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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stupid" 모하메드 "crazy"…노무현 "기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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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stupid" 모하메드 "crazy"…노무현 "기죽어"

[건망증 한국경제①] "더 이상 신기루는 없다"

1960년대 산업화 이후 한국 경제는 시쳇말로 잘 나갔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제2차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은 1980년(-1.5%)과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6.9%) 두 해 뿐이었다.

성장을 계속했기 때문일까? 한국경제에서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은 모 보험사만의 미덕(?)이 아니었다.

이런 집단 건망증의 결과로 지금 한국경제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했다. 2009년은 한국경제가 세 번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거의 100%다.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0%로 예상했다. 높은 개방도와 대외의존도를 가진 한국경제가 작금의 세계경제 위기에 더 크고 장기적인 침체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책임을 묻지 않는, 반성하지 않는 경제는 체질 전환을 모색할 계기와 힘을 얻지 못했고, 강자만이 계속 강자로 남는 기형적 구조를 유지시켰다. 그래서 세 번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될 2009년, 한국경제의 '건망증'을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을 추진할 때 심지어 stupid하다(어리석다)는 얘기까지 들었다."(이명박)
"나도 crazy(미쳤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셰이크 모하메드)


▲ 2007년 4월 두바이를 방문해 모하메드 총리와 회동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지난 2007년 4월 당시 대선을 준비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를 방문했다. 그는 사막을 초호화 도시로 바꾼 두바이의 모하메드 총리를 만나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모하메드 총리는 "서울의 고가도로를 없애고 강을 복원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고 꼭 만나고 싶었다"고 이 대통령을 추켜세웠고, 이 대통령은 "미래를 보고 일을 하는 지도자는 어리석다거나 미쳤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화답했다.

이명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 취임식에 모하메드 총리를 초청하는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747공약-대운하-새만금과 두바이

1977년부터 1992년 국회의원 출마 전까지 현대건설 사장은 지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중동은 매우 친근한 지역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1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일자리 문제에 대해 "산유국에 일거리가 너무 많다. 나는 70년대 중반부터 20년간 이와 관련된 경험을 갖고 있고 네트워크도 갖고 있다. 이곳에 눈을 돌리면 내수와 일자리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고유가 때문에 제2의 세계 경제 출구가 산유국에 형성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4월 두바이를 찾아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 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당시 "한국은 자원도 없고 기름도 가스도 나지 않는 나라인데 현재 2만 불 소득이 됐지만 이제는 세이크 모하메드 총리와 같은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면서 "강한 리더십-추진력과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있으면 한국이 10년 안에 4만 불 소득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 두바이의 인공섬인 팜 아일랜드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두바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또 자신의 핵심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도 2007년 8월 31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두바이계 펀드 측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서를 들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계 펀드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중동을 통해 대운하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었다. "중동에 골재 수요가 많아서 난리이므로 안 팔리면 내가 중동에 갖다 팔겠다"면서 운하 건설 과정에서 채취하는 골재를 팔아 운하 건설비용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2월 4일 "사막의 조그만 나라인 두바이에 갔더니 관광객 유치를 위해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웠더라. 사막을 파서 운하를 만들어 배가 다니게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며 대운하의 목적을 은근슬쩍 '관광'으로 바꿔 제시하기도 했다.

외환은행-금산분리 완화와 두바이

이 대통령의 두바이에 대한 부러움이 묻어나는 분야는 건설 쪽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정책에서도 두바이의 영향력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이 대통령이 대통령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 특위 공동위원장으로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감독센터 회장을 임명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엘든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 의장을 맡는 등 이 대통령과는 10여년 이상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대위에서도 경제살리기 특위 고문으로 일했다. 이 대통령의 '두바이 사랑'에 엘든 회장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외환은행 문제 해결 방안으로 "두바이계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을 중동계 자본에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금산분리 완화는 중동계 펀드의 이해관계와도 직결된 것이다. 두바이투자공사 사장은 2008년 8월 방한해 박병원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했다. (<동아일보>, 2009년 2월 11일)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산분리 규정이 완화되지 않으면 산업자본으로 분리되는 두바이투자공사는 한국의 은행 지분 인수에 걸림돌이 많기 때문. 두바이투자공사는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를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산업자본이 10%까지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금산분리 완화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야당의 반발 때문에 4월로 처리를 연기했다.

이명박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던 것이 국내 금융기관을 외국계 자본이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산업자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금산분리 완화로 자금 경쟁력이 있는 외국 산업자본이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반박했다. 중동계 펀드의 요구를 이명박 대통령이 알고 있다면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금산분리 완화의 명분은 거짓말이 된다.

노무현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 한국은 동북아 허브"

▲ 2006년 두바이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 ⓒ청와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두바이에 크게 매료됐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5월 중동 순방시 두바이를 방문해 "두바이에 와서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 이곳에서는 한강의 기적보다도 더 놀라운 기적이 진행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이 동북아 허브를 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157층 빌딩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며 "주변에 큰 두 나라가 있으니까 우리가 허브 하자면 기분 안 좋아한다. 실력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자신 있으니까 해보자고 하는데 두바이 와서 제가 좀 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정보통신 분야 기술과 UAE 기술이 협력한다면 UAE는 중동의 허브,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바이에 '충격'을 받은 노 전 대통령 때문에 당시 정부 내에서는 '두바이 따라 배우기' 바람이 불기도 했다. 국정홍보처에서 발행하는 <국정브리핑>에 두바이 특집이 실리기도 했다.

70년대 외환위기 극복과 중동

이제는 무너져가고 있는 '두바이 신화' 이전에도 중동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1973년 1차 석유파동 뒤 찾아온 국가부도 위기 사태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중동 덕분이었다.

1972년 말 배럴당 2.5달러이던 원유가격이 1973년 말 5.3달러로 급상승하고 1974년 11.25달러로 폭등했다. 이처럼 원유가가 폭등하자 석유제품과 원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일제히 폭등했고 수출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수입 물자의 가격도 크게 올랐고, 원유 도입가격 폭등으로 국제수지가 악화돼 우리나라는 대외결제자금 고갈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반면 원유가격 폭등으로 외화가 급격히 증대된 중동 각국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정유공장, 원유 수송장치 증설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한국은 중동 건설에 적극 참여해 외화를 획득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국가적인 과제였다. 삼환, 현대, 대림 등이 당시 중동 건설 수주로 급성장했다. 1974년부터 진출하기 시작한 중동건설 수주액은 1974년 말에는 2억6000만 달러에 달했고, 다음해인 1975년에는 무려 226.3%나 늘어난 8억50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김정렴,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한국경제정책 30년사>에서 인용)

박정희 정부는 중동 건설에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해 시범 공고를 지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 '산업역군'이 중동 건설 현장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한국은 외환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한국은 건설업이 GDP의 18%를 차지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건설업 비중이 높다. 한국 건설사에게 중동은 주요 해외 시장이다. 지금도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성원건설 등 많은 업체들이 중동에서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무너진 두바이 신화…한국경제의 신기루는 어디에?

이명박-노무현 대통령이 벤치마킹하려던 두바이가 무너져 내리면서 한국경제의 위기 탈출구 중 하나였던 '중동'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두바이는 주변 국가의 오일머니, 유럽과 러시아의 자금을 빨아 들여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를 짓고, 프랑스 파리시 크기의 거대한 인공 섬 팜 아일랜드도 만들었다. 두바이는 이를 기반으로 관광업을 발전시켰다. 또 규제 완화와 개방을 전면에 내세워 중동의 금융허브로 기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면서 많은 나라가 따라 배우려 하던 두바이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외국 은행들은 두바이에서 서둘러 돈을 회수해갔고,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두바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던 오일 머니도 사라졌다. 그러자 부동산 가격은 급락했고,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두바이는 지난 2월말 UAE로부터 100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기로 해서 한숨 돌렸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가 127억 달러나 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돈을 빌리기는 어렵다.

두바이가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해진 점은 한국경제가 쫓던 사막의 신기루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2롯데월드, <조선>이 '두바이 신화'에 미련을 보이는 이유?

국내 '두바이 열풍'의 주역 중 하나가 언론이었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성향의 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경제지는 2009년 들어서기 전까지 두바이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한국경제>는 2007년 5월 "사막을 초호화 도시로 바꾼 두바이, 세계의 중심을 꿈꾼다"라는 특집 기사를 통해 두바이의 '눈 부신 성장'에 대해 보도했다.

<매일경제>도 2007년 12월 "두바이 상상력이 카타르·아부다비를 깨운다"는 기사를 통해 두바이에 대해 "씨티 등 투자은행이 몰려 금융허브로 급부상하고 있고 법인세, 소득세가 없고 규제도 없어 기업의 천국"이라고 묘사했다.

이들 경제지들은 최근 두바이의 국가 부도 위기를 접하면서 두바이에 대한 기대를 접은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다르다. <조선>은 지난 11일 "두바이를 위한 변명"이라는 칼럼을 통해 "한국이 외환위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섰듯 두바이도 이번 위기를 내실 있는 발전의 계기로 삼아 도약할 것"이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조선>은 "두바이에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고, 개발사업이 상당수 중단됐고, 관광객이 급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상 최악이라는 경제위기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어디 있냐"며 "부동산 개발은 두바이 전체 경제의 22%에 그친다. 세계 최대.최고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부동산이 두바이의 전부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 "두바이가 이번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조선> 칼럼. ⓒ프레시안

<조선>이 끝까지 두바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하는 초고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주간조선>은 지난 1월26일자에 "[초고속 빌딩시대] 잠실 롯데 슈퍼타워 어떻게 짓나, 2013년 완공"이라는 기사를 통해 제2롯데월드 건설 계획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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