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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원 '강부자'만 국민이냐"…최저임금제 '무력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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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원 '강부자'만 국민이냐"…최저임금제 '무력화' 시도

속속 '취약계층 포기' 법 개정…노동계 "기가 막힌다"

"정말 청와대 눈에는 없는 사람은 국민으로 안 보이나 보다."

최근 벌어지는 정부의 각종 법개정 시도를 지켜보는 한 노동계 인사의 한탄이다. 이미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서 사람들의 먹고 살 걱정이 날로 늘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와중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각종 보호 규제의 완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법 개정이다. 지난 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제도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한 달에 고작 80만 원도 못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것.

그 밖에도 정부는 직업소개소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시키는 내용으로 직업안정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비정규직법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사용 기간을 연장하려고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일련의 법들이 모두 하위 계층, 즉 '없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었다는 점에 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27일 기자 회견에서 "벼룩의 간을 빼먹어도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60세 이상은 월 50만 원으로 살란 말이냐?"

최저임금제도는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한 제도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3770원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4000원, 주 40시간 기준 월 83만6000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많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당시 최저임금(시급 3480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 수는 전체 노동자의 11.9%, 189만1000명이었다. 지난 3월에는 전체 노동자의 12.1%(192만9000명)이 시간 당 3770원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현재 "최저임금 미달액을 정부가 우선 지급한 뒤 사업주에게 나중에 받아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규제 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김성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제를 다르게 도입하고 △60세 이상 고령자 최저임금을 감액하고 △수습 근로자의 수습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용자가 부담해 오던 근로자의 숙식 비용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고 최저임금 결정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 위원이 일방적으로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당연히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재계의 요구안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개악안으로 최저임금 제도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찬배 민주노총 여성연맹 위원장도 이날 국회 앞 기자 회견에서 "종부세를 무력화 시켜 9억 원 상당의 아파트에 사는 강남 부자들은 이롭게 해주면서 고작 78만 원 최저임금을 받는 서민들은 앞으로 50만 원 인생으로 살아가란 말이냐"고 비판했다.

▲ 지난 18일 한나라당 김상조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제도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데 목적이 맞춰져 있다. 한 달에 고작 80만 원도 못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것이다.ⓒ뉴시스

"직업소개소 찾는 취약계층 쥐어짜 직업소개소 전문화?"

노동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직업안정법 개정안도 직업소개소의 소개료 상한을 사실상 풀어주는 내용이어서 하위 계층 노동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노동부는 "민감 고용 서비스 기관의 대부분이 영세한 수준인데 구인자에 대한 수수료 제한 등의 규제로 대형화와 전문화에 한계가 있다"며 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즉, 수수료 상한 규제를 풀어 전문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10% 수준인 수수료 상한을 사실상 폐지하고 당사자끼리 합의로 결정하도록 했으며, '초과 징수했을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벌 조항도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로 바뀌었다. 등록이 취소될 경우 1년 안에 다시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직업소개소를 찾아 일을 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사 도우미, 간병인, 일용직 노동자 등 역시나 취약계층이다. 민주노총은 "부자에게 퍼주고 가난한 사람을 쥐어짜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드러낸 법이 또 하나 등장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비정규직법 개정? 정부안대로라면 한국노총도 '투쟁'이다"

아직 구체적인 개정안이 발의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법도 뜨거운 감자다. 애초 비정규직법이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었던 민주노총은 차치하고라도,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체결한 한국노총마저 "기간 연장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장석춘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정규직법 개악을 시도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장 위원장은 "내년에 100만 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될 것이라고 노동부가 얘기하는데 참 무책임한 말"이라며 "정부가 그런 예측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과 자원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쏟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제 위기를 틈타 각종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법을 모두 손보려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노동계의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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