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좋은 사례를 소개할 때면, 늘 이 우화가 떠오른다. 특정 측면을 전체로 포장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런 실수가 자칫 외국 사례에 대한 지나친 선망이나 비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좋은 사례를 소개하는 일을 아예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라도, 남을 살피는 일은 긴요하다. 다른 가능성,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모르면, 우리가 늘 해왔던 방식을 전부로 여기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코끼리를 오해한 장님이 될까 두려워 움츠리다보면, 이런 오류에 따르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핀란드 교육은 한국 교육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는 이들에게 유익한 힌트가 된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오래된 믿음을 되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또, 핀란드 교육의 성공 사례는 평등을 추구하면 다양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통념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기도 하다. 핀란드 교육은 평등과 다양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모델로도 유명하다. 뒤처지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과 재능을 섬세하게 배려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획일화되지 않은 평등, 서열화되지 않은 다양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1월 핀란드와 스웨덴을 둘러본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교육정책위원장이 쓴 글을 소개한다. 김 위원장의 글은 <좋은교사> 2009년 3월호에도 실렸다. <편집자>
핀란드는 남북한 면적보다 1.5배 더 넓지만 인구는 약 500만 정도다. 핀란드 국기에서 보이는 파란 십자가는 숲과 호수를 의미하고 흰 바탕은 눈을 의미한다고 한다. 루터교 전통이 강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다. 세계적으로 투명성과 국가 경쟁력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PISA(국제학력평가)에서 늘 1위를 차지하면서 교육 선진국으로 명성이 높아졌다.
학년과 교과를 넘나드는 학사 운영
라또까르따노 학교는 유치원을 포함하여 9학년까지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학년 구분에서 자유로운 수업 방식이다. 학년을 넘어서 학생 개인의 학습 속도에 따라 학습 계획이 수립된다. 이 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학년이 한데 섞여서 수업을 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고 9학년을 마친 이후에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게 부여된다.
교실 수업의 특징은 교사가 2명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학 수업의 경우 한 명의 교사가 더 있었다. 생물과 예술을 가르치는 교사가 보조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별도의 파트타임 교사를 보조 교사로 운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처럼 교사들끼리 역할을 바꾸어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림짐작으로 학생당 교사의 수가 많다고 하지만 이처럼 팀티칭(Team teaching, 여러 교사가 한 수업에 들어가 함께 가르치는 것)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교사가 수업에 들어가는 시간은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교사들은 가르치는 과목이 복수인 경우가 많다.
학교 입구에는 식당이, 곳곳에 배치된 소파…"학교를 가정처럼"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교육이었다. 5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어떤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 이처럼 별도의 수업을 하고, 그 중에서도 어려운 경우에는 일대일로 지도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집중력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교실에는 10명의 학생에 3명의 교사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학습 부진 학생을 방과 후에 별도로 남겨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 수업 시간에 병행적으로 지도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다시 원래의 교실로 돌아가도록 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평가는 절대 평가이고 4점에서 10점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등수는 매겨지지 않는다. 평가 기준은 스웨덴에 비해서는 다소 세분화돼 있다. 이 성적은 나중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기초 자료가 된다.
▲ 헬싱키에 있는 라또까르따노 학교 식당 위에 있는 조형물. 핀란드 학교에는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많이 설치돼 있다. 학생들의 감수성을 자극해서 창의성을 붇돋우기 위한 장치다. ⓒ프레시안 |
핀란드는 교육비는 물론 급식도 무료다. 그리고 새롭게 짓고 있는 건물의 콘셉트는 가정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례로 곳곳에 소파가 있어서 공부하다 힘들면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 안에 작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끔 설계하였다.
이런 학교 건물의 설계는 건축가에게 그냥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매 단계에서 학교 측과 상의하면서 교육적 관점을 반영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수위실 같은 교장실
한편, 교장실의 경우는 대부분 수위실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면적도 좁고 투명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교장의 나이도 매우 젊다. 교장은 행정 전문가일 뿐이며, 관리자는 윗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 배경이다. 그래서 교사들이 꼭 교장이 되려하지 않는다. 행정 업무가 적성에 맞으면 교장, 수업 전문성을 계속 쌓고 싶으면 교사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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