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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해직 위기 교사 "진실을 가르쳤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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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해직 위기 교사 "진실을 가르쳤을 뿐인데…"

[인터뷰] 징계 앞둔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

지난해 말, 일제고사 대신 체험 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이 7명의 초·중등교사를 파면·해임한 사건은 큰 파장을 불렀다. 지나친 징계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심지어 여당 의원도 시교육청을 비판했다. 현재 해당 교사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소청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같은 일로 곧 중징계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한 교사가 또 있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일제고사에서 서울 서초구 세화여중 3학년 학생 100여 명은 백지 답안을 제출했다. 일제고사에 반대한다는 의사의 표시였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수 언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생을 선동했다고 몰아갔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공립학교 교사를 파면·해임하면서 사립학교인 세화여중 재단에 이 학교 김영승 교사에 대한 자체 징계를 권고했다. 김 교사는 일제고사 시행 전, 3학년 수업에 들어가 일제고사에 대해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했었다.

학교 재단 측은 오는 7일 김영승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김 교사에게 보낸 징계사유서에는 성실과 복종의 의무, 직장 이탈 금지, 그리고 사립학교는 공립학교 교원의 복무를 적용한다는 사립학교법 위반 등이 적혀 있었다. 성실과 복종 의무 위반은 현재까지 일제고사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혐의'다.

소문이 퍼지면서 세화여중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재학생들은 "우리가 백지를 낸 건데 왜 선생님한테 그러냐"고 했고, 졸업생들은 "내가 기억하는 세화는 이렇지 않다"고 항의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카페에는 현재 700여 명 가까이 되는 회원이 가입했다. 애초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로 예정됐던 지난 1월 29일 세화여중 맞은편 반포초등학교 앞에서는 150여 명이 모여 김영승 교사를 응원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지난 1월 15일부터는 세화여중 정문 앞에과 학교 재단인 태광그룹 앞에서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20일 넘게 이어지는 학교 앞 1인 시위는 이제 제법 구색을 갖췄다.

지난 4일 찾아간 학교 앞에서 김영승 교사는 자신의 차 트렁크에 작은 '다방'을 차려 오가는 이들과 따뜻한 음료를 나눴다. 옆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제법 많은 종이컵이 쌓여 있었다.


▲ 일제고사에 대한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징계 권고를 받은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 ⓒ프레시안

"다른 이유까지 끼워넣어 징계하려 한다"

"징계사유서를 보면 제가 참 파렴치하고 정치적인 인간이었던 것 같더라.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김영승 교사가 세화여중·고에서 재직한 것은 1996년부터였다. 13년간 학교에 재직하며 김 교사는 급식 환경 개선에 앞장서 모범 학교로 인정받게 하는 등 학교 운영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랬던 그는 지난 1월 자신 앞으로 날아온 징계사유서에 할말을 잃었다.

징계사유서에는 백지 답안 뿐만 아니라 다른 사유들이 함께 적혀 있었다. 학교 측은 김 교사가 지난 10월 일제고사 전 학교 교사들에게 '교사 반대 선언' 서명 참여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발송하고, 서명지를 부착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처분서에 적시된 내용이었다.

김 교사는 "백지 답안 때문에 징계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학교가 다른 이유까지 끼워 넣어서 사유를 만들어냈다"며 "여러 통로로 들리는 이야기를 봐서는 중징계를 할 모양"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동료 교사는 "평소 미웠던 교사에게 교육청에서 징계를 하라고 한 것"이라며 "때리고 싶었는데, 때리라고 방망이를 준 셈"이라고 거들었다.

"부당한 징계 사유, 누구나 알 수 있다"

징계 소식이 알려진 뒤 김영승 교사에게 힘을 주었던 이들은 다름 아닌 학부모와 학생들이었다.

4일 오전에도 3명의 학부모가 징계위원 중 한 명인 세화고 교장을 방문하러 가는 길이라며 정문 앞에서 김 교사와 인사를 했다. 그는 "급식업체를 바꿀 때 특히 학부모들의 신임을 받았다"며 "저를 좋은 교사라고 기억하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온·오프라인으로 모집하고 있는 탄원서도 2000장이 넘었다. 김 교사가 부임하기 전에 졸업한 친구들도 자기가 기억하는 세화, 바라는 세화는 이런 모습이 아니라며 연락을 해왔다.

학교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맞서 교사들에게 탄원서에 서명을 하지 말라고 일일히 전화를 돌리는가 하면, 김 교사를 돕겠다는 졸업생에게 연락해 학교로 부르기도 했다. 또 항의 집회를 할 수 없도록 학교 인근에 집회 신고를 먼저 해놓기도 했다. 김 교사는 "징계 사유가 부당한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 아닐까"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처럼 체험 학습을 안내하거나 조직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이들이 시험 왜 봐요? 안 보면 안되요? 라고 물었을 때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시끄럽다고 다그치지 않았던 것 뿐이다. 법률적으로 원래 교과부 장관에게 권한이 있던 시험이고, 그런 시험이 전집형으로 바뀌었고, 선택권은 너희에게 있다고 사실 그대로 얘기해 줬을 뿐이었다. 백지 답안은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

김 교사는 사립학교와 재단이 교사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그간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화여중에 있는 전교조 조합원은 13명으로 세화고나 세화여고보다 월등히 많다. 학교 측에서 세화고, 세화여고에 있던 전교조 조합원 교사를 중학교로 발령한 것이다. 그 역시 세화여고로 부임한 뒤 전교조 가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1년 만에 세화여중으로 옮겨야 했다.

그는 "그간 인사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급식 문제 등으로 학교 앞에서 집회를 하는 등 문제 제기를 해왔다"며 "이번 사건은 저에 대한 징계 성격도 있지만 조합원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도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7일 열리는 징계위에 대해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징계를 하기로 한 결정 자체가 워낙 부당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인해서 저,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받을 상처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청심사, 행정소송, 민사 소송까지 끈질기게 싸울 것"이라며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 반포초등학교 앞에서는 또 댜시 김 교사를 응원하는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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