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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 리더십의 그늘

[MB정부 1년, 평가와 전망]<2> 시스템의 붕괴, 실종된 소통의 정치


<프레시안>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의제27', 공동대표: 정해구, 홍종학, 김호기)은 오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2월25일)에 즈음하여 연속기획 '이명박 정부의 1년 평가와 2년 전망'을 마련했습니다. 12회에 걸쳐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전망하려는 이 기획의 두 번째 글로 고원 상지대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연재순서

1. 1년 평가와 2년 전망 총론(바로가기)

2. 리더십과 당정관계 (2월4일)

3. 시민사회와 거버넌스 (2월6일)

4. 위기의 한국경제 (2월9일)

5. 노동정책 평가와 전망 (2월11일)

6. FTA와 대외정책 (2월13일)

7. 거꾸로 가는 사회복지 (2월16일)

8. 환경정책 (2월19일)

9. 교육정책 (2월20일)

10. 언론정책 (2월 23일)

11. 대미/남북관계 (2월24일)

12. 총괄 좌담 (2월25일)

아마 국민들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지난 1년간을 매우 길고도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역대 정권 중 집권 1년차에 이렇게 엄청난 사건들이 변화를 겪은 예가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임기 말 현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노쇠하고 피로감에 찬 모습들이 자주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권력기반이 매우 취약하고 불안정하다는 증거는 많다. 무엇보다 작년 촛불집회 사건으로 지지세력의 절반을 잃어버린 이후 구조적 반등에 전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지지기반도 확고하게 장악되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정치권 내 보수세력은 친이계와 친박계로 분열되어 있다.

지난 18대 총선을 통해 거대 여당이 탄생했지만 12월 국회에서는 불과 80여석의 약체 야당에게 밀리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이에 도대체 되는 일이 뭐냐는 여론의 불만들이 비등하게 올라오고 있다. 세계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의 상황을 계속 악화시켜 가는 가운데, 사회갈등의 불길은 정치권, 언론, 민생현장, 인터넷 공간 등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현 집권세력이 갈등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단적인 표시이다.

이런 상황들은 이명박 정부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지난 집권 1년 동안 이명박 정부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느라 집권기반의 구축에 힘을 쏟을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아직 정권의 기반을 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길한 징후들이 도처에서 빈발한다. 그래서 매사가 다급하다.

무리를 해서라도 뭔가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박감이 대통령을 사로잡고 있음이 역력하다. 그래서 새해 들어 권력기관장의 인사 방향을 친위체제 구축으로 확실하게 굳혔다. 그런데 이것이 또 용산참사로 치명적인 흠집이 나버렸다. 4월 재보선, 9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에서 자칫 구멍이 뚫리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국면으로 급속하게 발전하게 된다.

▲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들과의 오찬 ⓒ뉴시스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낮은 성과의 배경에는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가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히들 '개발연대의 리더십', '밀어붙이기식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CEO리더십', '불도저리더십', '실용적 리더십' 같은 어감이 나쁘지는 않았던 라벨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의 시스템을 그렇게 편재해 놓았다.

제왕적 대통령과 허약한 보좌진

먼저 정부의 시스템 문제를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의 의사결정시스템을 매우 수직적이고 일원적인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출범 초 이 정부의 조직개편이 그랬다. 완전히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시한 것인데다가 무엇보다도 청와대의 지령을 수행하는 획일적이고 수직적인 구조로 짜놓았다. 그러다보니 부처 상호 간에, 상하 간에 검증해 주는 시스템이 없어져 정책에 허점이 난무했다.

오직 대통령의 주관적 판단만이 관료적 합리성을 압도하였고, 관료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지시대로만 따라갔다. 그러다보니 발표한 정책들마다 앞뒤가 안 맞았고, 실책을 연발하였다. 대통령의 보좌진들 또한 실무적 서기의 기능을 벗어나지 않고 책임을 면탈하기 위해 거기에 안주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정치적 견제기능이 아예 작동을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집권세력 내부의 당·정·청, 여·야, 국가·시민사회 간에 모든 정치적 견제기능이 작동을 멈췄다. 대통령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함께 끌고 가는 정치의 역할에 대해 자각이 없다. 오히려 정치가 왜 필요한지 거꾸로 반문하는 표정이다.

강력한 추진력의 리더십이란 정치와 무관한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매우 저돌적인 사람이었지만 여론의 압력을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소통의 귀재였고, 정치적 반대세력과도 신뢰와 친교를 형성할 줄 알았기 때문에 그가 미국사회에 끼친 악영향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늘 떠나지 않는다.

독주하는 대통령, 추락하는 집권여당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은 당정관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얼마 전 한나라당을 무리하게 들러리로 세우려는 시도를 하다가 국회파행 사태를 초래하였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법은 국회의장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몰랐다"고 비판할 정도로 청와대는 여당을 하수인이나 다름없이 다루었다.

또 중요 인사 때마다 한나라당을 번번이 '쪽팔리게' 만들어 한나라당 내부가 부글부글 끓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제 하에서, 특히 우리나라처럼 견제와 균형의 제도화가 여전히 미비한 상황에서, 권력의 위세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집권 초반기에는 당이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굽실 행보'로 일관해 왔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대사고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한 속에서도 지지율에 큰 변동을 겪지 않았다. 물론 야당의 허약성 때문에 얻은 반사이득의 성격이 가장 컸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줏대 없는 모습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니 한나라당이 난리를 쳐댈 기세이다. 집권 2년차에 들어가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각종 재보선과 지방선거에 임박해 갈수록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뜻을 따라주기란 더욱 쉽지 않다.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을수록 한나라당은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몰두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을 하수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여당이 정권을 보위하는 최후의 둥지라는 인식이 없는 것이다. 여당의 지지기반이 와해되거나, 여당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차별화의 대상이 되어 힘이 빠지고 미아신세가 되고 마는 후과를 피할 수 없다.

민주화 이후 모든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다. 비근하게 노무현정부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 원맨쇼를 하면서 당의 위상과 체면을 망가뜨렸다. 심지어는 당의 두 대들보를 내각으로 차출하여 당의 리더십을 결정적으로 약화시켰다. 당은 당대로 대통령에게 내둘리면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 결과로 당은 더 빨리 추락하였다. 당의 기반이 붕괴되자 대통령도 춥고 외로웠다. 끝내는 당으로부터 차별화의 대상이 되었고 사실상 출당되었다.

김대중 정부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면, DJ의 권위에 도전했던 소장개혁그룹들이 쇄신운동을 통해 당의 기반 붕괴를 막고 나아가서는 정권재창출에까지 성공하였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수난을 훨씬 덜 겪었으며 자신의 치적을 보존하여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해법은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대의 흐름을 용인하고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지금 시대의 흐름은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의 지배구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의사전달이 핵심적인 행태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자율과 개방이 확대되는 쪽으로 뚜렷하게 전환하였다. 자율과 개방의 관계는 집권세력 내부에서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확고하게 진척되었다. 2002년에서 2004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이미 그런 방향으로 확고하게 정치개혁을 전개하였다. 양김 씨의 무기력한 퇴장은 이미 그런 흐름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그런 정치개혁의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면한 리더십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의 주요 정당지도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들에게 정치를 일임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여론을 결집해 달라고 하면서 책임을 나눠 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거기에서 나온 결론을 존중하고 그에 입각하여 국정운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위기의 시대, 리더십이 변해야 산다

마지막으로 위기의 리더십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지금은 외환(外患)의 위협이 도처에 널려 있는 시기이다. 외환의 위협은 정권의 요새를 한방에 날릴 수 있는 중대한 도전이지만, 거꾸로 정권을 사회통합의 구심으로 인식시키면서 권력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새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바로 그런 리더십을 통해 미국인들을 단결시키고 자신의 강력한 권력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97년 IMF사태 때 김대중 정부가 소수파정권의 약점을 극복하고 권력기반을 안정시키는 데 일정한 효과를 보았던 예가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그런 기회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 대한 위협을 자초하고 있다.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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