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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 이웃을 도웁시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병 주고 약 주는" 복지 부재 사회

남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도움을 받는 쪽도 좋지만 돕는 쪽도 좋다. 마음이 흐뭇하다.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어려운 사정을 소개하고 모금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몸이 아파도 병원 문턱에도 못가보고 병마에 시달리고, 아이들은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하고….

가난과 질병, 최악의 주거형태, 방치되는 아이들이 뒤범범된 사연이 소개되면 누구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정에 소개하는 사람도 울고 듣는 사람도 울었다. 그 프로그램을 듣는 사람은 너도나도 성금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방송이 끝날 때쯤은 상당한 성금이 모였는데 듣는 나는 마치 큰 산이라도 넘은 것 같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정을 해결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 프로는 매주 방송이 되어서, 매주 한번 씩은 돈이 없어서 생기는 가슴 아픈 사연을 듣게 되고, 눈물을 흘리고, 성금이 모이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어려운 사정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그런데 계속 방송을 듣다보니 어느 날 문득 속으로 의문이 생겼다. 다행히 이 방송에 나오게 된 사람이나 가정은 구제를 받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텐데,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청취자한테 호소해서 성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 적어도 돈이 없어서 끼니를 굶거나, 돈이 없어서 아파도 병원에 못가거나,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다니는 일은 없도록 어떤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었다.

해마다 수많은 이유로 수많은 단체에서 모금을 한다. 긴급한 재난이 닥친 사람들을 돕자는 모금도 있지만, '수재 의연금'이라는 연례행사성 모금도 있고 '불우 이웃돕기' 같은 상시성 모금도 있다.

여름철 장마가 끝나고 나면 어디에선가 수해가 나서 이재민이 생기고, 이들을 돕자는 '수재 의연금' 모금 행사는 아주 오래 전 부터 있어온 것 같다. 하지만 해마다 같은 모금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우리나라 기상 조건에서는 경험으로 매년 여름 수해가 날 것을 알고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든지, 아니면 매년 수해로 인한 이재민이 날 것을 알고 있으니 이를 위한 예산을 아예 따로 마련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수해가 나고 나서야 언론에서 떠들고 부랴부랴 성금을 모으는 식은 지나치게 구태의연한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불우이웃돕기' 모금은 어디서나 곧잘 볼 수 있는 행사다.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좋은 뜻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을 해보자. 불우 이웃이란 누구를 말하는 걸까. 돈이 없어서 끼니가 어렵거나, 아파도 병원에를 못가거나, 살 터전이 없거나, 아이 양육이 어렵거나,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이웃이다. 이런 이웃을 구제하려고 예전에 한 방송에서 매주 호소를 하고 모금을 했지만 불우이웃 모두를 돕기에는 턱도 없었다.

모든 불우이웃을 돕기에 개인의 자비심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불우 이웃'이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 즉 복지제도를 확대 해야만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다.

이러한 복지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고율의 세금 부담이 돌아간다. 하지만 그 세금이 투명하게 쓰여서 적어도 돈이 없어서 배가 고프거나, 아파도 치료를 못 받거나, 살 곳이 없거나,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사람이 없다면 그쪽이 훨씬 더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 한해 1000만 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가계는 흔치 않다. 더구나 극심한 경제 위기가 몰아닥친 지금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책 당국은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을 늘리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일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가 경제적 형편에 따라 다르게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서 답을 찾아야 한다. 등록금 자체를 유럽 국가 수준으로 낮추거나, 국가가 부담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는 뜻이다. ⓒ프레시안


요즈음 대학생이 있는 집은 등록금 마련이 여간 어렵지 않다. 대학 등록금이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비추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등록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자 대신 장학금을 늘린다는 보도를 보았다.

하지만 장학금 좀 늘린다고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정말 줄어들까, 아이들 말대로 "병 주고 '아까징끼' 주는" 격이 아닌지 쓴웃음이 나온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대학 등록금이 없거나 있어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등록금을 대폭 낮추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 한 젊은이의 자살 보도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등록금이 없어서 자퇴 재입학을 반복하다가 결국 취업도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린 사연이었다.

걸핏하면 세계 경제 강국 12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인생의 출발점에 선 젊은이들이 이제는 돈 때문에 공부를 못해서 자살까지 하는 처참한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1> 고생도 훈장
<2> 피곤한 사람들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 "덜 소비하는 풍요"

"에너지 덜 쓰니, 삶의 질은 더 높아져"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 '덴마크의 1979년'에 도달하려나"

- "낡고 초라한 아름다움"

"수도 한 복판에 있는 300년 전 해군 병영"
인기 높은 헌 집
"코펜하겐에 가면, 감자줄 주택에 들르세요"
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 덴마크 사회, 이모저모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들
"크리스마스' 대신 '율'이라고 불러요"
아이와 노인이 함께 즐기는 놀이공원, 티볼리
"저 아름다운 건물을 보세요"
구름과 바람과 비의 왕국
"체면 안 따져서 행복해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이 만나면
잘난 체하지 마라, "옌틀로운"
"긴 겨울 밤, '휘계'로 버텨요"

- 덴마크 사회의 그늘

"덴마크는 천국이 아니다"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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