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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 그립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과천에 없는 것

여름이면 과천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벌어진다. 그중에는 점심 무렵 거리에서 펼치는 콘서트와 공연도 있다. 주로 노래와 악기연주인데 때로는 춤 공연도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비교적 호의적이다. 공연 내내 자리를 뜨지 않고 열심히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오가는 길에 잠깐씩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도 있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왔다 구경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과천에서 이런 식의 거리 공연은 대개 우물터라고 불리는 새서울쇼핑 센터 앞에서 행해지는데 지나다니며 그런 공연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늘 장소가 옹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새서울쇼핑센터 앞 약간의 공터에 과천시는 모조 우물터를 만들어 놓았다. 여름에는 물이 있고 벤치도 있어서 이제는 지역주민들의 쉼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이 우물터가 차지하고 난 비좁은 통행로나 혹은 그 뒤쪽에서 공연을 하는데 사실 공연을 할 만한 면적은 되지 않는다.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서 무대까지 설치하는 공연을 볼 때면 장소가 좀 어거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천에 다른 마땅한 장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길거리 공연이 있으면 둘러서서 구경도 하고 그러다 다시 길을 가고' 하는 장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흩어졌다 하는 장소, 도시의 구심점 노릇을 하는 장소, 말하자면 일종의 광장이라고 할 만한 장소가 과천에는 없는 것이다. 1980년대 초에 조성된 계획도시니 광장이 있을 법도 한데 없다. 우리 문화가 광장 문화가 아니라서 그럴까. 그러나 현대 도시에서는 지역주민이 만나고 소통하는 트인 장소, 각종 행사가 벌어지는 장소, 도심의 구심점이 되는 장소로 광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과천에 또 하나 없는 것이 있다. 상점이 있는 보행자 거리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실질적인 구심점 노릇을 하는 장소라고 하면 상점들이 있는 거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생산이 아니고 소비가 중심인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상가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일용품을 사러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외국의 어느 도시를 가보아도 대개는 양쪽으로 상점들이 늘어서있고 가운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보행로로 구성된 거리가 시내 가운데 어딘가에 있게 마련이다. 이곳이 시내의 중심가 역할을 하고 그곳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과천에는 이러한 상점거리가 없다. 대신 상점들은 모두 쇼핑센터라고 불리는 몇 개의 건물 속에 들어가 있다. 음식점들도 모두 건물 속에 있다. 건물들이 단속적으로 서 있을 뿐 그 사이를 연결하는 자연스러운 통행의 흐름과 사람들의 활기는 배제된 상태이다. 상점이 길에서는 안보이니 깨끗하다고 생각 할른지 모르지만 그래도 도시의 일상을 이루는 주요한 부분이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길 양쪽으로 빵가게며 과일가게 채소가게, 옷가게, 책방, 찻집, 음식점 이런 가게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보행자 거리, 길 가운데에는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있어 쉴 수 있는 거리, 상점들 중 한군데쯤은 항상 볼 일이 있고 그래서 나가면 이웃도 만나고, 오래 단골이 된 상점 주인과도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 냄새가 나는 거리, 나는 과천에 살면 살수록 이런 거리가 없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이런 거리라면 그 중심 부분이 자연스레 광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천에 살수록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이 또 있다. 과천 시청은 왜 시내 중심에서 동떨어져서 산 밑에 있을까. 시민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니 시내 중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시청은 예전의 동헌이 아니다. 그야말로 시민을 위한 장소, 시민이 주인인 장소가 되어야 마땅하다. 과천이 워낙 좁아서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위치로 보면 현재의 시청은 좀 엉뚱한 곳에 있다는 느낌이다.

나는 머릿속에서 내가 살고 싶은 과천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시청 우체국 도서관 공연장 미술관 등이 시내 중심에 모여 있다. 이 공공건물 군에 잇대어 상점들이 있는 중심가 이어진다. 이곳은 모두 보행자 전용구역이어야 한다. 과천 정도의 인구 규모라면 중심가는 한 블럭이면 충분하다. 지금보다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도시가 되지 않을까.


○ "한국에서 살아보니"

<1> 고생도 훈장
<2> 피곤한 사람들
<3> 불우 이웃을 도웁시다?
<4> 청계산이여, 안녕
<5> "석유 안 나는 나라에서 기차를 홀대해서야…"

<6> "기억 속 푸른 하늘, 다시 볼 날은 언제쯤?"
<7> "침 뱉을 일 많아도, 길에서는 참읍시다"
<8> "아빠, 빨리 들어오세요"
<9> 메뉴판을 하나만 주는 식당
<10> 어른도 교복 입는 나라?

<11> "여자라서 못한다고요?"
<12> "단체행동, 꼭 따라해야 하나요?"
<13> 윗사람, 아랫사람
<14> 축 합격 ○○○?
<15> "'○○과장' 대신 '○○님' 어때요?"

<16> "사교육 광풍 대책, 정말 모르시나요?"
<17> "'1등 과천'이 아니라 '보통 과천'이 좋아요"
<18> "그동안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19> 현수막 공화국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 "덜 소비하는 풍요"

"에너지 덜 쓰니, 삶의 질은 더 높아져"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 '덴마크의 1979년'에 도달하려나"

- "낡고 초라한 아름다움"

"수도 한 복판에 있는 300년 전 해군 병영"
인기 높은 헌 집
"코펜하겐에 가면, 감자줄 주택에 들르세요"
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 덴마크 사회, 이모저모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들
"크리스마스' 대신 '율'이라고 불러요"
아이와 노인이 함께 즐기는 놀이공원, 티볼리
"저 아름다운 건물을 보세요"
구름과 바람과 비의 왕국
"체면 안 따져서 행복해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이 만나면
잘난 체하지 마라, "옌틀로운"
"긴 겨울 밤, '휘계'로 버텨요"

- 덴마크 사회의 그늘

"덴마크는 천국이 아니다"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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