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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설회사가? "집이 아닌 '착한' 세상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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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설회사가? "집이 아닌 '착한' 세상을 짓는다"

[권은정의 'Social Job'] 건설회사 CNH 이승우 대표

<프레시안>은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최근 큰 관심을 모으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repreneur)'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더 나은 모습을 찾는 새로운 인터뷰 연재를 마련한다.

전문 인터뷰어 권은정 씨가 직접 한국의 다양한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가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이 연재는 총 20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이 연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소장 이영환 교수)는 사회적 기업가 인적 자원 개발 교육과 사회적 기업 발전을 위한 연구 활동을 하는 성공회대학교 부설 연구기관이다. (☞사회적기업연구센터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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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H 이승우 대표. ⓒ프레시안

건설회사 CNH는 작년 12월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주위에서 사회적 기업이 될 만하다고 권해서 신청했다. 그러나 CNH는 사회적 기업에 그다지 흥분하지 않는다. 이윤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 그게 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인가? 이 회사는 원래부터 그래왔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 부터. 이승우 대표는 간단하게 한 2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봉천동이 서울의 달동네였던 시절에 이웃에 살던 사람들이 모여서 건설회사를 만들었지요."

가난한 이웃의 남편들은 대부분 건설 현장 노가다였고 그 아내들은 파출부로 식당일을 나갔다. 일거리가 제 각각이니 수입도 들쑥날쑥이었다. 비오거나 몸이 아프면 그날은 공치는 날이었다. 당시 그 동네 사람의 구심점이 되어주던 성공회 교단의 송경용 신부가 제안했다. 일용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건설회사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나섬건설(나누며 섬기는 건설 노동자 협동조합)'이었다. 얼마 뒤에는 하월곡동에서 활동하던 '일꾼 두레'와 합쳐서 '나레 건설'로 다시 태어났다.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일꾼 노동자 협동조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별로 놀랍지 않게도 나레건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했다.

기술자 한 명 없는 건설회사라서 종합 건설을 맡을 수가 없었다. 주로 작은 일거리를 맡아서 하다보니 수익을 내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승우 대표는 당시 사무총장을 맡아 동분서주 회사일을 돌봤지만 결국 조합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갈길을 가야했다. 그러나 함께 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회사에서 밥을 벌어먹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한곳에 있었다. 그래서 4년 뒤인 2000년 다시 뭉친 회사가 CNH종합건설(주)이다.

"처음엔 5명이 시작했습니다. 건설 공사 수주를 따려고 열심히 다녔지요. 우리를 믿고 공사를 맡길 사람들을 찾아내야 했으니까요."

이승우 대표는 물론 회사에 모인 이들 모두가 한두 가지 기술자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전이 노동자 중심 조합이었다면 이제는 기술자 중심의 조합이 된 것이다. 기술자 한명 없이 건설회사를 지탱해야했던 그때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협동(Cooperation)-자연(Nature)-인간(Human)의 머리글자로 이름을 지은 CNH는 창립 초기에는 조합 형태로 회사를 운영했다. 종합건설회사로 시작한 회사가 규모에 걸맞은 일감을 맡게 된 것은 창립 1년 정도 지나서였다. 그전에는 개인 건축물을 지으며 실력을 다졌다.

"돈만 잘 버는 기업? 차라리 '사기'를 치지…"

▲ "기업은 돈을 버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먼저 맡은 일을 책임지고 나서 돈을 버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돈만 위한다면 차라리 사기 치는 게 더 낫지요, 그렇지 않은가요?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이윤만 취한다면…." ⓒ프레시안
CNH가 지은 첫 작품은 병원건물이다. 그 건물은 지금 회사사무실에서 길 하나 건너서 보이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건축주와 시공사 간 사이가 썩 괜찮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병원 건물의 건축주는 지은 지 10년이 되어가도 하자 하나 없는 건물을 매우 만족해 한단다.

"건축주들이 다들 좋아하시니까 그게 큰 힘이지요. 그분들이 우리 실력을 인정해주고 다른 데로 소개해주시고, 그렇게 입소문으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들은 주문 생산을 하는 건축회사라고 한다.

"우리와 인연 닿는 분들이 집을 지으면 우리한테 맡기니까요. 성실하게 공사하니까 또 다른 건축주에게 연결시켜주고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얼마 전에는 충남 쪽에 성당 건물을 지었습니다. 입찰로 들어갔는데 감리를 보는 분이 우리 회사를 추천해주셨어요. 우리 건설업계에서는 원래 시공회사와 감리사와의 관계가 헤어질 때쯤 별로 안 좋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한쪽은 일을 더 시키고 싶어 하고 다른 한쪽은 돈을 더 받고 싶어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감리사가 추천하고 또 건축주가 추천하는 시공사이니 다행 아닙니까? 하하하…."

이 대표는 말을 이었다.

"제가 빵점짜리 대표입니다. 회사 운영을 할 때 욕도 얻어먹고 해야지 돈도 벌고 직원들도 편하게 해줄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기업가로는 제로죠. 제대로 교육이 안 되었다고 봐야지요. 하하하…."

건물 다 짓고 나서 건축주들한테서 진심어린 감사패를 받는다면 건물은 제대로 지은 게 확실한 것 같다. 그 대신 돈을 제대로 못 벌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으레 철근에서 남기고 시멘트에서 남기고… 그러느라 건축주와 시공사간에 서로 으르렁 거리는 게 오늘날 우리 건설 현장의 현실이다.

"저는 솔직히 사회적 기업에 대해 잘 모릅니다. 뭘 하기 위해서인지, 뭘 하자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일반기업이 영리를 위한 것이라면, 우리가 그런 쪽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추천을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먼저 맡은 일을 책임지고 나서 돈을 버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돈만 위한다면 차라리 사기 치는 게 더 낫지요, 그렇지 않은가요? 식품 만드는 회사가 돈 때문에 불량식품을 만드는 게 사기보다 뭐가 더 낫습니까?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이윤만 취한다면…. 참 저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일입니다. 장인정신까지는 안 가더라도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것을 만들어야한다, 그리고 내가 공들인 만큼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그럴 뿐입니다."

'그럴 뿐이라고' 나지막이 말하는 그의 자세가 매우 단호하다. 그는 그냥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뿐이라고 덧붙인다.

"집을 제대로 짓고 싶은데 현실이 어렵습니다. 우리는 설계도면을 보완하면서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시공사는 철근 하나라도 빼서 하려고 하지요. 가격대로 제대로 하자면 품이 많이 들어요. 재료도 좀 더 괜찮은 것으로 들이고 싶어지고 그런데 우리가 한 만큼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보통은 빼먹는 사람들과 단가 경쟁을 시키니 어렵지요."

성실 시공이 우선은 손해보고 바보 같은 일로 보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영원히 살아남는 길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나중에 우리가 인정받을 때쯤이면 공사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 ""기술자로서 양심을 지킬 수 있다는 그 자부심이 아주 큰 것이지요.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 보다 월급도 적습니다. 하지만 일은 힘들지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요. 이거 우리가 지은 집이다! 하고 말이지요. 그런 게 약간의 행복을 주는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전 직원이 현장 소장급…"전문가로서 양심 지킨다"

CNH는 4명의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굳이 사회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요즘 말하기 시작하는 사회적 기업의 목적이나 취지에 상관없이 CNH는 그전부터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람을 모았고 같이 일해 왔다. 사회적 기업에 주는 인건비 지원은 아직 아니다. 앞으로 인턴이나 다른 인력을 고용할 경우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원은 '아직 회사가 사람을 쓸 여건이 안 돼서…'라고 짧게 웃는다.

지금 8명의 직원 중에 경리 직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장 소장급으로 전체 공사를 총괄하는 기술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이 대표의 경영 방식에 기꺼이 동의하는 이들이다. 게다가 회사 운영 방침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기술자로서 양심을 지킬 수 있다는 그 자부심이 아주 큰 것이지요.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 보다 월급도 적습니다. 전문 분야는 일이 고됩니다. 우리 현장에 오면 다른데서는 대충 하고가는 것도 제대로 짓자고 하니 품도 더 들고 땀도 더 흘려야하지요. 일은 힘들지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요. 이거 우리가 지은 집이다! 하고 말이지요. 그런 게 약간의 행복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것이 고마울 뿐이라며 자신을 그 점에서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2007년도에 회사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그해 11월 월급을 다음해 3월에 줬습니다. 휴업을 하려고 했지요. 휴업수당이라도 받게 하고 싶었는데, 직원들이 회사를 접을 거냐고 묻더군요. 아니라고, 살아남도록 애쓸 거라고 했더니 그러면 우리도 참겠다, 견뎌보겠다고 하더군요. 참 고맙더라고요. 주위에서 저더러 행복한 줄 알라고 합니다. 10년을 같이 일해도 월급 한 달만 밀리면 노동부로 바로 가는 게 요즘 세태인데 너희 회사는 어째 그러냐면서요."

CNH의 요즘 경영 방식은 그전의 협동조합과는 다르다. 물론 직원들 간에 회의나 의사 결정에서 중지를 모으는 방식이지만 더 이상 조합원체제가 아니다. 3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공사 수주 방식까지 전체 조합원의 뜻을 통일하다보니 너무 힘이 들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회사 운영을 할 때 정작 이윤 배당도 할 게 없었다는 설명이 따른다.

"서로 마음을 나누긴 했지만 돈을 나눠 본적은 별로 없었던 같습니다. 하하하…."

이 대표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기업이 그런 분위기로 나가야한다고 믿는다.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것도 그것이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요즘은 조금만 하면 이익단체화 되는데 그렇게 가서는 안 되지요. 상식이 통하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 노력해야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집을 짓는 심정으로 짓습니다"

▲ "요즘은 조금만 하면 이익단체화 되는데 그렇게 가서는 안 되지요. 상식이 통하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 노력해야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프레시안
이 대표가 처음 건설 현장에 노가다로 뛰어든 것은 나이 마흔이 넘어서였다.

나레건설, 나섬건설에서 영업, 현장, 회계 일을 다 볼 정도였지만 그 후 일반회사로 옮겨가서는 제일 바닥부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일했던 공사 현장은 부천 중동 지역 도시 기반 공사장이었다. 하수구를 파느라 종일 뻘밭에서 발을 묻고 있어야 했다. 일이 얼마나 힘들었냐 하면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니 새벽에 같이 온 노동자들 절반이 집으로 가고 없을 정도였다.

이튿날에는 딱 2명이 현장에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하루도 안 빠지고 한 달 만근을 했단다. 현장 감독들이 나중에 말하기를 그를 두고 자기들끼리 내기를 했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가나, 손바닥에 굳은살이 하나도 없던데 그저 며칠 버티면 용하다는 분위기였다고 막걸리 잔을 건네며 말해주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작업복에 소금 꽃이 하얗게 필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그저 생존하기 위해서, 다만 부끄럽지 않게 일하기 위해서 애썼을 뿐이라고 그때를 떠올린다.

"매월 급료가 올라갔는데 첫 달에 4만 원이던 게 몇 달 만에 6만5000원이 되었어요. 보통 그렇게 되자면 2년 이상 걸리는데 저는 그냥 넉 달 정도에 그렇게 되었지요. 건축기사, 건축설비기사 자격증도 그때 땄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많더라고요."

그는 지금도 현장이 많아지면 현장 소장으로 나간다. 현장에서 일손이 달리면 바로 옛날 솜씨가 나온다. 이리저리 건축자재를 옮기고 깨고 다듬는 단순 노동에서 다그치는 고함까지 현장에서 그는 더욱 힘이 솟는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버지가 평생 모으신 돈으로 짓는 집이라고 생각하라.' 즉, 애정을 가지고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프로는 돈 받고 제대로 하는 사람, 받은 만큼 하려고 할 때 그게 프로 아닙니까? 지금 우리 사회는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습니다. 연봉이 얼마냐, 그것에만 관심이 있지 내가 맡은 것 제대로 하겠다는 마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오로지 돈을 더 많이 받는데 열중이고 기업가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데만 집중하고, 이런데 일이 제대로 풀리겠습니까? 상식이란 내가 받은 만큼 제대로 하려는 것 그것입니다."

▲ 건물을 제대로 짓는 일은 이승우 대표에게 상식이 이기는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집을 정직하게, 성의껏 짓는 일은 그에게 가장 자랑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건물을 짓는 일은 상식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일"

지금 CNH에서 공사 중인 현장은 없다. 즉, 일거리가 없다는 말이다. 건설 붐을 타는 건축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경기불황 탓은 아닐 것이라고 이대표는 설명한다. 그저 공사 수주를 위해 열심히 다닐 뿐이란다. 별로 초조해하지 않는 표정이다.

"우리와 한번 연결된 분들을 믿습니다. 세월이 가면 그 층이 점점 더 두터워질 것이니까요. 그러면 가만있어도 일이 굴러들어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천천히 좀 손해 볼 것 같아도 뚜벅뚜벅 소걸음으로 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성실성, 그거 하나로 밥 먹고 먹고 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충남 보령의 천주교 성지인 갈매못성지 성당 건물을 짓고 나서 그에게 좋은 평을 건네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그 외에도 성당 건물을 몇 군데 더 지었다.

"서울 쪽에서 성당 건물을 지어보고 싶어요. 더 많은 분들이 우리가 지은 건축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정말 제대로 지은 건물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병원, 성당, 사회복지시설, 개인주택…. CNH가 짓는 건물을 다양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더욱 다양하게 짓고 싶다. 어떤 건축물이든 자기 회사에 맡겨만 준다면 그는 정말 잘 지을 자신이 있다.

건물을 제대로 짓는 일은 그에게 상식이 이기는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집을 정직하게, 성의껏 짓는 일은 그에게 가장 자랑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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