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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쿠데타'를 당장 집어치워라!"

[홍성태의 '세상 읽기'] 다시 친일과 독재의 나라로

보수 세력이 이제 아주 대놓고 이 나라의 후진화를 강행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외쳐서 정권을 잡더니 '강부자'를 위한 정책을 강행해서 멀쩡한 경제를 파괴하고, 이제는 어렵게 정상화의 길에 들어선 우리의 역사를 모욕하고 왜곡하는 일에 팔을 걷고 나섰다. 보수세 력은 몇몇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사관 자체가 문제라며 '자학사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주장이다.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이 민주주의 사관을 가리켜 '자학사관'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보수 세력은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을 고스란히 모방하고 있는 것인가?

보수 세력의 사관이야말로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사관을 '자학사관'이라고 부르다니, 보수 세력의 사관은 '식민사관'이며 '독재사관'이지 않은가? 보수 세력은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모욕하고, 4·19혁명을 데모로 폄하하며, 6월 항쟁은 아예 묵살해 버리고 있다. 반면에 보수 세력은 일제를 이 나라의 발전을 이끈 사실상의 은인으로 제시하고, 무능하고 파렴치한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의 지도자로 숭상하고, 일제 관동군 출신의 독재자 박정희는 근대화의 아버지로 우상화하고, 심지어 시민들을 학살했으며 엄청난 부패를 저지른 전두환과 노태우마저 존중하고 나섰다.

보수 세력은 역사를 왜곡해서 이 나라를 다시 친일과 독재의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한국의 보수 세력이 정말 보수 세력인가에 대해 다시 의문을 품게 된다. 보수 세력은 무엇보다 민족주의를 추구한다. 한국의 보수 세력을 제외한 세계 어디에도 민족주의를 거부하는 보수 세력은 없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 세력은 김구가 아니라 일본을 좋아한다. 또한 오늘날 세계 어디서도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보수 세력을 볼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 세력은 반민족 세력이자 반민주 세력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언제나 친일과 독재의 찬가를 부른다.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서 학교에 보냈다는 역사물의 제목은 <기적의 역사>가 아니라 <경악의 역사>로 바꿔야 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서 연구자들과 출판사들을 윽박지르더니,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특정 출판사를 공공연히 '협박'했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일제 강점기인가? 유신 시대인가? 전두환 시대인가? 히틀러나 박정희가 했던 일을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있지 않은가? '협박'에 눌린 출판사는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반민주적 폭거를 저지른 것으로는 모자라서 역사를 왜곡한 영상물을 제작해서 학교에 배포한 것이다. 참으로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고 뉴라이트 논객이 강사로 나선 한국 현대사 특강을 듣고 있는 학생들. 보수 세력은 지금 역사 쿠데타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

보수 세력은 왜 이렇게 역사를 왜곡하고 파괴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일까? 아니, 보수 세력은 왜 또 다시 헌법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일까?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너무나 명확한 잘못이라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이모저모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바라며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보수 세력이 바보라서 이렇게 황당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찬양할 수 있겠는가? 일제가 남겨 놓은 자료만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정신대 할머니들을 '자발적 창녀'라고 부르는 자들을 바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가 저지른 온갖 폭력과 부패의 문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데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자들을 바보라고 부르지 않고 뭐라고 불러야 할까? 물론 바보라고 해도 인권이 있다. 그러나 바보가 권력을 전횡하고 역사를 농단하는 나라에 희망은 있을 수 없다.

둘째, 보수 세력이 환자라서 이렇게 엉뚱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최근에 다른 칼럼들에서 계속 지적했듯이 한국의 보수 세력은 대체로 '빨갱이 병' 환자의 증세를 갖고 있다. '빨갱이 병'이란 자기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로 여기는 심각한 정신병을 뜻한다. 그리고 그들의 머릿속에서 '빨갱이'는 무조건적인 척결대상이다. 그러니까 '빨갱이 병' 환자는 자기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척결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기들끼리도 다툼이 생기면 서로 '빨갱이'라고 부른다. 이런 실정이니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것은 당연하다. 친일과 독재의 시대야말로 '빨갱이 병'이 만들어지고 널리 퍼진 때이기 때문이다.

셋째, 보수 세력이 친일세력이자 독재세력이기 때문에 이렇게 참담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것은 앞의 두 가지에 비해 가장 심각한 가능성이다. 바보나 환자는 잘못인 줄 모르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러니 바보나 환자에게 잘못에 대해 따지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세력이 친일세력이자 독재세력이기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파괴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면 문제는 크게 달라진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악용해서 역사를 왜곡하고 파괴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가능성이다.

셋째 가능성에 주목했을 때, 우리는 학교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보수 세력은 언론뿐만 아니라 학교를 장악하고 있다. 보수 세력은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대로 역사를 왜곡해서 교과서를 만들어서 교육한다면, 결국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보수 세력은 단순히 자기들에게 유리한 이념적 기반을 사회적으로 확산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시민들을 생산하겠다는 무서운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의 왜곡과 파괴에 대처하는 것과 학교 민주화를 진척시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다.

사회의 변화에서 큰 문제를 처음에 잘 해결하지 못하면 마침내 사회 전체가 큰 문제의 먹이가 되고 만다. 나는 이것을 '첫 단추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친일의 역사를 전혀 바로잡지 못해서 이 사회는 독재의 문제를 안게 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불신사회와 불안사회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친일과 독재의 세력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제는 권력마저 장악해서 김영삼 정권 이래 어렵게 추진되어 온 역사 바로 세우기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근대 국가의 원리에 비추어 보았을 때, 친일과 독재는 비정상적인 상태였다. 이 나라는 또 다시 친일과 독재의 비정상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보수 세력의 핵심이 보수 기독교가 있다. 그들은 툭하면 '사탄'을 들먹이며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비난한다. 그러나 이 나라를 다시 친일과 독재의 나라로 만들려고 애쓰는 보수 세력이야말로 '사탄'이 아닐 수 없다. 민족들이 서로 존중하며 살자는 민족주의와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며 살자는 민주주의가 정의이기 때문이다. 정의를 모욕하고 파괴하는 무리가 '사탄'의 무리가 아닐 수 있을까? 한국의 보수 세력은 쿠데타로 즐기는 세력이다. 그들이 지금 역사에 가하는 잘못은 가히 '역사 쿠데타'라고 할 만하다. 시민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역사 쿠데타'를 당장 집어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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