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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지 않고 이슬람을 논하지 말라"

[화제의 책] <이슬람의 세계사>

"당장 나가!" 1993년 9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위치한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터져 나온 불호령이었다. 3분의 2가 넘는 학생이 주섬주섬 책상 위의 필기도구를 가방에 넣고 눈치를 보며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필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유학 첫 수업 시간에 쫓겨나고 만 것이다. '이슬람 역사'를 가르치는 레바논 출신 교수였다. 대학원 수업에 학부 기본서도 읽지 않고 들어온 사람들을 '추방'한 것이다.

교수가 학생에게 물어 본 책은 아이라 라피두스(Ira M Rapidus)의 <이슬람의 세계사(A History of Islamic Societies)>(신연성 옮김, 이산 펴냄)였다. 한국에서는 구경도 못해본 원서였다. 물론 번역판도 없었다. 유학 첫날 쫓겨난 울분을 참으며 교내 서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서점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든 순간 울분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두툼한 책의 마지막 쪽이 1002였다. 다음 주 수업까지 깨알만한 글씨로 가득한 이 책을 어떻게 다 읽나…. 유학 생활의 개강 첫 주는 이렇게 고통스런 날밤 새우기로 채워졌다.

▲ <이슬람의 세계사>(아이라 M. 라피두스 지음, 신연성 옮김, 이산 펴냄) ⓒ프레시안
중동, 인도, 북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방대한 이슬람 세계를 종횡무진 오가며 이어지는 이슬람 역사 이야기. 눈꺼풀이 천근이 돼도 가슴은 책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림이 그려지는 책이다'라는 레바논 교수의 평가가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지친 심신에 청량제처럼 느껴졌다. 이슬람 세계의 대서사시가 눈을 감아도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동굴에서 계시를 받고 내려온 이슬람의 사도 무함마드의 모습에서 시작된 그림은 아프리카 흑인과 동남아시아의 동양 무슬림의 삶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후 이슬람 문명의 연결 고리가 생각나지 않을 때마다 필자는 이 책을 꺼내들곤 했다.

2005년 초 요르단에 부임한 옮긴이 신연성 대사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방대함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눈과 마음을 끄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카이로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요르단을 방문할 때마다 신 대사와 이 책의 번역에 대해 논의했다. 중동을 전공하지 않은 대사가 이 어마어마한 책을 번역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자 필자는 한편으로는 '무리다'라고 생각했다. 바쁜 업무와 천 쪽이 넘는 번역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슬람 문명에 박학한 지식이 있어야 번역이 가능한 대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 작업을 추진해 나가는 신 대사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럽다'라는 죄책감에 빠졌다. '바쁘다'라는 이유로 수년 전부터 번역의 구상만으로 허송세월을 보낸 필자였다.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학계로 돌아와 이른바 '이슬람 전문가'로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던 12월 초. 신 대사가 보내 준 두 권의 '대작'을 연구실 책상 위에서 발견했다. '번역 중'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라피두스의 책이 <이슬람의 세계사>라는 두 권으로 변신해 있었다.

'드디어 해내셨구나!' 또 한 번의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밀려들었다. 책을 받자마자 책꽂이의 원본을 꺼내놓고 비교하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1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쉼 없이 읽어나갔다. 15년 전 유학 초기의 영어 원본과는 다른 감칠맛을 음미하면서다. 3년여의 번역 작업의 피땀을 행간으로 느껴가면서다. 이런 번역본이 유학 전에 나왔었더라면 그런 고생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현지의 혼'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번역 작업이 신 대사가 요르단에 근무하던 중 대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다. 번역의 중간중간 의심되는 부분마다 현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 흔적이 서려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이슬람의 사도 이름 'Muhammad'에 대한 한국어 번역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번역 혹은 집필된 책 대부분은 이슬람의 창시자를 모하메드, 무하마드, 혹은 심지어 아랍어 발음과 상당히 거리가 먼 마호메트로 표기하고 있다. 필자가 기자로 일하면서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모 통신사에서 마호메트로 한 번 쓰고 나면 대부분 신문과 방송에 또 다시 그렇게 표기되고 발음해왔다.

정확한 발음은 무함마드다.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은 중자음을 가급적 쓰지 않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무하마드라고 쓰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현지인은 무함마드라고 발음한다. 한국어로도 거의 정확히 표기할 수 있는 것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인구 14억 명으로 세계 최대 종교로 부상한 이슬람의 창시자를 정확히 표기하는 것이 타문화 혹은 종교를 존중하는 자세라 한다면, 이것은 예외로 두어도 될 듯하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이슬람의 다양성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여행가처럼 세계 곳곳을 누볐다. 여행가와 사진작가로도 잘 알려진 라피두스의 발걸음은 아프리카 오지에도 흔적을 남겼다. 실질적인 경험이 녹아 있는 글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슬람의 다양성을 기록하기 위해 저자는 많은 분량의 원고를 집필해야만 했다.

현재 이슬람회의기구(OIC)에 가입한 회원국가의 수만 57개국이다. 여러 대륙에 걸쳐 다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떠올린다. 이슬람이 발원한 성지 메카를 가지고 있는 나라. 매년 수백만 명이 성지 순례를 위해 방문하는 나라. 반면 엄격한 이슬람을 적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나라. 아직도 여성에게 운전조차 허용치 않고 있고 공개 처형이 이뤄지는 곳이 사우디아라비아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가장 왜곡된 모습의 전형이다. 코란은 여성에게 눈만 내놓는 복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을 유혹할 수 있는 신체부위를 가려라'라고만 언급돼 있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유혹할 부분을 가려야 한다. 이슬람은 또 왕족이 국가의 부를 독차지하고 독재하는 것을 거부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보다는 남성위주 가부장적 유목민의 전통이 더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다만 그것이 이슬람의 옷을 입고 있을 뿐이다.

이슬람은 단일체가 아니다. 지나치게 일반화시키는 원론적인 접근은 삼가야 한다. 57개 이슬람 국가는 57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적절할 것이다. 각국의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언어적, 정치적 그리고 인종적 특성이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융합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보수적인 전통이 엄격한 이슬람 율법과 결합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터키, 레바논, 모로코 등 지중해를 낀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타문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서 개방적이고 세속적인 전통이 강하다. 레바논의 방송에 등장하는 여성 앵커의 복장은 한국보다 더 개방적이다.

홍해를 사이에 두고 접해 있는 두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간략하게 비교해 보자. 정치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세습 절대왕정이다. 반면 이집트는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공화정이다. 큰 차이가 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달리, 이집트의 주요 산업은 농업과 관광이다. 사회 분위기에서도 크게 다르다.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외국인 여성도 '아바야'라는 검은 겉옷을 걸치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집트의 홍해 변 휴양지에서는 외국 여성이 '톱 리스'로 수영할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상당수 현지인 여성도 머리를 가리는 히잡조차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두 나라 간에도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

<이슬람의 세계사>는 우리에게 이슬람 문명의 다양성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이슬람 사회의 역사적 기원과 그 진화과정을 논리정연하게 서술한다. 9·11 테러 이후 각인된 이슬람의 폭력성이 이슬람을 대표하지 않는다. 이슬람의 과격성을 강조하는 그 이전의 시각도 사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구 제국주의가 이슬람 세계의 식민지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한 부분이었다. 또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유대인 혹은 친이스라엘 학자들이 이슬람의 폭력성과 그 위협을 지나치게 강조한 담론의 결과였다.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후 그리고 특히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생한 이후 서방에서는 수천 권의 이슬람과 아랍 세계에 대한 책이 출판됐다. 그러나 서방의 정치적·경제적 이해 혹은 문화적 편견 없이 쓰인 책은 그리 많지 않다. 20여 년 넘게 중동을 전공해 온 필자에게도 <이슬람의 세계사>만큼 아랍 학자들도 인정하는 책은 거의 없었다. 피상적이고 굴절된 이슬람 이해가 아니라 더 객관적이고 폭넓은 시각을 바탕으로 한 글이라고 이슬람 세계 학자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본서'라는 것이 필자를 수업에서 쫓아낸 레바논 교수의 설명이었다.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도 필독서가 될 것이다. 세계가 아닌 지구촌에서 이제는 끊임없이 부딪히고 섞여 살아야 할 이슬람 세계다. 이미 한국에도 이슬람 세계 출신이 다수인 외국인이 100만 명 넘게 살고 있다. 또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도 이슬람 세계는 중요한 진출 지역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중동과 이슬람 세계에 대해 경제적인 교류에만 집중했다. 단순한 경제적인 접근법으로는 이제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없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다각적인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결을 타야 한다. <이슬람의 세계사>는 이슬람 문화의 물결을 타는 훌륭한 보드가 될 것이다.

[인터뷰] 번역자 신연성 대사 "한국인이 세상 상대하는 밑반찬 됐으면"

이번에 선보인 <이슬람의 세계사> 한국어판은 요르단 주재 한국 대사였던 신연성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표기명칭 대사가 없었다면 세상에 등장하지 못했다. 2006년 국립 요르단 대학이 한국어과를 개설하는데 공을 세우기도 했던 신 대사는 4년 반에 걸쳐 방대한 책을 번역했다.

▲ 신연성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표기명칭 대사. ⓒ프레시안

서대문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한국어판 출간의 의미에 대해 들어 봤다.


- 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는?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공사로 있던 파리에서 요르단 대사 발령을 받고, 그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해보려고 이 책을 포함해 원서 몇 권을 샀다. 그 후 신임장을 받으러 서울에 왔을 때 큰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중동, 이슬람, 아랍 관련 책들을 찾아 다녔는데, 제대로 된 게 별로 없었다. 관광 가이드북이나 이슬람에 대해 피상적으로 써 놓은 것들만 보였다.

영어로 된 책들도 별로 신통한 게 없었는데, 너무 두꺼워서 겁이 났던 <이슬람의 세계사>를 잠깐 읽어 보니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책의 권위가 어떤지 알아봤는데, 서정민 당시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현 한국외대 교수)이 "케임브리지 대학이 인정한 정통서"라고 평가하는 걸 보고 제대로 골랐다고 생각했다.

1970~80년대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동에 나갔지만, 경제적인 이해관계로만 중동을 봤지 문화적·사회적 접근은 전혀 하지 않았다. 또, 이해관계를 떠나서라도 다양한 세계와 문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는 게 사회적 자산이라고 생각해서 번역에 뛰어 들었다.

10여 년 전 한국의 한 출판사와 번역 출간 계약이 돼있었는데, 약속한 시한 내에 번역이 되지 않아 케임브리지대 출판사와의 계약이 파기됐다. 그래서 다시 계약하는 게 쉽지 않았다. 대사의 명예를 걸고 꼭 하겠다고 강하게 설득했다.

국내 출판사 중에서도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는데, 이산출판사에서 받아줘 너무 고마웠다. 2007년 3월 1일에 원고를 다 넘겼는데, 초고 받아서 1년9개월간 이 책에 매달려 주었다. '꾸란'으로 쓴 걸 '코란'으로 바꾸는 등 외래어 표기 같은 데서 이견이 없지 않았지만 같이 노력해서 책이 나올 수 있게 됐다.

2004년 5월부터 번역을 시작했고, 탈고 때까지 2년, 최종 출판까지는 총 4년 반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일과 후에는 거의 사무실에서 살았다. 행사나 공무가 없는 날에는 여기에만 매달렸다. 평생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도 믿어지지 않는다."

- 한국어판 출간의 의미는?

"학자, 상사 직원, 외교관 등 지역 문제를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토양이 필요하다. 책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이슬람 사회라는 게 얼마나 방대한가. 그러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사회가 아프리카 이슬람과는 어떻게 다른지, 중동 이슬람과 아프리카·아시아의 이슬람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없다. 우리 사회가 세상을 상대하기 위한 밑반찬이 너무 부족한 것이다.

중남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중남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은퇴하신 박석무 대사라는 분이 과거 아프라카에 대한 좋은 번역서를 낸 적이 있는데 그냥 사장돼 버렸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이 우리 사회의 인식을 더 크고 여유롭고 넓게 만들어서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거라고 믿는다.

10년 전에 이 책을 번역해보려고 했던 분들은 아마도 중동학이나 이슬람학을 공부하는 분들이었을 것이다. 이슬람 하면 당연히 중동이고, 그 중에서 아랍만 이슬람 세계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슬람 사회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국제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다.

모스크바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스페인에서 중국 서부까지를 아우르는 거대한 문화권이다. 그걸 다룬 책을 중동만 아는 사람이 번역하기엔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또 종교서가 아니라 역사서이기 때문에 이슬람 종교만 공부하는 사람이 번역하기에도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모스크바 외교관 중에 러시아 언어나 문화를 전공한 사람, 또 인도나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공관 직원들은 물론 현지 학자들과 연계해서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같은 코란이지만 지역별로 종교적·사회적 해석이 다르다. 같은 용어지만 쓰임새도 다르다. 그래서 깊지는 않지만 여러 나라, 여러 분야에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외교관이 파고든다면 작품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사를 읽는 건 중요하고 한편으론 국가적인 과제이기도 한데, 우리가 아직은 수동적으로 세계사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나마도 서양사를 통해 반영된 세계사를 읽고 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도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많이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슬람사는 중세 이후 서양사와 동전의 양면이다. 그 중에 한 면만 읽었던 과거에 대한 교정도 필요하고, 국제사회에 더 적극 진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러시아계 미국인이 썼는데, 시각은 어떠하다고 평가하나?

"요르단 국왕한테 이슬람 역사에 대한 책을 번역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제일 먼저 묻는 게 '누가 쓴 거냐'였다. 이슬람에 대해 워낙 부정적으로 써 놓은 책이 많으니까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그 얘기를 듣고 그 다음부터는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이 책에 대한 중동의 평가는 부정과 긍정이 50대 50이다. 서양에서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중립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십자군 전쟁만 하더라도 단순히 '성지회복'이라는 기독교적 시각만 반영한 게 아니라, 유럽 사회에서 일어난 권력 구조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가져온 전쟁이라는 설명이 있다.

문명 대 문명으로 이슬람 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많이 보인다. 종교에 대한 설명을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지만, 종교적인 접근보다 사회학적·문명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다른 어느 책보다 적어도 편향은 없는 책이다."

(인터뷰·정리=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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