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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들이여, 결코 용서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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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들이여, 결코 용서하지 말아다오"

[현장] 21번째 촛불 집회…"검찰 스스로 자살 선택한 날"

진혼의 춤이 시연됐다. 전경에 둘러 쌓인 시민은 원을 그린 채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가운데에는 용산 참사 유가족이 있었다. 하루 종일 검찰, 병원, 용산 참사 현장…. 쉼 없이 달렸던 이들은 결국 이날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9일 청계광장 인근 한국프레스센터 앞에는 300명의 시민이 모여 21번째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화가 나 있었다. 20일동안 진행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시민은 검찰 발표를 두고 "검찰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날"이라며 "이명박 정권도 스스로 운명을 다한 날"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왜곡, 편파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

▲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살인정권 이명박 out'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

"당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몸소 보여줄 것"

자신을 촛불 시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검찰 발표를 듣고 굉장히 분노했다"며 자신이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당시 용산 참사가 벌어졌을 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용산 참사는 작전이란 명명 아래 사람을 죽인 살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대한민국이 왜 한순간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며 "용산 참사는 성급히 진압한 경찰에게 책임이 있는데 검찰 수사 결과는 이와 반대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 시민이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들이 나서서 당신들(검찰)이 틀렸다는 것을 몸소 보여줄 것이다"고 경고했다.

송경동 시인은 "오늘 발표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이걸 살리는 건 우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민은 거리에서 무너져 가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것"이라며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독재자는 이름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25일 대규모 범국민대회 개최

시민·사회단체는 10일부터 용산 참사 진상을 규명하려는 투쟁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10일부터 국회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문화예술인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관련 시국 선언', 용산 참사 진상 규명 기획전 등이 계획돼 있다. 11일에는 빈민대책위원회 등의 주최로 '용역 깡패 폭력 증언 대회'를 연다.

12일은 학계 시국 선언 기자 회견과 재개발 관련 3자 개입 도입 규탄 토론회를 진행한다. 13일에는 전국 동시 다발 한나라당 규탄 집회를 연다. 14일에는 제4차 범국민 추모 대회를 진행한다. 물론 매일 촛불 집회도 진행한다.

특히 25일에는 대규모 범국민 추모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위해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해 더 많은 시민단체를 결집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이날 프레스 센터 앞에 모인 시민은 저녁 8시 30분 경, 집회를 마치고 경찰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벽으로 경찰청 정문을 막고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결국 시민들은 경찰청 인근에서 정리 집회를 마치고 밤 10시경 자진 해산했다.

▲ 진혼무를 추고 있다. 춤시위를 보며 유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프레시안
▲ 촛불 집회에 참석한 유가족. ⓒ프레시안
▲ 촛불 집회에 참석한 여학생들. 이들은 손에 '학살 만행, 이명박 퇴진'이란 피켓을 들고 있었다. ⓒ프레시안
▲ '학살 만행, 이명박 퇴진'이란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 ⓒ프레시안
▲ 이날 집회는 경찰이 둘러싼 가운데 원형을 이뤄서 진행됐다. ⓒ프레시안

이날 촛불 집회에서 송경동 시인은 용산 참사에서 희생된 5명의 철거민을 위로하는 시를 읊었다. 아래 그의 시 전문을 싣는다.

너희를 죽이고 가마- 용산 참사 열사들을 생각하며

나는 네 번 죽었다.
첫 죽음은 이 자본주의사회에
가난하고 평범한 이로 태어났다는 죄였다
차별과 기회의 불균등 속에서
어린 동심을 죽이고 소년소녀의 꿈을 죽이고
청년의 가슴을 죽였다

살아야겠기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이상과 이성과 용기와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내 스스로 죽여야 했다

두번째 죽음은 철거였다
당신은 이 세상에 세들어 사는 하찮은 이였다는 통보
너는 이 세계에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외지인이라는 딱지
하늘과 땅 사이 어디에도 깃들 곳 없는 부평초 인생이라는 낙인
쓰라린 가슴이 동굴 속처럼 텅비었다

세 번째 죽음은 화형이었다
뿌리 뽑힌 주소지를 들고
살기 위해 망루를 오르자
너희들은 세도 권리금도 필요치 않은
저 높은 저 하늘나라로 가서 살아라고
이 땅에서 얻은 단 하나릐 몸마저 벗고
휠휠 날아가 버리라고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4층 망루에 가둬두고
아래에서 불길을 지폈다

이렇게 세 번 죽임을 당하고도
나는 아직 죽지 못하고
네 번째 죽임을 당하고 있다
오를 곳이라곤 저 하늘 밖에 없었던
내 인생이, 내 가족들이, 내 이웃들이, 내동료들이
폭력 집단이라 한다.브로커라 한다.
분명히 나는 죽었는데 죽인 이는 없다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죽어서라도 가고 싶던 저 해방의 나라
저 평등의 나라, 저 사랑의 나라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살아 투쟁 중이다
죽은 자에게까지도 투쟁을 요구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 이 야만의 세계
이 예의없는 세상을 철거하기 위해
철거당해야 할 것은
벌거벗은 이들의 처절한 투쟁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뜨거운 3자 연대가 아니라
너희들의부정한 착취와 독점과 공권력이라고

오, 사잔들이여
나는 죽어서도 투쟁한다
죽어서도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죽을 수도 없는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내 아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아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이웃들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동지들이여 결단코 결단코 용서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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