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을 범죄로 만드는 세계적 경향"
더구나 한때 사회주의를 하자고 공장에 침투하였던 인간이 돌아가신 분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라고 이름 붙이며 사건의 총책임자를 옹호하고 나섰다. 생존을 위해 건물을 점거하였던 분들이 테러리스트라면 혁명을 하겠다고 공장에 침투하였던 그 인간은 '테러리스트 중의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사회운동에 대한 이런 공격은 한국만의 사건이 아니다. 벨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장의 곳곳에서 사회운동에 대한 국가권력과 초국적자본의 야만적인 공격에 대한 고발과 성토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불법적인 체포와 고문,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 엄청난 벌금의 부과, 집시법 등 기본권에 대한 개악, 경찰의 군사화(militarization of police), 정보기관에 의한 조직 사건 등.
이것이 사회운동에 대한 범죄화(discrimination of social movements), 저항에 대한 범죄화(discrimination of protest)는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신자유주의에 의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격이다.
외국 자본의 해결사로 나선 정부…'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낳은 풍경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페루이다. 페루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된 이후에 광산 개발 등의 명목으로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파괴가 격화되었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서 외국 투자 자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 자본을 보호하지 못한 죄로 국가가 변상을 해야 한다. 한미FTA에서도 말썽을 일으킨 것중에서 대표적인 게 바로 이 조항(투자자-국가 소송제)이다.
무분별한 광산 개발로 인해 주민 공동체는 파괴되고 자연은 오염되었다. 이에 원주민들은 저항을 시작하였다. 지난 1년간 원주민들의 저항은 2배로 늘어났으며 그 이유 중에서 47%가 생태적 이유였다.
그 중 대표적인 마하스 지방의 경우는 중국계 회사의 이익을 방어하고자 정부가 나선 경우이다. 이곳 주민들의 저항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무자비하였다. 살인과 고문은 물론이다. 법을 개정하여 저항을 이끄는 공동체의 대표는 25년간 징역살이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테러리스트' 꼬리표 달기, 신자유주의 정부의 도깨비 방망이
정부는 있지도 않은 조직을 조작하여 공동체 지도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공격하였다. 증언을 하던 페루의 활동가는 그 조직망속에 자신의 이름을 가르키며 웃었다. 이들의 저항을 호의적으로 보도하던 라디오 방송국은 폐쇄되었다.
이들 가운데 수백 명이 한꺼번에 고소를 당하고, 테러리스트로 지목됐다. 정부는 이들을 관타나모에 갇힌 사람들처럼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워 쓰레기처럼 쌓아놓기도 했다.
다른 마을에서는 개발에 반대하는 단체를 이끌던 가톨릭 사제를 고발하도록 마을 주민들을 협박하기도 하였다.
어떤 곳에서는 개발에 반대하던 시장을 테러리스트로 고발하여 관직에서 쫓아내기도 하였으며 공동체 회의를 통하여 개발 계획을 비토한 지역의 마을지도자 전원을 테러리스트로 체포하기도 하였다.
한때 사회주의자당을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나서던 그 인물이 용산에서 돌아가신 분들에게 씌운 죄목인 '테러리스트'는 이처럼 신자유주의가 가장 사랑하는 도깨비 방망이이다.
▲ 개발에 반대하던 원주민들에게 페루 정부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한 것처럼 비닐봉지를 씌우고 쓰레기 취급을 하였다. ⓒ엄기호 |
도로시 수녀, 지주들에게 암살 당하다
이번 사회포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중의 하나가 도로시 스탕 수녀를 기념하는 텐트다.
아마존의 부분별한 개발에 반대하고 그곳에서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일을 하던 도로시 수녀는 2005년 2월 12일 대지주들이 보낸 암살자들에 의해서 살해를 당했다.
목격자들의 이야기에 바탕을 둔 보도에 따르면 "청부업자들은 도로시 스탕 수녀에게 다가가 마구 욕설을 한 뒤 그녀가 무시하며 반응을 보이지 않자 3발의 총을 쏘았다. 청부업자들은 쓰러진 도로시 스탕 수녀에게 다시 한 발을 쏘아 확인사살을 했다"고 한다. 세계사회포럼이 열리고 있는 이곳 파라(Para)에서 벌어진 일이다.
"신자유주의야말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테러다"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동생은 "1986년 거기 갔을 때도 어떤 남자가 우리를 따라다녔다. 땅주인들은, 돈 몇 푼이면 언제라도 귀찮은 사람들을 없애버릴 수 있다고 했다"고 눈물로 증언하였다.
도로시 수녀가 요청하였던 신변보호는 완전히 무시당하였다. 돈에 눈이 먼 대지주들과 이들과 결탁한 해외자본, 그리고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든 펼치는 국가의 합작품이다. 신자유주의야말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테러라는 것을 도로시 수녀는 온몸으로 증언한 것이다. 이것은 룰라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모든 것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생존권 투쟁에 대한 공격이다.
▲ 도로시 수녀를 기념하는 텐트에서 열띤 토론을 하는 참가자들. 신부에서부터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수녀를 기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걸개그림에 나온 것처럼 이들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인 신자유주의의 종식을 요구한다. ⓒ엄기호 |
"인권단체는 외국에서 후원받지 말라"고 하는 이유
2008년 2월 살바도르에서는 물의 사유화에 반대하던 13명의 시위대가 '반테러법'에 의해서 기소되었다.
에디오피아에서는 '인권'이라는 이름을 내건 단체는 무조건 사업비의 90%를 국내에서 조달하여야한다.
외국에 대한 의존과 부정부패를 막는다는 명목에서다. 외국의 내정간섭으로부터 국가를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자생성을 키운다는 그럴듯한 명분은, 그러나 사실은 인권운동의 씨를 없애고 사회운동단체의 국제교류를 막겠다는 전략이라고 에디오피아에서 온 활동가는 목청을 높였다.
미국, 9.11 이후 제3세계 부패 정권과 손잡다
증언은 멕시코, 카메룬 등 대륙을 가로지르며 이어졌다.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인권옹호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전미법률가협회(The America Association of Jurists)에서 온 활동가는 이런 경향은 미국이 9.11이후 시작하고 주도해왔다고 비난하였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옹호하기위해 제3세계 부패한 정권과 손잡으며 벌린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사회운동에 대한 유례없는 공격이 9.11이후 벌어졌었다고 증언하였다.
테러와의 전쟁?…"인권 활동가를 향한 테러는 더 심해졌다"
이런 과정에서 벌어진 가장 황당한 일이 바로 인권활동가들이 약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자신의 본업이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어야하는 점이라고 지적하였다.
인권활동가들이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자신들을 향해 날라오는 테러리스트라는 협박과 공격, 그리고 소송에 맞서야하다보니 본연의 인권옹호활동을 할 겨를이 없는 덫에 걸려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인권활동가들이 처한 딜레마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용산 참사, 세계 곳곳으로 복제됐다…'군사 작전' 펼치는 경찰
다른 한편 그는 가장 심각하게 우려해야하는 것으로서 경찰의 군사화를 지적하였다. 곳곳에서 경찰이 치안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작전'을 펼쳐야하는 지역을 포위하거나 점거하고, 그 안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듯이 신속하게 '속도전'으로 일을 처리한다. 행정에 속하는 치안과 경찰이 국방의 영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아니 행정이 국방화한 것이다. 한국의 용산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니었던가?
참석자들은 사회운동과 저항을 범죄하는 것은 단지 '독재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의해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야만이라고 입을 모았다.
초국적 자본과 대지주, 그리고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사회적 타협도 시도하지 않은 채 속도전을 펼치는 신자유주의에서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이다.
▲ 300명의 주민들이 체포된 것을 알리는 페루 신문. 초국적자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찰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군사작접을 펼친다. ⓒ엄기호 |
'통치의 군사화', 신자유주의 정책의 필연적 귀결
이처럼 신자유주의는 단지 경제적인 정책인 것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통치 전반의 총체적인 변화이며, 그 귀결점은 '속도전'이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통치의 군사화이다.
이것은 페루나 카메룬과 같은 못사는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촛불에서부터 시작하여 미네르바를 거쳐 용산으로 이어진, 바로 한국의 이야기가 아닌가?
- 제9차 세계사회포럼 현장 중계 ☞ "너희들의 위기, 우리는 대신 짊어질 생각이 없다" ☞ "뻔한 구호는 이제 그만"…"질문,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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