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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부인가, 고육가학(苦肉加虐)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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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부인가, 고육가학(苦肉加虐)부인가

[기고] 그래도 '3월 일제고사' 또 보겠다고?

지난해 전국 일제고사 시험일에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전북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인봉 교장은 이번 임실 성적조작과 관련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번 사건이 '실수라면 치밀하게 계산된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성적공개에서)꼴찌를 한 전북의 한 군이 가장 정확하고 정직하게 처리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단지 임실만의 잘못이거나, 전북교육청의 무리한 욕심이 가져온 결과일까. 이미 대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보고되었고, 심지어 서울에서도 성적조작 의혹이 발생했다고 한다. 재수 없게도(?) 임실이 전국 1등을 하는 바람에 가장 먼저 이 사실이 폭로되었을 뿐이고, 가장 먼저 욕을 먹고 있을 뿐이다.

비인간적인 '학생, 학교 줄 세우기'

이번 사태를 맞이하여 다시 한 번 돌아보니 성적조작의 유형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 성적조작의 방식은 참으로 가관이며, 심지어 비인간적이기까지 하였다.

대표적으로는 이번 사건처럼 사후에 성적을 고치거나 백지답안지 등을 빼내고 집계하는 방법이 그것이요, 또 다른 방법은 사전에 예상문제를 나눠주고 집중적으로 공부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지난해에 실시된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 때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고, 그 당시 문제집 내용 일부가 그대로 제출돼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방법과 달리, 정말 비인간적인 방법도 동원되었다. 그 방법은 학교 평균 점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학생들은 아예 시험을 못 보게 하거나, 채점에서 제외해버리는 방법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 일제고사 때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시험성적 평균을 올리기 위해서 운동부 학생들과 특수학급 학생들을 아예 채점에서 제외한 경우가 있지 않았던가. 한 학생이 전인적 성인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학교에서 어떻게 이렇게 비인간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교육과학부인가, 고육가학(苦肉加虐)부인가

사정이 이러한대도, 교육과학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이번 사건이 마치 채점시스템의 미비, 점수집계 시스템의 미비 문제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일제고사, 성적공개, 학교 줄 세우기 정책이 교육에서의 도덕성 상실과 인간성 상실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대학별 신입생 출신고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과연, 본인이 행한 일제고사 성적공개로 인해 얼마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크나큰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느꼈을지 알고 있다면, 거기에 더해 이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연거푸 했을 것인가. 대학별 신입생 출신 고등학교가 공개됐을 때 소위 이류, 삼류로 분류될 학교는 그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터이고, 그럴 때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자존심과 상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교육과학부 장관인지, 아니면 고육가학(苦肉加虐)부 장관인지, 안병만 장관은 자문자답해보았으면 한다.

3월 10일 예정 일제고사 중단해야

진보신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사건을 보며 고등학교 때 학교에 졸러 오던 친구들이 생각났다고 한다. "너희들 떠들 바에는 그냥 자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내신성적을 높여주기 위해 그저 학교에 나와서 자거나, 졸거나 하면서 그 젊음의 귀중한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 말이다.

이제 모든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비인간적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은 중단돼야 한다. 당장 3월 10일로 예정돼 있는 일제고사를 중단하는 것으로부터 이 일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일제고사를 본다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또 그 과정에서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또 다시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학교와 학생을 줄 세울 수밖에 없는 일제고사와 성적공개는 죽었다 깨도 편법과 탈법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국 1등이 누구인지, 전국 최고 학교가 어디인지, 내 등수는 거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며 나날이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어떻게 창의적이고, 조화로운 개인으로 성장하는지에 대한 관심이다. 훨씬 더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마다하고 모든 인간을 수치화, 계량화하려는 신자유주의식의 교육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 사태에서 큰 상실감을 느꼈을 임실군 주민들, 또 순간이나마 '우리가 전국 1등이라니'라며 가슴을 콩닥콩닥 두근거리다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을 고사리 같은 임실군의 초등학생들, 그리고 '내가, 또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전국의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위로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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