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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비정규직 65명 직접고용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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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코스콤 비정규직 65명 직접고용 합의

노사 합의로 간접고용 문제 푼 첫 사례…"'법대로'면 정규직인데"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가 파업 475일째인 29일 마침내 일단락을 지었다. 전체 76명 가운데 지방법원에서 '코스콤의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은 6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데 합의한 것.

이번 합의는 비정규직노조가 요구 사항을 '정규직화'에서 '직접고용'으로 한 발 물러서면서 성사됐다. 새로 취임한 김광현 코스콤 사장의 의지도 컸지만, 막판 직접고용 인원을 놓고 노사가 대립할 때 노조가 11명의 희생이라는 큰 양보를 더 했기에 가능한 합의였다.

KTX승무원, 기륭전자 등 최근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코스콤의 이번 합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 합의를 통해 직접 고용으로 풀린 첫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하지만 법원이 이미 이들을 코스콤의 정규직 노동자로 채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 임금과 근로 조건에서 차별이 여전한 별도 직군으로 고용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은 점은 아쉬움이다. '법대로'라면 불법 파견의 경우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11명의 조합원도 남은 과제다.

직접 고용 큰 틀만 합의…임금·근로 조건 및 파업 기간 임금은 실무협의 과제

코스콤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연맹, 코스콤비정규직지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코스콤 본사에서 조인식을 갖고 미리 조율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핵심 내용은 근로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이긴 65명을 별도의 직군을 통해 3개월 이내에 직접 고용하는 것이다. 양 측은 모든 민·형사상 소송도 취하하기로 했다. 코스콤 정규직노조가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코스콤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코스콤의 성장,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 코스콤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연맹, 코스콤비정규직지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코스콤 본사에서 조인식을 갖고 미리 조율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핵심 내용은 근로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이긴 65명을 별도의 직군을 통해 3개월 이내에 직접 고용하는 것이다. 왼쪽부터 이규호 증권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박종선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장, 김광현 코스콤 사장, 황영수 코스콤비정규직지부장. ⓒ연합뉴스

일단 '직접 고용'이라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지만,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11명의 경우 차후 실무 협의를 통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또 직접 고용되는 65명의 임금 및 근로 조건 문제와 파업 기간 임금 지급 문제도 실무 협의의 과제로 남았다.

이날 조인식에서 김광현 사장은 "'죽은 제갈량이 돌아와도 해결 못한다'고들 하던 코스콤 문제가 대승적 차원에서 풀리게 돼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거리로 나선지 475일 만에 당당하게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간접 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원청이 대화에 나서야

이로써 500일 가까이 이어진 코스콤 사태는 일단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합의는 간접 고용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원청과 노조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그 시사점이 크다. 간접 고용 문제는 원청이 나서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줬다.

코스콤과 비슷한 KTX 승무원의 경우 파업 3년이 다 되도록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1000일을 넘긴 기륭전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불거진 강남성모병원의 파견 노동자 집단 해고 사태의 경우에도 노사 간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문제가 불거져도 원청 회사가 대부분 "우리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직접 근로 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 그 근거가 되곤 한다. 지난해 9월 파업 초기 코스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회사는 노사 대표가 테이블에 마주 앉는것조차 거부했다.

분위기는 지난 7월 서울남부지법이 "이들은 코스콤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판결하면서 바뀌었다. "취임 전부터 이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던 김광현 사장이 새로 코스콤 사장으로 오면서 조심스런 타결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새 사장의 힘도 있지만, 코스콤의 태도가 바뀐 데는 역시 1심의 판단이 대법원까지 거의 비슷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도 한 몫 했다. (☞관련 기사 : 법원 "코스콤 비정규직, 코스콤 직원이다")

김 사장과의 교섭이 수차례 이뤄진 끝에, 양 측은 지난 16일 조인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정규직노조와 증권선물거래소 측의 반발 등으로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오히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조합원 전원 직접 고용'이던 문구는 '65명 직접 고용'으로 한 단계 후퇴했다. (☞관련 기사 : 코스콤 정규직 '제 밥그릇' 지키기에 비정규직 또 절망)

▲ 500일 가까이 이어진 코스콤 사태는 일단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합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원청과 노조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그 시사점이 크다. ⓒ프레시안

"법대로 65명만 고용한다?…'법대로'면 무기계약직 아닌 정규직화인데?"

회사가 막판 '65명 직접 고용'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외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이날 조인식에서 "100%는 아닐 수도 있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법과 원칙'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에 있다. 법원에서 인정받은 65명 만을 고용하는 것이 '법과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논란은 존재한다. 법의 논리대로라면 분리직군제를 통한 무기계약직이 아니라 불법 파견의 경우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콤 비정규직이 이번 합의 대신 '법정 투쟁'을 선택했다면, 대법원에서도 1심과 비슷하게 "코스콤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시간과 강제 조항이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아내도 회사가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다시 싸움을 해야 한다. 5년 넘는 법정 투쟁 끝에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현대미포조선의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은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용인기업 노동자들도 아직까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무금융연맹 옥세진 교육선전홍보실장은 "현대미포조선만 보더라도 현행법은 노동자에게 큰 힘이 되지 못한다"며 "법원에만 기대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제도적 한계가 코스콤 비정규직으로 하여금 법의 잣대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에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든 주요한 원인인 셈이다.

이번 합의에서 빠진 정인열 부지부장 "내가 빠져 마음은 오히려 편한데…"

▲ 이번 합의에서 제외된 11명의 조합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 조합원인 정인열 부지부장도 포함돼 있다. 정인열 부지부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희생자가 나와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포함되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오랜 여의도 노숙농성을 이제 끝낼 수 있게 됐는데, 코스콤 비정규직은 마냥 환하게 웃지 못했다. 함께 돌아가지 못하는 11명의 동료 때문이다.

황영수 코스콤비정규직지부장은 "(이번 합의로) 항구에서 배가 간신히 출발은 했지만 그 배가 망망대해 위에서 길을 잃느냐 목적지까지 가느냐는 우리 마음에 달렸다"며 남은 동료들을 끝까지 지켜주자고 호소했다.

코스콤비정규직지부는 이번 합의문을 받아들이면서 복귀 이후 급여의 5%, 파업 기간 미지급 임금 등 일시금 중 10%를 걷어 11명의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쯤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합의에서 제외된 11명의 조합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 조합원인 정인열 부지부장도 포함돼 있다. 정인열 부지부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희생자가 나와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포함되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11명 문제가 풀릴 때까지 같이 하겠다고 전 조합원이 결의를 모았으니 그 마음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500일 가까운 시간을 여의도 한 복판에서 노숙 농성을 하면서 보낸 파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코스콤은 지난해 전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랜드 비정규직이나 김소연 분회장의 90일 넘는 단식농성으로 네티즌의 관심을 받았던 기륭전자에 비해 노동계 외부의 지원과 연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코스콤의 경우 KTX승무원과는 달리 정규직노조마저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심지어 때로는 합의에 '어깃장'을 놓는 일도 종종 있었다. "정규직도 고용이 불안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정인열 부지부장은 "우리가 너무 정당하니까"라고 답했다. 노동부도 '불법 파견'이라고 회사의 잘못을 얘기하고, 법원도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비정규직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힘을 실어줬던 까닭이기도 하다.

"이길 수밖에 없었던 싸움"을 절반의 승리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기에 정인열 부지부장은 "아직 갈 길이 멀고 큰 산을 하나 간신히 넘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수도 없는 단식과 고공농성을 통해 얻어낸 눈물겨운 현장 복귀에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 한 동안 인사하느라 바쁠 것 같다"며 살며시 웃는 정 부지부장이 얼굴 한 가득 크게 웃을 날은 언제일까?

끝내 덤으로 '제 밥그릇' 키운 정규직노조

코스콤정규직노조는 코스콤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끝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고 또 키우는데 성공했다. 비정규직이 11명의 희생을 통해 65명의 무기계약직 직접고용이라는 안타까운 합의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과 비교된다.

코스콤 노사가 "65명 직접 고용"에 서명한 이날, 한국노총 공공연맹(위원장 배정근)과 코스콤노동조합(위원장 우승배)은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위원장 정용건)과 전국증권산업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이규호)도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에서 별도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 내용은 "코스콤비정규지부 문제 해결 및 코스콤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과 실천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코스콤이 맡고 있는 사업의 유지 발전 △코스콤이 수행 중인 국가기간사업의 업무 및 고유 사업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장 등이 담겼다. 그를 위해 이들은 양 노총 연맹 부위원장을 책임자로 하는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기로 했다.

정규직노조가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증권거래소(KRX) 전산 업무를 계속 코스콤이 하도록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이뤄진 셈이다. 코스콤 정규직노조가 내세운 명분은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고용 안정"이었다.

코스콤 정규직노조는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한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에서 제명됐고, 한국노총 공공연맹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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