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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가 20억달러 손해 끼쳤다면, 강만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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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가 20억달러 손해 끼쳤다면, 강만수는?

[기자의 눈] 피해망상 정부의 책임회피 관료들

검찰은 구속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가 지난달 29일 인터넷에 올린 글로 인해 정부가 20억 달러 손해를 봤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주선)는 기획재정부 외화자금 관련 부서 간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모 씨(31)가 '대정부 긴급공문발송-1보'란 글을 다음 아고라에 올린 지난해 12월 29일 실제 달러 매수 주문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공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 말 한마디로 20억 달러 손해?

미네르바가 지난달 29일 "오늘 오후 2시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매수를 금지할 것을 공문으로 긴급 전송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실제 오후 2시부터 달러 매수 주문이 1일 거래량의 39.7%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는 것. 또 하루 뒤에는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달러수요인 38억 달러보다 22억 달러가 많은 60억 달러의 외환수요가 집중돼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박 씨가 자신의 글로 인해 달러 매수세가 증가,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소모하게 될 것임을 알고 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공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또 그의 글이 <블룸버그>를 통해 해외로 타전되는 등 우리 정부의 대외신인도를 저하시켰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와 검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미네르바의 주장대로 정부가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지난 12월 26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주요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를 자제할 것을 주문하는 등 실제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연말에 기업들의 결제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정부 입장에서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개입 방법과 정도가 적절했는지는 사후 평가 대상이다.

연말은 원래 달러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다. 따라서 미네르바의 말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친 단일한 변수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네르바 글 때문에 과도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은 입증되기 힘든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네르바가 대중들에게는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서도 그의 신뢰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정부와 검찰이 오히려 미네르바를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와 검찰의 주장이 과하다는 것이다.

MB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인한 손실은?

'말 한마디가 외환시장을 교란시켜 손해를 입히고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재정부와 검찰의 주장에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환율은 경제주권을 방어하는 수단이다. 시장에 맡기는 것인 아니다"고 밝히는 등 여러 차례 고환율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고환율 정책을 둘러싼 비판이 쇄도하자 강 장관은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환율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면서 "기자들이 지어낸 말"이라고 언론 탓을 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강 장관은 이내 "경기상황을 봐가면서 저환율정책을 쓰기도 하고 고환율정책을 쓰기도 한다. 외환보유고를 아껴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한 것은 강 장관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8일 "달러를 갖고 있으면 환율이 올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기업이나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기업에 압력을 넣기도 했다.

미네르바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경제대통령'이라고 추앙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강만수 장관이나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 정부의 환율 관리 실패로 인한 손해는 천문학적 규모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8년 3사분기 기업경영 분석 결과를 보면, 상장법인 16000여 개의 3사분기 외화손실이 8조3000억 원에 달했다. 올 1사분기부터 따지면 14조5000억 원이었다. 4사분기는 원-달러 환율이 1200-1500원대를 오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을 볼 때 환차손은 10조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해 상장기업들의 환차손이 30조 원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환율 정책의 책임을 물어 최중경 당시 재정부 차관을 경질시켰다. 강 장관의 '대리 경질'인 셈이다. 이걸로 끝이었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경제관료들의 정책 결정에 따르는 책임을 아예 면해주기로 했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관료들의 잘못을 눈 감아주는 '적극행정 면책 제도'를 도입하겠했다. 감사원은 지난 연말 사심 없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 결과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절차적 하자가 있었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어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2009년 예산 집행과 관련해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일들을 떠올려 보면 미네르바에 대한 엄격한 사법 처리가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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