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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명박대첩', 의지의 낙관과 '신발'로 무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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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명박대첩', 의지의 낙관과 '신발'로 무장하자

[손호철 칼럼]<1> 파시즘의 시대, 우리 '민중'이 변치 않는 희망

기축년 새해부터 <손호철 칼럼>을 매주 연재합니다. 손호철 교수는 지난 2007년 프레시안이 1년간 연재한 <대선이야기> 필진의 좌장으로서, 깊이있고 후련한 정치칼럼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정치의 실종'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팽배한 2009년, 손호철 칼럼이 독자여러분들에게 정치와 시대읽기의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프레시안
새해가 밝았다. 절망의 한해가 갔으니 다행이다. 물론 촛불시위, 그리고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같은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한 해는 대부분 절망이었다. 그동안 미국이 중심이 되어 추진해온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는 결국 세계를 금융공황으로 몰고 가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2007년 대선에 이은 총선에서의 한나라당의 압승, 이 같은 힘에 기초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밀어붙여온 여러 정책들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 같은 한 해가 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동시에 새해를 맞고 싶지가 않다. 지난 한해가 절망이었다면 최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야 말로 최악이 다가 오고 있다. 지난해 후반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위기는 이제 실물 경제 위기로 발전해 민생 파탄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확실하다. 경제위기 한 가운데서도 마이동풍식으로 큰 소리를 치던 이명박 대통령까지 이제 상반기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꼬리를 내리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제위기도 위기지만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로 위기처방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청개구리 정책이 가져올 결과이다.

최근의 경제위기가 그간의 신자유주의의 결과라는 점과 관련해, 다른 나라들의 경우 포스트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강화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강화, 이를 통해 마련한 재정을 통한 복지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의 원인인 신자유주의를 더욱 강화하여 1% 강부자를 위한 감세와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완화, 금산분리 해제 등을 향해 역주행하고 있다.

한미 FTA에 비판적인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조기처리 또한 강행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껏 한다는 것이 환경재앙이 될 대운하공사의 전초전인 4대강 정비사업 등 '삽질 경제'와 '신자유주의적 토건국가'이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경제만이 아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투쟁으로 일단 지난해 연말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방송을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언론관련법으로부터 사이버 모욕죄 신설, 마스크 데모 금지법, 시위 피해 집단소송제, 휴대폰 도청법 등 MB악법들이 줄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마디로, '부드러운 파시즘'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법적 정비와는 별개로 이 대통령은 '우파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노무현의 '좌파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과 대비되는)의 입장에서 경제위기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심리, 그리고 무언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대중심리를 이용해 노조('노동귀족'), 공기업('철 밥그릇'), 세금('경제발전의 장애')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몰고 가며 공격할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놓은 다양한 진보적 진지들을 공격해 해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마디로, '2009년 명박대첩', '이명박표 계급전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의 대북정책이 데탕트 노선으로 변화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냉전적 보수세력의 예의 친미주의를 발휘해 지금의 정책을 변화시키면 모를까 남북관계에서도 별 반가운 소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뉴시스

결국 문제는 이같이 암울한 정세 속에서 어떻게 싸워나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문제의 핵심에는 김대중 정부가 미국식 신자유주의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면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두 개의 전선간의 긴장, 즉 오래된 민주대 반민주의 전선과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반신자유주의 전선간의 긴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의 한나라당의 압승, 그리고 여러 실정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이 보여주듯이 우리 시대의 핵심화두는 신자유주의이고 주전선은 반신자유주의 전선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명박 정부의 반동성이 노골화되면서 반(反)MB연합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고 죽어가던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지난 수십년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먹고 살아온 민주당과 같은 자유주의세력으로서는 너무도 고마운 MB다!!

그렇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반역사적 정책들을 고려할 때 최대한 광범위한 반MB(정책)연합(필요하다면 이회창까지를 포함해)을 만들어 악법저지에 나서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악법저지가 아무리 중차대한 과제라고 하더라도 우리 시대의 주전선은 반신자유주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관련,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은 상층부 연합보다는 민중과 대중이라는 사실이다. 대중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면, 대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소수에 불과한 국회의 반MB 정치세력들(민주당, 민주노동당, 선진한국당 등), 그리고 조직화된 시민사회수준에서의 반MB 세력(민중조직, 진보적 시민단체)의 상층부 연합으로는 MB와 한나라당의 폭주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그리고 대중이 일차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민생의 문제이다. 이는 최근 반MB 강경투쟁으로 인기가 다소 올라가긴 했지만 '신자유주의의 원조'로 지난 10년간 민생파탄을 가져온 민주당의 지지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현재 한미 FTA 비준 동의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원래 이를 비준한 것이 현재의 민주당의 전신인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었다. 또 민주노동당과 노동계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비정규직 확대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현재의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었다.

따라서 반MB 투쟁이라는 이름하에 민주당 지도부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농민들 중 상당수는 의아해하며 일종의 정신분열을 겪고 있을 것이다. 특히 문제의 비정규직 확대법이 가져온 폐해의 상징이 된 뉴코아노동자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렇지 않아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민생파탄과 실정 때문에 진보진영이 도매금으로 대중적 신망을 잃은 상태에서 민주당에 면죄부를 주는 일방적인 반MB 연합은 진보진영에게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에 매몰되어 민주당과의 일체의 연대도 부정하는 좌익소아병, 그리고 정반대로 MB악법 저지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포기하는 대동단결론, 이 둘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계기는 오는 재보선, 그리고 2010년에 있을 지자체선거이다. 현재의 위기의식,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한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의 낮은 대중적 지지도를 반영할 때, 이들 선거들과 관련해, 위기돌파를 위한 다양한 연대론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합당론으로부터, 그 정도는 아니지만 반MB 연합후보를 내는 선거연합론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개혁세력과 진보세력간의 연대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지난해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논쟁으로 분당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이들과는 별개로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해온 사회당, 사회주의 독자정당 설립을 추진중인 '좌파'그룹 등 반신자유주의적인 진보진영만이라도 단결하여 진보대연합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많은 논쟁을 필요로 하는 주제로서 앞으로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결국 지난 촛불시위가 보여주었듯이 문제는 상층부 연합이 아니라 대중이다. 대중과 결합하지 못한 진보운동은 항상 실패해 왔고 앞으로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층부연합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진보진영은 바닥으로 내려가 대중을 잡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중을 진보적인 정치적 주체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바마의 성공이 시사하듯이 풀뿌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수영 시인의 절창처럼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는" 대중이 다시 한 번 일어나야 한다. 그것만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꽃 피울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우리의 민중, 대중은 절망 속에서도 우리에게 언제나 희망이 돼 주었다. '지적 비관'을 상쇄할 수 있는 이 같은 '의지의 낙관'으로 새해를 향해 나아가자. 항상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사족: 참, 올해를 버텨내려면 모두들 가벼운 신발, 아니 실내화를 한 켤레 씩 준비하자.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에 나가 신발을 못 던지더라도 그가 나오는 뉴스를 보며 텔레비전을 부서뜨리지 않을 만큼 가볍고 부드러운 실내화를 텔레비전을 향해 던져야 정신건강을 유지하며 한해를 살아남을 것 같기 때문이다. 때로는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투쟁일 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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