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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낙하산'에 잠잠한 이유를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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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낙하산'에 잠잠한 이유를 물었더니

[김종배의 it] 최규철 이사장의 경우

최규철 씨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됐습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을 거쳐 이명박 대선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그가 '연합뉴스'의 사장 추천권과 예결산 승인권을 가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된 겁니다.

새로울 게 없습니다. 이미 10월부터 최규철 전 특보가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예견됐던 사실이 기정사실이 됐을 뿐입니다.

새롭게 다가오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낙하산' 논란이 일 법한데도, 아니 언론계에선 '낙하산' 비판이 거세게 이는데도 정작 '연합뉴스'는 잠잠한 현상이 새로웠습니다. 구본홍 사장 퇴진투쟁을 벌이는 YTN 사원과는 한참 다른 반응이 새로웠습니다.

'연합뉴스'를 휘감고 있는 정서가 뭔지, 잠잠한 이유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 ⓒ연합뉴스

연락을 취했습니다. 언론민주화 활동 경력이 화려한 사람입니다. 애사심이 차고 넘친다고 평가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균형감 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연합뉴스' 전체 사원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평균 정서는, 객관적 이유는 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웠습니다. 이 기자가 하는 말도 '연합뉴스'의 전체 반응만큼이나 새로웠습니다. '낙하산'이라고 볼 여지도 없고, 따라서 싸울 이유도 별로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법적 절차'라고 했습니다. "법적 절차에 따른 인사에 뭐라 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규정도 얘기하더군요. '뉴스통신진흥회법'에 '뉴스통신사업자의 대표이사 또는 편집인이 될 수 없는 자'에 정당 당원이 포함돼 있어 살펴봤더니 최규철 씨가 언론 특보를 지냈지만 당원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 삼을 소지가 별로 없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되물었습니다. 그럼 구본홍 YTN사장이나 이병순 KBS사장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뭐냐고, 중요한 건 법적 절차가 아니라 저널리즘 원칙과 양식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부적격자에 당원을 포함시킨 게 특정 정파에 경도된 인사를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한다면 형식적인 당원 자격은 부차적인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과거의 사실을 환기시키더군요. 노무현 정부 때 꾸려진 1기 뉴스통신진흥회에 '노무현 코드' 인사가 포함돼 있었는데 잠잠했었다고, 그런 마당에 이제 와 '이명박 코드'만 문제 삼을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최규철 씨가 '연합뉴스' 사장이 아니라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사장이 아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뉴스통신진흥회'가 사장을 추천하지 않냐고, 예결산 승인권을 갖고 있지 않냐고, 경영 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직접 개입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또 다시 과거의 일을 환기시키더군요. 1기 뉴스통신진흥회를 보면서 실망했다고 했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뉴스통신진흥회에 기대가 컸는데 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고 했습니다.

말을 돌려 "아느냐"고 떠봤습니다. '연합뉴스' 보도가 여권에 경도돼 있다는 지적이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밤의 대통령'을 운위한 어떤 언론사주의 말에 빗대면 '연합뉴스'는 '낮의 대통령'이라고, 지방지와 인터넷 언론 뉴스 컨텐츠의 상당부분이 '연합뉴스' 기사로 채워진다고, 그래서 '연합뉴스'의 보도 편향성이 사실이라면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알고 있다"고 대답하더군요. 하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는 투로 대답하더군요.

후배들을 교육시킬 때 '연합뉴스'는 통신사란 점을 강조한다고 했습니다. '연합뉴스'는 뉴스를 폭넓게 다뤄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간의 지적은 '연합뉴스'의 이런 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고 했습니다.

그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양한 뉴스를 제공하는 데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부의 특정 방침을 보도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꼬치꼬치, 구구절절 상술하는 걸 문제 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정하더군요. 그런 문제라면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균형'과 '공정' 원칙에 어긋나는 보도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더군요. 일회성 지적만 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연합뉴스' 보도를 모니터링 해달라고 하더군요. 언론단체 등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 하더군요.

'대화'가 끝나갈 무렵 이 기자가 한숨에 한 마디를 섞더군요.

"방치해왔다."

'대화'를 끝내고 생각해 봤습니다. 이 기자가 결론 삼아 내뱉은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과거의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연합뉴스' 기자가 소주를 입에 털어넣으며 내뱉은 일화입니다. '연합뉴스'가 '연합통신'이던 시절 겪었던 일화입니다.

예비 처가에 인사차 들렀다고 합니다. 직장을 물어보기에 '연합통신'에 다닌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예비 장모가 말하더랍니다. "그 회사는 어떤 휴대폰 회사인고?"

일반화할 수 없지만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보편적 정서인지는 모르지만 존재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방치해왔다"는 말에는 "고립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있는지 모릅니다. YTN 사원과 KBS 사원행동이 상당수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낙하산'과 '코드경영'을 물리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민이 '방치하는' '연합뉴스'가 싸운다고 좋은 결과를 얻겠느냐는 자조감이 깔려있는지 모릅니다.

물론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습니다. '방치해왔다'고 여긴다면 관심을 사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언론사답게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모습을 올곧게 보여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끌어내야 할 겁니다. 사원이 회사의 명운을 '방치'하는 건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핵심적인 문제는 다른 그 무엇이 아닙니다. 바로 이 점입니다.

'대화' 옮겨적기를 마무리할 즈음, 이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연합뉴스' 노조와 기자협회 지회가 성명을 발표한 사실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자협회 지회 성명은 이렇게 돼 있었습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이사장의 선임으로 인해 향후 편집권까지 직간접적으로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바른 언론 빠른 통신'을 지향하며 공정보도를 생명으로 하고 있는 연합뉴스 기자들은 이런 우려들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는데 동의하며 향후 뉴스통신진흥회의 행보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무엇보다 편집권에 대한 간섭이나 독립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 압력 등 공정보도를 훼손하는 어떤 형태의 행위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새로 구성된 뉴스통신진흥회가 연합뉴스의 대주주로서 행사하는 사장 선임 절차도 사원들은 물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하는지를 감시할 것이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성명에 배어있는 입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예고편일까요? 아니면 완결편일까요? 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겁니다.

PS. 이 기자와의 '대화'를 마무리 한 뒤 다른 기자에게 별도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답이 약간 다르더군요. 최규철 씨의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임명은 법의 잣대로 볼 게 아니라 정치 잣대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법적 하자가 없을지는 몰라도 정치적으론 분명히 문제가 있는 인사라고 했습니다.

나머지는 같았습니다. 뉴스통신진흥회가 '연합뉴스'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 따라서 이사장 임명 문제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엔 뜻을 같이 하더군요. 뉴스통신진흥회는 사무국장과 여직원 두 명만이 상근하는 명목뿐인 기구라고 했습니다.

역량의 한계도 토로하더군요. 인사를 두고 "본격적으로 붙었을 때" 이길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연합뉴스'의 사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붙어야" 한다면 그 시기는 내년 5월로 예정된 사장 선임 때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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