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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세력, DJ정부 때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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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세력, DJ정부 때도 존재했다"

[김태동, '병든' 한국경제를 말하다]<4>토건국가 대한민국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의 타개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대대적인 SOC 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경제성장률까지 예측되는 내년 상황에서 토목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이 과연 올바른 해결책이냐는 것이다.

▲ 김태동 교수는 공공토목공사 중에 과거 6, 70년대처럼 높은 부가가치 효과가 있는 사업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부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욱 서울대 교수는 22일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세계 최대의 간척 사업인 새만금 사업 예산이 10여 년에 걸쳐서 1조2000억 원이었다. 14조 원을 4년 안에 강에다 쏟아 부으면 도대체 강을 얼마나 파헤칠지 짐작이 갈 것"이라면서 '4대강 사업'이 단순히 하천 정비 차원의 뛰어 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하천 정비는 2006년 정부 보고대로 이미 97.3%에 달해서 더 할 게 없다"며 '4대강 사업'이 대운하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이 곧 한반도 대운하'라는 의혹에 대해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문패'를 무엇으로 달던 간에 4대강 유역에 대규모 SOC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왜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까?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대운하 프로젝트'의 뿌리 깊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일화를 밝혔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의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김 교수는 당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98년) 청와대 경제수석 할 때 모 대학 총장, 전직 장관 등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만난 한 인사가 관련 자료를 주면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총수요가 부족하니까 대운하 사업을 하면 뉴딜 정책처럼 총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외환위기 직후라도 사업 자체가 경제적 타당성이 없고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그 이후 다시 만난 적은 없다."

한반도 대운하를 주장하는 세력의 역사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대운하 건설에 이해관계가 달린 '토건족'이 이명박 정권의 뒤에 숨은 진짜 대운하 추진세력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6년 7월 대정부질문에서 "서울~부산 간 운송비가 부산~미국 LA 간의 해상운송비보다 높다"면서 500㎞ 길이의 경부운하 건설을 처음 제안했다는 것을 봐도 '대운하 세력'의 깊이를 알 수 있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가 내년 4대강 정비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태동 :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와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다.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는 그룹이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우선 4대강 정비 사업을 하고 나중에 국민이 원하면 대운하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면 대운하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두 발언을 연결시키면 대운하 사업을 국민의 눈을 속이면서 계속 하겠다는 것으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마이너스가 될텐데 대운하를 추진하는 이유가 뭘까. 이렇게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가 뭘까. 건설사 경영을 해봤기 때문에 그 차원에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14조 원이 들어가면 건설업체 물량이 늘어나 건설업체도 살릴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4000억 원을 들여 청계천 사업을 해 정치적 부가가치는 엄청나게 챙겼다. 몇백배의 효과가 났다. 대운하를 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연장선상에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 성공이 대통령으로서 대운하 성공이라는 자신감으로 연결돼 있으면, 어떤 사람이 반대논리를 펴도 귀에 안 들어올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 임기 초반이니까 측근들은 고위직일수록 대통령 의중을 알아서 잘 파악해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만 전할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SOC 사업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려고 하고 있다.

김태동 : 4대강 정비 사업과 같이 불필요한 사업을 하자면, 다른 SOC사업을 끼워 넣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내년 예산안이 온통 SOC사업인 것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산업연관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사업에 집중해야 될텐데, 예산안이 날치기 통과되면서 이런 부분이 제대로 검토될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 친형 지역구인 포항에 내년 전국 주요도로 11건 공사비 가운데 40.2%에 달하는 2조8235억 원이 포항에 투입된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나눠먹기로 예산안이 짜여 지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는 GDP의 18%가 건설투자다. 복지지출로 쓰여야할 재정이 필요도 없는 지방공항 등을 짓고 유지하는데 쓰이고 있다.

프레시안 : 한국의 연간 시멘트 사용량이 '토건국가'로 불리는 일본에 비해서도 2배나 많다고 한다. 그만큼 건설업이 비대해져 있다는 얘기다. 이들 건설업자들은 관료, 정치인들과 결탁해 정부 정책 등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무르고 있다. 대통령이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명박 정권은 이들 '토건족'의 이해관계에 민감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집권 후 보여주는 모습은 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에 대한 미련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지 않나?

김태동 : 청와대 경제수석 할 때 모 대학 총장, 전직 장관 등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만난 한 인사가 관련 자료를 주면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총수요가 부족하니까 대운하 사업을 하면 뉴딜 정책처럼 총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외환위기 직후라도 사업 자체가 경제적 타당성이 없고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그 이후 다시 만난 적은 없다.

이 사람을 포함해 오래 전부터 이런 주장을 해온 사람들이 정치인 이명박과 손을 잡았고, 결국 대선 공약까지 나온 것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계속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운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만큼 믿음이 깊은 게 아닌가 싶다. 지난 여름 촛불집회에 워낙 구석에 몰리니까 대통령 입으로 '국민이 원한다면 대운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촛불집회도 끝나고 9월 이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우리 경제가 복합불황에 직면하니까 다시 부활하는 것 같다. 대운하는 총수요 진작 효과도 있고, 성공하면 이 대통령이 대공황을 극복한 루즈벨트 급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는 각종 규제완화와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건설사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건설이 망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망한다는 식의 논리다. 건설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니까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연 그런가?

김태동 : 주택가격 폭락으로 금융위기가 터진 미국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몇조 달러 넘게 쏟아 부었지만 건설사에 직접 지원된 것은 하나도 없다. 경영을 잘못하여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는 그냥 망하게 내버려 두면 된다.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들여 건설사 부실을 떠안는 것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은 1950년 전쟁을 겪어 산업화 과정에서 건설업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건설이 필요했다. 그래서 건설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걸 몇십년 하다 보니까 과잉투자를 하게 됐다. 항만을 예로 들자면, 부산항이 있으니까 정치적인 고려를 해서 광양항을 만들었다. 그런데 광양항 이용률도 굉장히 낮은 상태에서 부산에 신항을 만들었다. 이 역시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과연 공공토목공사 중에 무엇을 해야 과거 60, 70년대의 부가가치 효과가 있을까. 남은 게 별로 없다. 일단 건설을 해놓으면 SOC는 수십년 가는 것 아니냐. 더 이상 건설할 게 별로 없다. 따라서 과거의 공공토목공사에 비해 현재의 토목공사는 부가가치 창출 비율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아졌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을 하고 싶다면 신도시 등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수는 있다고 본다. 재정을 투입해 공공부문 발주를 하고, 이를 통해 실업도 흡수하고, 지어진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하면 된다.

뉴딜 정책에서도 공공토목공사를 했지만, 대공황을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을 못 줬다고 평가 받는다.

프레시안 : 오바마의 신뉴딜 정책은 병원 전산망, 학교 시설 확충 등 사실상 복지재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재정 지출을 늘리되 저소득층을 직접 겨냥한 정책을 써야 한다는 게 역사적으로 어느 정도 증명된 사실 아닌가?

김태동 : 북유럽 등에서는 상당수 국가들이 대공황 뒤에 복지 제도를 늘렸다. 우리나라는 서구의 자유주의 경제학이 잘못 들어왔다. 복지가 낭비라는 인식이다. 경제학적으로 봐도 총수요 증대 효과가 제일 큰 게 복지 지출이다. 복지 지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저소득층인데 이들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아 지원 받은 돈은 소비한다.

또 나라의 주인이 진정 국민들이라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은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런 면에서 복지국가가 아닌 나라는 진정한 민주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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