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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듣는 사람들' 경계하라던 김형오 의장은 어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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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듣는 사람들' 경계하라던 김형오 의장은 어딨나?"

[홍성태의 '세상 읽기'] 통신비밀보호법 개악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말 'Nowhere man'의 'Nowhere land'가 되려는가? 우리의 처지는 나날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가축의 신세와 비슷한 것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선 법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강부자 공화국'은 일단 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행하는 법은 '강부자 공화국'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강부자'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투기꾼을 옹호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안보를 무시하고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거나 심지어 석면 화장품 발표에서도 슬쩍 빠질 수 있다. 투기꾼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까지 완화돼 그야말로 신나게 투기할 수 있게 되었다.

'강부자'로 대표되는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어떻게 되는가? 국가의 감시가 극렬히 강화되는 가운데 비정규 '삽질 인생'의 막장으로 내몰릴 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009년 1월 14일 '31개 법안 검토 의견서 국회 전달'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모든 언론사에 배포했다.

▲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여러 악법 중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시민 개인 간의 통신을 엿듣는 권리를 국가정보원에게 부여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국가정보원
이 자료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행하는 법들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민변은 '31개 악법'을 법안의 유형에 따라 △언론 및 표현의 자유 말살 악법 △법적 혼란 야기 악법 △경제 민주화 역행 악법 △사회 양극화 조장 악법 △국가 통제 강화-인권 말살 악법으로 분류·검토한 의견서를 1월 9일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이미 졸속으로 처리된 법들도 있다.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이 법들은 반드시 조속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또 아직 처리되지 않은 법들은 반드시 처리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민변에서 대표적인 '악법'으로 규정한 '31개 법안'의 내용은 사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법들은 그 중에서 '국가통제강화-인권말살악법'으로 규정된 것들이다. 이것이야말로 저 악랄한 독재 시대로의 회귀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이명박은 역시 전두환과 박정희와 이승만을 꿈꾸는가? 민변의 보도 자료는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제시했다.

■ 국가 통제 강화-인권 말살법

23.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전면 개정안 (일명 '민간기부통제법')
24.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 (일명 '복면금지법')
25.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일명 '집단소송제모독법' 또는 '집회말살법')
26.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일명 '휴대전화감청법' 또는 '휴대폰도청법')
27.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안 (일명 '정치사찰법', '안기부부활법', '무한권력국정원법', '무소불위 국정원법')
28.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안 (일명 '제2의 국가보안법', '테러빙자 반대파싹쓸이법')
29. 교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일명 '교원노조무력화법')
30.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 (일명 '시민단체연좌제법')
31. 북한인권법안 (일명 '대북삐라살포지원법')

민변의 자료를 보노라면,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지게 된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도살장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 군사독재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강부자 공화국'은 결국 '짝퉁 5공화국'인가? 민주주의는 정녕 이런 식으로 파괴되고 마는 것인가?

'국가 제 강화-인권 말살법' 중에서 특히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관련 기사 :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악! 법이라고?' 통신비밀보호법))을 꼭 참고하시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방송과 통신 전반에 걸쳐 강력한 감시와 통제를 강행하고 있다. 방송은 방송법 개악으로, 인터넷은 정보통신망법 개악으로, 그리고 개인통신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으로 하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방송과 인터넷뿐만 아니라 개인통신마저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1988년에 784대가 보급되었으나, 2008년 5월말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는 약 4,474만 명으로 인구 대비 92.2%의 보급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말 그대로 '1인 1휴대전화 사회'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에 대한 이용 기록의 보관과 전면적인 도감청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6.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일명 '휴대전화감청법' 또는 '휴대폰도청법')

가. 대상 법안

○ 2008. 10. 30. 이한성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650, 미상정(법사위 회부)

나. 법안 요지

○ 민간사업자에게 휴대전화와 전자우편, 인터넷쪽지(메신저)의 감청이 가능한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사업자는 이용자의 기록을 1년 이상 보관했다가 수사기관이 요구하면 넘겨주어야 하며,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하는 것임.

다. 의견

○ 개정안대로라면,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도청 등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 한편 통신사실확인자료에 '위치 정보'를 추가하여 개인의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파악되도록 함으로써, 신용카드·지하철·버스카드 사업자 등과 함께 국가기관 또는 수사기관이 개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결과적으로 개정안대로라면 모든 개인사생활정보가 기록되고, 언제든지 정보수사기관에 넘겨질 수 있으며, 국민들은 예비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 국가권력이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상시감시체계를 갖게 됨에 따라 그 악용여부에 따라서는 조지 오웰의 가상소설 <1984년>이 우려한 '빅브라더의 출현'이 예고된다.

1948년에 발표된 조지 오웰의 <1984>는 당시 소련을 모델로 해서 쓰였다. '빅 브라더'는 악명 높은 철권통치로 히틀러와 비교되는 스탈린이 모델이다. 그러니 '빅 브라더의 출현'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 그것은 이 나라가 스탈린이 지배하던 소련과 비슷한 악독한 나라로 후진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4월 7일 '2008년 하반기에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게 협조한 감청, 통신 사실 확인 자료 및 통신 자료 제공 현황'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르면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 건수가 9000건을 넘었으며, 그 중에서 무려 98.5%를 국가정보원이 차지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가정보원 법도 개악해서 모든 정보통신망을 국가정보원이 영구적으로 완전히 장악해서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관련 기사 : 정부 통신 감청 9000건 돌파…98.5% 국정원 집행)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도 '악법'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니 그들도 무턱대고 '좌빨'을 운운하며 문제를 덮으려 하지 말고 문제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통비법 개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현실 정보사회와 정보사회운동>(홍성태 지음, 한울 펴냄). ⓒ프레시안
나는 여기서 특히 김형오 국회의장의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출간한 내 책 <현실 정보사회와 정보사회운동>(한울 펴냄)의 머리말에서 나는 일부러 다음과 같이 썼다.

여기서 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1999년 9월에 도청의 실상을 소상히 밝히고 통비법의 개정을 제기하며 발간한 책을 떠올린다. <엿듣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5장은 '통신비밀보호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통신비밀보호법'은 사실상 '감청남용촉진법'이나 다름없다. 법률에 의해 일반 국민이 통신비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 이 법의 가장 큰 맹점은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 위헌의 소지가 있는 긴급감청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 그런데 다시 생각하면 '통신비밀보호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 국민들이 이 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인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합법적으로 도청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 국회가 통신인권의 파수꾼이 되어 철저하게 불법감청을 예방하고 막아주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21세기 국회가 할 일이다." (341~345쪽)


김형오 의장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행하는 무시무시한 통비법 개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통비법 문제에 대한 본인의 적극적 대응은 10년 전의 일이라 까맣게 잊었는가? 아니면, 이제는 권력을 장악했기에 통비법 문제에 대한 생각이 싹 바뀌었는가?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의 이용 기록을 보관하게 되면 언제라도 도감청은 물론이고 대규모 유출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사업자가 져야 한다.

이렇게 반인권적이고 반경제적인 통비법 개악에 비하자면 '긴급감청제도'는 오히려 귀여운 수준이 아닌가? 김형오 의장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터무니없는 통비법 개악을 즉각 저지하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것만이 최소한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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