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질주하는 신자유주의, 혼돈에 휩싸인 노동정책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질주하는 신자유주의, 혼돈에 휩싸인 노동정책

[MB정부 1년, 평가와 전망]<5> 노동을 언제까지 배제할 것인가

<프레시안>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의제27', 공동대표: 정해구, 홍종학, 김호기)은 오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2월25일)에 즈음하여 연속기획 '이명박 정부의 1년 평가와 2년 전망'을 마련했습니다. 12회에 걸쳐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전망하려는 이 기획의 다섯 번째 글로 류기락 연세대 전문연구원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연재순서

1. 기대와 환멸의 이명박 정부 1년 (바로가기)

2. 실용적 리더십의 그늘 (바로가기)

3. 섬기는 정부는 어디로 갔는가? (바로가기)

4. 한국경제의 역주행 1년 (바로가기)

5. 질주하는 신자유주의, 혼돈에 휩싸인 노동정책 (2월11일)

6. FTA와 대외정책 (2월13일)

7. 거꾸로 가는 사회복지 (2월16일)

8. 환경정책 (2월19일)

9. 교육정책 (2월20일)

10. 언론정책 (2월 23일)

11. 대미/남북관계 (2월24일)

12. 총괄 좌담 (2월25일)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명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97년 외환위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사 기용을 두고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노동문제에 관한 윤 장관의 인식으로, 현재의 고용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청년인턴을 대폭 늘이고 비정규직의 사용기간 제한을 연장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향후 노동정책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제정책에 종속된 노동정책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노동정책은 여전히 주변부에서 맴돌고 있다.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나 청와대의 인적구성에서 노동문제의 현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바다.

한마디로 현 정부는 노동정책을 경제정책에 종속된 것으로, 대기업 주도로 수출을 확대하고 성장 동력을 동원하는 데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지난 10여 년간 노동계와 사용자 단체, 정부 간에 그나마 형식적으로 유지되어왔던 대화 통로마저 차단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와 정책연합을 선언했던 한국노총의 경우에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그 여파가 실물경제 부문으로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상당수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도산, 폐업하고 있으며, 중산층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위시한 가계부채 부담의 확대로 소비지출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소비위축으로 이미 한계상황에 이른 고용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고용 및 노동정책은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을 더욱 줄여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이래 한국사회는 전례 없는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를 경험하였으나 그 충격은 주로 대기업 부문에서 정규직 중심의 단기적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했다. 그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신자유주의 구조개혁 프로그램의 도입에 따른 필연적 결과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변되는 현재의 경제위기는 보다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시장에서 이러한 경제위기의 여파를 가장 먼저 겪는 집단은 전체 고용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부문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이며, 머지않아 그 여파가 정규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은 집권초기 수출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으며, 노동시장 유연화는 비정규직 노동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노동정책

2000년을 전후하여 한국 경제는 성장의 과실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단계로 진입하였으며, 지난해 시작된 전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그나마 플러스 성장의 전망마저 불투명한 마이너스 성장 시대의 도래를 목도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사회안전망의 기반을 마련하려 했던 국민의 정부와 사회정책의 틀을 보다 확대하려 했던 참여 정부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은 정부의 지지기반을 약화하는 족쇄로 작용하였다.

문제는 신자유주의와 수출주도의 발전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과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때에 이명박 정부는 역으로 신자유주의를 덮고 있던 최소한의 외투마저 제거해 버렸다는 점이다. 29세 이하 경제활동 인구의 실업률이 7%에 근접하고 있고, 공무원 시험과 고시 등 취직준비에 몰두하고 있거나 일체의 경제활동을 포기한 인구 역시 2.3%를 넘고 있으니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청년 인구의 전체 규모를 추정하기조차 쉽지 않다.

주지하듯이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평가가 진행되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한 노동집약적 산업의 축소, 세계화와 국제 경쟁의 격화로 인한 제조업의 규모 축소 등이 그 원인이다.

이러한 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하는 데 과거 한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수출주도 성장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아니 세계자본주의의 금융화와 정보화, 지식기반경제라는 변화된 조건 아래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합한 전략을 이해하지 못했다.

집권 초기 이른바 '747 공약'으로 대변되는 수출주도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혼란을 초래하였고,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 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낳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0여년의 신자유주의 개혁 정부의 가장 큰 오점이라 할 수 있는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된 바탕에 고용의 안정성과 질 저하, 청년 실업 문제 등이 있다는 단순한 사실 관계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97년 체제'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에서 고용문제가 처음으로 한국사회에서 전면적인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노동정책을 경제정책에 철저히 종속시킨 이명박 정부는 시작부터 고용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고용 문제에 관한 논의의 초점이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부터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대표되는 낡은 토목경제의 변주로 귀결된 것 또한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요컨대 현 정부의 노동 및 고용 정책은 실업보다는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갖는 편이 나으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유지 혹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문제 인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 노정관계의 역주행

결국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특히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의 질을 유지하는 노력은 연간 60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집권초기의 거창한 계획에 전혀 미치지 못하였다. 지난 10월에는 월 신규고용창출이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으며, 올 상반기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용대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결과를 단순히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이라 할 수는, 청년 실업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구직자를 탓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 운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증가일로에 있는 대졸실업 문제가 젊은 시절 이른바 취업 5종 세트를 준비하고 스펙을 높이기 위해 자기계발에 몰입하는 것으로 해결될 것인가.

고용의 질을 제고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이는 데 재정을 투입해야 하며,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의 패러다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노동시장에서 청년인턴과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완화와 폐지라는 쟁점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 혹은 노정관계의 핵심에는 2010년으로 다가온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가 놓여 있다. 더불어,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 두 문제는 상대적으로 노동시장 내부자와 핵심 노동자 집단의 과제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 혹은 노정관계에 대한 시각에 기인하는 바, 이명박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로 대표되는 일체의 사회적 합의기구의 역할을 축소하고 '법과 원칙'에 기반하여 이들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전망해 보면, 이러한 쟁점들이 상대적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노동조합 운동진영의 고군분투가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민주노총을 둘러싼 정황은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이슈화된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재편했다. 이는 다가올 비정규직 법안 개정과 복수 노조 및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산재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직 역량을 결집하는데 작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요구를 대변하는 민주노총의 역량 약화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전면 금지가 도입되면 노조운동이 사용자에 통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현장에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조 운동의 오랜 과제였던 산별 전환을 통한 조직자원의 확대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며,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급 노동조합의 존립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향후 민주노총이 산별 전환을 가속화하고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방안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는 미지수이다. 특히 대기업 주도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대되고, 민주노총의 지도력과 도덕성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노총이 최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재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황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과제

민주노총을 위시한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조합의 단기적 이해에 몰입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노동조합주의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의 헤게모니를 행사하려 한 것에 더 이상 연연할 것이 아니라 생태와 평화, 교육과 같은 다양한 쟁점에 기반한 광범위한 연대 전략의 구축만이 이명박 정부의 노동배제적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현실에 대한 인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유연한 전술을 마련하는 것에 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20~30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실업의 두려움과 사회적 무기력, 냉소주의가 과거와 같이 큰 목소리와 커다란 깃발 아래 모이는 것만으로 극복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