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지난 9일 "전교조, 그 이름이 이젠 부끄럽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최 교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글을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해직 이후 대응 과정에서 최 교사가 전교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조직 내 권력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 이어 <조선일보>가 "전교조의 배신으로 찢긴 가슴 어찌하나"라는 제목으로 이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이에 대해 최 교사는 11일 <프레시안> 등 언론사에 반박문을 보내고 "왜곡된 기사를 실은 <동아일보>와 황규인 기자에게 정정보도와 함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서울시교육청의 해임 통보를 받은 뒤 항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혜원 교사. ⓒ프레시안 |
최 교사는 "그러나 막상 기사를 보니 저의 전교조에 대한 뿌리 깊은 애정과 신뢰, 무한한 자부심은 다 짤려져 있고, 오로지 그들이 원하는 부분만을 조각내어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을 마음대로 끌어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사는 "조직 안에서 제가 저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에 귀 기울이고 수용해 건강한 성장의 계기로 삼는 전교조는 당신들 조중동의 바램과는 달리 '매우 건강한' 조직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런 쓰레기같은 기사를 내서 전교조를 부수고 싶을 만큼 당신들은 전교조를 의식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 교사는 "제가 전교조의 투쟁을 위한 '희생양'으로 보였습니까? 그런 저를 '희생양' 삼아 당신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습니까? 전교조에 이용당한 가엾은 어린 여선생을 만들어내어 전교조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를 만들고 싶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다음은 최혜원 교사의 글 전문.
9일, 10일 이틀 간 저희 반 아이들과 함께 고양이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해직 당하고 정말 많은 일들이 쏟아졌지만, 그 중에 전 고양이 캠프를 제일 기다려왔어요. 딱 한 번이라도 교장, 교감과 경찰들의 감시 없이 아이들을 만나 뛰어놀고 싶단 맘에 얼마나 설레이며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학교측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열 명이나 간단 말에 저는 전날부터 두근거리며 짐을 싸고 캠프 다녀올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설레이며 기다렸던 고양이 캠프를 떠나는 9일 아침, 기쁘고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랄 그 날에 저는 그야말로 치를 떨리게 하는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9일자 동아일보의 사회면 머릿기사에 실린 "전교조, 그 이름이 이젠 부끄럽다" 라는 기사였습니다. 그 기사에는 제가 전교조 본부의 조합원 게시판, 즉 조합원에게만 공개되어있는 비공개 게시판에 올린 글 내용의 일부가 부분 부분 짜깁기되어 있었습니다. 더구나 누구든 시선을 끌 만큼 전교조에 대한 원색적인 제목을 단 채 자랑스럽게 머릿기사로 실려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럴 듯한 소설 한 편을 써놓고는 무엇이 자랑스러운지 '단독' 까지 붙여 실었더군요. 아이들 챙겨 버스에 올라야 했던 저는 그 분노를 풀어낼 새도 없이 가슴 속으로 삭혀가며 캠프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설레임, 절절한 애정, 애틋한 그리움으로만 가득해도 모자랄 그 시간을 저는 가슴 한 켠에 분노와 설움을 담은 채 보내야만 했습니다. 저에게 너무나도 간절했던 치유의 시간을, 그들은 그렇게 짓밟힌 곳에 두 번, 세 번 발길질을 보내 잔혹하게 뭉개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꾹꾹 억울함을 참아내며, 아이들에게 혹시나 어두운 표정 비칠까봐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떠들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꾹꾹 참아낸 분노와 억울함이 아이들을 방에 재워두고서 토닥토닥 하고 저 홀로 남겨지니 터져나오더군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억울해요!' '분해요!' 하는 말 밖엔 나오질 않았습니다. 발을 쾅쾅 구르고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고 지금 당장이라도 그 기사를 쓴 <동아일보>의 황규인 기자에게 찾아가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언론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요? 언론은 대중의 눈과 귀와 입이 아니었던가요? 관심이 필요한 곳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 언론 아니었던가요? 아마 이것 모두가 제 착각이었나봅니다. 그래요, 원래부터 저는 조중동을 신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언론으로서의 건강함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기를 희망했었나봅니다. 세상에 두 번 세 번 짓밟혀 하루 살아가는 것이 매서운 칼바람에 속살 드러내고 걷는 것 마냥 춥고 외로웠던 저에게, 그래요, 당신들 표현을 빌자면 어리고 철없을 나이에 '해직'이라는 엄청난 일을 당해야 했던 저에게, 당신들은 그나마 남아있던 제 자부심과 당당함 마저 짓밟고 또 유린하는군요. 기사를 보고 난 뒤, 저는 이 문제가 그냥 제가 울분을 토하고 나면 끝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나라의 언론이 건강하길 바래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은 메이저 언론임을 자처하는 보수 언론 조중동의 한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태입니다. 저는 이번 글을 통해 동아일보의 기사에 대한 제 입장과 진실을 밝히고 왜곡된 기사를 실은 동아일보와 황규인 기자에게 정정보도와 함께 공식 사과를 요구합니다. 일단 기사 원문과 몇몇 보수 인터넷 언론에 그대로 올라온 제 원글을 읽어보시고서 제가 쓴 글을 통해 사건의 경위를 다시 한 번 살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보수 언론에 실린 제 글이 인용된 기사의 목록입니다. <동아일보> '전교조, 그 이름이 이젠 부끄럽다' <조선일보> '전교조의 배신으로 찢긴 가슴 어찌하나' <올인코리아> '믿지 말자 전교조, 속지 말자 민노당에' 원문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폭압적인 일제고사와 부당 징계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보다 미온적인 대응을 한 본부 지도부 중 일부에게 보다 강력한 대응을 원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늘 말씀드렸듯 일제고사 반대에 대한 정당성은 저에게 있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고민하려고 노력했던 3년차 어린 여교사에게도 일제고사는 분명한 사회악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전교조가 더 '전교조 적'으로, '전교조 답게' 행동하길 바랬던 겁니다. 그렇기에 더욱 더 강한 어조로 애정어린 비판을 보냈던 겁니다. 그러나 막상 기사를 보니 저의 전교조에 대한 뿌리 깊은 애정과 신뢰, 무한한 자부심은 다 짤려져 있고, 오로지 그들이 원하는 부분만을 조각내어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을 마음대로 끌어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은 하종강님의 홈페이지에 실린 이번 사태에 대한 글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도둑괭이님의 진의조차 왜곡하는 동아일보') 그들은 정체도 모를 한 전교조 A교사가 보내왔다며 비공개된 조합원만의 게시판의 글을 퍼다가 짜깁기하여 "전교조 본부는 대의원 회의를 통해 시험 거부 등 적극적인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 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서울지부가 무리한 반대운동을 벌였"으며 "징계 교사들은 결국 전교조 내 권력 싸움의 희생양"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일제고사 건에 대해 강력한 대응이 아닌 권력과 정부의 눈치를 본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는 전혀 다릅니다. 마치 제가 '전교조 내의 권력 싸움' 에 대해 비판한 것 처럼 왜곡한 것이지요. 저는 그들의 편집 의도를 도저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교조 또한 생각이 다른 많은 조합원들의 집합입니다. 당연히 갈등과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저는 평화교육을 공부하며 '갈등'이란 없애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오히려 그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 새롭게 태어나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조직 안에서 제가 저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에 귀 기울이고 수용해 건강한 성장의 계기로 삼는 전교조는 당신들 조중동의 바램과는 달리 '매우 건강한' 조직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쓰레기같은 기사를 내서 전교조를 부수고 싶을 만큼 당신들은 전교조를 의식하고 있습니까? 그만큼 전교조에 쫓기고 있습니까? 저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두려웠습니까? <동아일보>의 황규인 기자님, 마치 거짓을 진실인 양 조각조각낸 뒤 그럴 듯하게 포장해 속아 넘기는 싸구려 글솜씨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당신은 제게 있어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버리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사회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당신의 기사 속에 등장하는 '최혜원'은 대체 누구입니까? 당신이 길바닥에 내쳐지고도 자부심과 긍지 하나로 하루 하루를 끈질기게 살아왔던 저를 단 한 번이라도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면, 아니, 나의 글을 조금이라도 깊이 있게 읽어보았다면 당신이 과연 그런 기사를 쓸 수 있었을까요? 그래요, 아마 황규인 님 당신에게도 어리고 토끼같은 맑은 눈망울을 가진, 어쩌면 제 제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아이들이 있을테지요. 그 아이들 먹여살리겠다고 데스크에 앉아 비공개된 홈페이지의 글을 조각내어 끼워맞추는 당신의 그 조악한 상상력이, 그 조악한 기사를 머릿기사로, 단독으로 싣는 조선, 동아 당신네들의 그 수준 이하의 행태가 저는 당신의 아이들 앞에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제가 전교조의 투쟁을 위한 '희생양'으로 보였습니까? 그런 저를 '희생양' 삼아 당신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습니까? 전교조에 이용당한 가엾은 어린 여선생을 만들어내어 전교조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를 만들고 싶었습니까? 전교조 안의 일부에 불과한 갈등을 거대하게 부각시켜 전교조를 산산조각내고 싶었습니까? 진심을 이미 다 알면서도 사실을 왜곡하고 편집해 당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그 행태는 언론인으로서의 양심도, 윤리도 다 저버린 그야말로 '정권의 나팔수' 그 자체 아닙니까! 저는 당신들에게 다음의 두 사실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와 입장 표명을 요구합니다. 첫째, 전교조 내에서의 의견 공유를 위한 비공개 게시판에 올라온 조직 내부의 건설적 의견 개진에 대해 본인의 동의 전혀 없이 제 실명까지 그대로 노출하여 기사화 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둘째, 그렇게 공개된 것도 말이 안되는데다가 제 글의 진정한 의도마저 왜곡하여 국민들의 눈과 귀를 덮어 막으려 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조중동은 이렇게 유치한 행태로 정부의 폭압을 덮으려 하지 말고 만약 진정 당신들이 정당하다고 여기고 정부의 입장을 변호하고 싶다면 일제고사 시행과 저희에 대한 징계 조치가 얼마나 합당한지에 대해 기사화 하십시오. 이렇게 비열하게 개인의 사적인 글 등을 들추어내어 도덕적으로 훼손하려 들지 말고, 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 와 '판례'를 들어 당당하게 정면 승부하십시오! 이런 비열한 기사를 통해서는 오히려 당신들의 꼼수만이 훤히 드러날 뿐입니다. 당신들의 '찌라시'적인 면을 전 국민에게 폭로할 뿐입니다! 쪽팔린 일입니다. 당신네들, 자칭 '메이저 언론' 아니었던가요? 정말, 왜이러십니까, 아마추어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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