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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선택 강조하는 평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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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율 선택 강조하는 평등교육"

교육 양극화를 대놓고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명분을 내세워 평준화 정책을 흔들고, 사실상 교육 양극화를 부추기는 게 보통이다. 이런 이들이 흔히 쓰는 전략이, "평등교육은 획일화된 교육"이라는 전제를 강요하는 것이다. "수준과 적성이 다양한 아이들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런 전제와 맞물리면, 사실상 교육 양극화를 뒷받침하는 주장으로 이어지는 일을 흔히 본다. (☞관련 기사: 이명박식 '교육 자율화', 부메랑은 시간 문제, "획일적인 교육통제 반대가 꼭 평준화 해체론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성'과 '자율성', '선택권' 등과 같은 긍정적인 개념이 평등과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못이다. 오히려 뒤처진 아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는 평등교육 속에서 '다양성'과 '자율성'이 더 잘 보장될 수 있다.

평등이 꼭 획일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기는 서열화된 교육이 더 획일적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성적이라는 척도만 획일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획일적이지 않은 평등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핀란드 교육이다. 학교와 교육과정에 대해 학생들이 자율적인 선택권을 갖고 있지만, 학교 서열화 등의 부작용이 거의 생기기 않는다. '수직적 서열화'가 아닌 '수평적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비결은 '차별'이다. 인기가 떨어지는 학교에 대해 차별적인 지원을 해서 아이들에게 매력있는 곳으로 바꿔내는 것이다. 뒤처진 곳에 지원을 집중하는 '역차별'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 게 피란드 교육의 특징이다. 모든 학교에 똑같이 지원하는 기계적 평등은 결국 서열화로 이어져서, 진정한 평등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게 핀란드 교육자들의 생각이다. (☞관련 기사: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다음은 유연한 교육과정 속에서도, 뒤처진 아이들을 잘 배려하는 핀란드의 한 고등학교를 둘러본 기록이다. <편집자>

핀란드 수도 헬싱키 근처에 있는 에스포(Espoo)에 위치한 타피올라 고등학교는 우리로 말하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핀란드의 고등학교는 스웨덴의 통합 학교와는 달리 인문 교육을 위주로 하는 학교와 직업 교육을 위주로 하는 학교로 분화되어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5개의 학교를 우선순위에 따라 지망하고,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 성적에 의해 선발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아이들마다 달라서 심한 경쟁이 생기는 일은 드물다. 학교 선택 기준은 주로 학교의 특성과 학교 수준이라고 한다.

학교의 특성은 선택 과정의 내용에서 드러난다. 이 학교의 경우 드라마와 미디어학을 중점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의무적 과정과 선택적 과정이 있다.

의무적 과정에서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는 필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언어에 대한 강조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도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 의욕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특히 남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여학생보다 못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핀란드의 애니메이션은 별도의 더빙을 하지 않고 영어 그대로 틀어 주고 자막을 보여 줌으로써 읽기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이 학교에도 학년제가 없다. 개인의 학습 속도에 따라 2년 반 만에 졸업하기도 하고 4년 만에 졸업하기도 한다. 이것은 스웨덴과 같다. 교과별로 이동하면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급 개념도 없다. 다만 학습 계획을 도와주는 담임 교사가 학생과 상담을 통해 지도한다.

수업 시간은 75분이다. 이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정해진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45분을 했는데 좀 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75분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한 학년도는 5분기로 이루어지는데 각 분기는 7주다. 7주의 마지막 주는 평가 주간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일종의 수능 시험(matriculation)을 본다. 연간 두 번 치러지는데 어느 과목을 언제 시험 칠 것인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5개 정도의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선택할 수 있는데 경쟁이 생길 경우 성적이 중요한 선발 기준이 된다.

언뜻 생각하면 고입 단계에서 경쟁이 발생함으로 인해 성적 부풀리기와 같은 현상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절대 평가지만 세부적인 성적 부여 기준이 정밀하게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가 임의로 부풀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성적을 부여할 때 2명의 교사가 교차적으로 점수를 매기고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경력 교사의 판단에 따른다는 원칙도 있다고 한다.

▲ 수업에 뒤쳐진 아이들을 위한 별도 수업 장면. 많은 핀란드 교사들은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프레시안

이 학교를 졸업하고 청소년 의회(Youth Counsil) 의장을 하고 있는 학생(Hanna Jarvsalo)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핀란드는 2006년에 청소년법을 제정하여 지방 자치 단체가 청소년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시행할 경우 청소년의 의견을 들을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12세부터 26세까지의 청소년들이 10명~40명 정도의 대표를 선출해서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이 글은 <좋은교사> 2009년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핀란드 학교 탐방] <1> 꼴찌 없는 교실, 이유는?

한동안 주춤하던 영리 병원 허용 움직임에 다시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 열기가 식은 틈을 타, 이명박 정부는 의료 부문에 이윤 동기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빈곤층이 대폭 늘어나리라는 전망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불거진 이런 움직임은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가뜩이나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경우, 보통 사람들이 겪게될 위험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MB정부, 영리병원 허용 여론몰이 본격화)

하지만, 공공성의 훼손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교육 부문이다. 폭증하는 사교육비 부담 탓에 서민 생계가 위태롭다는 경고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여전히 사교육을 부추기는 쪽에 가깝다.

직업과 학벌에 따른 소득 및 고용 안정성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없는 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아이들을 오직 시험 점수에 따라서만 줄 세우는 학교 교육이 바뀌지 않는 한, 협동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 대신 '만인 대 만인의 경쟁'을 가르치는 교육이 그대로인 한,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사교육비 부담은 줄어들 수 없다.

교육 및 복지 정책에서 여러모로 한국과 대조를 이루는 곳이 북유럽 사회다. 지나친 경쟁와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북유럽 모델에 대한 관심은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에 실린 북유럽 교육 및 복지 관련 기사를 한데 모았다. <편집자>

○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 북유럽 교육

☞<1> "당신은 펜을 들고, 친구는 카메라를 든 것처럼"
☞<2> "경쟁과 협력…누가 더 많이 웃고 살까"

☞<3> "한국 부모들, 심리학을 공부하세요"
☞<4> 백년대계를 바꾸는 열 가지 차이는?
☞<5> "지구 반대편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 연재를 시작하며: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 첫 번째 키워드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두 번째 키워드 : 코뮌

"가족 없이 늙어도, 당당하다" (上)
"'착한 정부'는 '코뮌'에서 나온다" (中)
"'인민의 집', 그들만의 천국?" (下)

- 세 번째 키워드 : 생태

"산적이 100년 동안 다스리는 마을에서는…" (上)
'MB식 녹색성장'이 불안한 이유 (中)
'친환경 기술'로 녹색성장?…"글쎄요" (下)

- 네 번째 키워드 : 민감

"'강철신경'은 자랑이 아니다"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멀리 봐야 희망을 찾는다"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일제고사, 교사 해직…한국은 놀랄 일 투성이"
"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관리자는 '윗사람'이 아니다"
"'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 도종환 시인이 본 핀란드 교육

핀란드의 아이들
악덕의 씨를 심는 교육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외운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식일 뿐"
청소부에게 야단맞는 대학 교수
사민주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경쟁 실험

○ 잘 사는 나라가 져야 할 책임

"'아이에게 살충제 먹이는 회사'엔 투자할 수 없다"

당당하게 '퍼주자', 스웨덴처럼

○ 스웨덴 우파의 도전

스웨덴 우파 집권, 그 이후…

스웨덴에 특목고가 생긴다?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 "덜 소비하는 풍요"

"에너지 덜 쓰니, 삶의 질은 더 높아져"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 '덴마크의 1979년'에 도달하려나"

- "낡고 초라한 아름다움"

"수도 한 복판에 있는 300년 전 해군 병영"
인기 높은 헌 집
"코펜하겐에 가면, 감자줄 주택에 들르세요"
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 덴마크 사회의 그림자

"덴마크는 천국이 아니다"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 입양대국 북유럽, 그리고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들
"스웨덴에서 자란 입양인이 왜 한국을 그리워하죠?"
"중국에 공녀, 일본에 위안부, 그리고 우리"
해외입양은 아동복지인가, 아동학대인가?
"한국은 여전히 '미개한 나라'일지도 모른다"
해외입양 16만명 중 10만명이 미국으로, 왜?
한국, 경제대국? 세계 1위 '아동수출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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