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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 씨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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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 씨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복지국가SOCIETY] 범죄율과 복지국가

<프레시안>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칼럼을 공동 게재합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회원이 돌아가며 쓰는 각 분야의 깊이 있는 칼럼을 <프레시안>을 통해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실현하고자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명적 정책을 추구하는 자발적 모임입니다. (☞바로 가기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

▲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용산 참사와 연쇄살인은 복지 후진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두 사건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정권 유지를 위해 회피하거나 활용할 궁리를 했다. ⓒ프레시안(만평=손문상)

얼마 전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터져 용산 철거민 참사와 함께 수주간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사람을 하나만 죽여도 반인륜적 행위로 용서받기 어려운데 뚜렷한 동기도 없이 10명의 목숨을 빼앗고도 반성의 빛이 없다니 정말 후안무치하다. 원인을 놓고 사형 집행을 해야 하느니 사이코패스형 범죄라느니 이론이 분분했다.

큰 사건이 날 때 마다 보이는 즉흥적 반응이었지만 벌써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에 버금가는 새로운 사건, 사고들이 속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썰물 같은 이런 피상적 대처보다는 문제의 근원과 해결 방안을 좀 더 깊은 데서 생각해보자.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타인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강모의 의식구조나 부유층을 향한 증오에 찬 지존파의 복수심 따위는 극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반사회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기중심의 왜곡된 가치관은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사회 통합 대신 분열, 갈등을 부추기는 여러 현실 요인에서도 발생한다. 탐욕적 경쟁 논리와 승자 독식, 빈부의 양극화, 각종 부정 비리와 황금만능의 세태 속에서 사회의 도덕과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는 사회정의가 실종된 데에도 그 책임의 일단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악인으로 태어나지 않으나 생활 속에서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 거칠고 메마른 땅에 솟아난 싹이라도 물을 주고 잘 가꾸면 쓸모 있는 나무로 자라난다. 반사회적 흉악범의 성장 배경에는 거개가 조실부모, 가난, 사회의 냉대 속에서 범죄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한 근원적 해결은 국가가 충실한 사회복지 제도를 확대하여 그들을 예방적 차원에서 구제해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 스스로 복지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책임감과 연대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복지사회일수록 범죄자의 수가 적은 것은 이런 해법의 성과를 실증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범죄자의 처벌에만 급급한 우리나라의 현행 행형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언제부턴가 일제시대에 붙여진 형무소가 교도소로 개명되었다. 죄인이 벌을 받는 곳에서 과오를 뉘우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서 사회에 복귀토록 하는 곳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새 명칭에 걸 맞는 교도 행정이 구현되고 있는지는 실로 의심스럽다. 흉악범의 경우 거의가 전과 기록자이며, 교정 교화를 받아야 할 교도소에서 오히려 새로운 범죄 기술을 익혀 출소 후 재범에 활용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통설이다. 그러니 범죄 행위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수법 역시 더 지능화하고 잔인해진다.

여기에는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출소 후 사후 대책에 소홀한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 크다. 먼저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은 경쟁적으로 피의자의 얼굴, 이름, 나이, 주소, 심지어 가족 관계까지 낱낱이 보도한 것이 관행이었다. 요 근래에 인권 강화 차원에서 보도가 금지돼 왔지만 지난번 사건을 계기로 보호 조치가 약화될 조짐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 용의자의 신상이 상세히 보도되는 즉시 본인과 그의 가족은 사법부의 유죄 판결에 앞서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된다. 이미 온 세상에 공개된 무서운 전과자에게 그 누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며, 그를 친구로 맞아드릴 것인가. 살아남으려면 다시 재범과 교도소행 뿐이다.

복지와 인권 국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에서는 아무리 중범죄자라도 '30대 중반 남성' 정도로 용의자에 대한 신상 보도가 모두 끝나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당사자에 관한 비밀은 영원히 보장된다. 출소 이후에도 보통 사람처럼 정부 직영의 취업 알선기관에서 일자리를 구해 쉽게 갱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취업에 앞서 신원 조회나 보증인은 필요 없다. 어느 사회에나 범죄자는 있게 마련이고, 그들을 수감하여 교화시키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구속 처벌에 앞서 범죄를 예방해주는 사회보장적 안전 장치와 인권 보호가 선행되어야 하고 출감 후 사회에 복귀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도록 인간적인 사회 정책적 교도 행정을 펴나가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불가피한 생계형 범죄자도 모자라 어엿한 나라의 지도자들까지 권력형 뇌물 수수 등으로 동참하여 교도소의 자리가 넘쳐날 지경이니 스웨덴 식 접근 방식은 하나의 꿈같은 이야기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이 멀고 힘들더라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류가 추구해야할 이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사회와 범죄에 대해 생각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지난 2월 2일 CBS 라디오의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문수 도지사는 "당연히 사형을 집행해야죠"라며, 마치 지난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서 흉악 범죄가 늘어난 것처럼 말하였다. 집권 여당의 대표 또한 비슷한 인식을 보여주었다. 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한 박희태 대표는 "사형 집행을 안 한 최근 10년 동안에 흉악범이 30% 이상 증가되었다며 사형 집행 유보를 재고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사형을 집행한다고 범죄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세계 118개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하였거나 집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 나라들에서 사형 폐지 후에 사형 범죄가 유의하게 늘어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형의 집행이나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범죄가 생기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범죄와 관련하여 보편적 복지국가를 강조하는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08년 6월 발표한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이라는 보고서는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중산층 관련 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는데,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중산층 가구의 비중이 1996년 68.45%에서 2007년 57.96%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양극화 추세를 반영한 결과인데, 작년과 올해의 심각한 경제위기로 인해 이러한 양극화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나라는 갈등과 불안의 심화, 이로 인한 자살과 범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미국은 일반살인 발생률 3위, 총기에 의한 살인 발생률 1위, 강간 발생률 1위 등을 기록하여 주요 선진국 중 최고의 범죄율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 복지가 선진국 중 최하 수준인 시장만능주의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의 부재 속에 사회계층 간 갈등과 분열이 커져가는 사회가 아무리 치안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한들 범죄율을 낮추는 데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범죄의 예방이다. 최선의 예방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 그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996년과 2006년 사이에 우리나라 전체 범죄자의 수는 비슷하지만 61세 이상의 노인 범죄자는 3만4400여 명에서 8만2300여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급속한 노령화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노인 소득보장제도의 미발달로 인해 전체 노인의 45%가 경제적 문제로 실질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범죄에 대한 가장 올바른 대책은 사후약방문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며,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충분한 교정을 통해 범죄자들이 최대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가혹한 처벌이나 사형만이 능사가 아니다.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에서 배울 일이다. 최선의 범죄 예방책은 보편적 국가복지를 제도화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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