 철저하게 옛 흔적을 지우나. 파리는 라데팡스를 제외한 구 도심지는 철저히 보존한다. 관광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은 유적을 보호하느라 지하철도 만들지 않았다. 심지어 도쿄는 전쟁으로 파괴된 옛 유적들을 적극 복원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에 묻고 싶다. 불도저 많이 움직이면 정말 시민 삶의 질이 나아지리라 생각하는지. 초고층빌딩 높이만큼 선거 때 표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내년 선거는 지난 4년 간 '오 시장의 서울'에서 살았던 시민들이 잠깐이나마 주인의 권리를 찾는 시기다. 과연 진짜 주인인 서울 시민들은 4년 간 아무런 견제없이 주인 행세를 했던 오 시장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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