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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재활용'…읽고는 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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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재활용'…읽고는 쓴 거니?"

[기고] '뻥파업' 반대는 '무파업'이 아니다

이건 뭐, 뿌듯해야 할까? 구독자 1000명도 안 되는 조그만 월간지에 실린 글이 이렇게 많은 신문에서 같은 날 거의 같은 제목으로 기사화되다니, 편집기획 실무자로서 확인 연락 한 번 못 받아 생긴 서운함이 곱씹히지만 어쨌든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남상헌)에서 발간하는 <노동사회> 2008년 11월호에 실린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의 글,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처음 그 자리로"에 관한 이야기다.

하부영 본부장의 글은 11월 20일자 <조선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문화일보> 등 8개 일간지와 <연합뉴스>에서 주로 "'뻥 파업' 안 된다"는 식의 타이틀을 달고 인물 사진까지 들어가며 제법 큼지막하게 보도됐다.

<노동사회> 발간 10일, <프레시안> 기사화 8일…웬 뒷북?

그들로서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효용이 있어서였을 거다. 그렇지 않다면 월간지가 발간된 지 열흘, <프레시안>에서 기사화(☞관련 기사 : 민주노총, 이제 '뻥파업' 그만하자)된 지 이미 여드레가 지난 시점에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이 이렇게 창피함 무릅쓰고 재활용에 나섰을 리가 없다.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조선일보>를 집어 들었다.

11월 20일자 <조선일보> 첫 면 왼쪽 하단은 대통령이 멀리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공기업 불법 파업 엄단"하라 호령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부영 본부장의 글을 정리한 기사가 실린 'A8'면은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철도·지하철 동시파업 하나"하는 우려와, 정부가 시범 케이스 삼아 "철도 파업 강력 대처키로"했다는 안도의 소식과, "노동계는 '뻥 파업' 남발 중단해야"한다는 "쓴 소리"로 꽉 차 있다. 다른 신문도 구성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여기서 '뻥 파업'이라는 표현은 '불법 파업'이라는 단어와 공명하며, 막바지 교섭 속에서 돌입에 임박해 있던 '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을 안팎에서 비판하기 위한 맥락 속에서 사용되고 있다.

즉, 조선일보 등의 지면은 불법 파업 엄단 원칙, 원칙과 충돌하는 파업 상황에 대한 우려, 그 상황을 안도감 있게 타개하기 위한 엄격한 대처 방안, 주체들 내부의 분열적 자성을 결합하여, 파업 주체들을 '원칙'과 '자성' 두 겹으로 위협하는 전형적인 서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법파업의 반대말은 합법파업을 넘어 '무파업'일 테지만, 하부영 본부장이 비판하는 뻥 파업의 대칭점은 세상을 바꾸는 '진짜 파업'이다. <조선일보>는 그것을 몰랐을까? ⓒ프레시안

'뻥 파업'의 반대말은 '무파업'이 아니라 '진짜 파업'이다

'불법 파업 엄단의 문제의식'을 완전히 상반되는 맥락 속에 놓여 있는 '뻥 파업의 문제의식'에 구겨 붙인, 실로 과감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법 파업의 반대말은 합법 파업을 넘어 '무파업'일 테지만, 하부영 본부장이 비판하는 뻥 파업의 대칭점은 세상을 바꾸는 '진짜 파업'이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의 임·단협 투쟁과 파업은 이명박 정권에게는 파업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엄단되어야 할 것이지만, 하부영 본부장 같은 노동운동가에게는 진짜 파업이 되기 위해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등은 정말 필자의 의도를 몰랐을까?

하부영 본부장의 글은 20여 년 경력의 노조활동가가 "처음 출발했던 그 현장으로", 첫 마음으로, 대중 속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내놓은 진지한 자기반성과 성찰들이다. 약자와 함께 하지 못하는 노동운동의 분열을 비판하고, 아래로부터 단결의 전망을 세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의식들이다.

이러한 내용에 주류 보수 세력들이 전혀 관심이 없고, 또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상황에서처럼 맥락을 휘발시켜버리고 남은 자극적인 표현을 갈등의 환부에 뿌려대는 보수언론의 무식한 과감함은 새삼스레 놀랍고 괘씸하다.

경제 위기로 인한 갈등과 고통이 서서히 우리를 우리사회를 옭죄고 있는 것이 체감될수록 더욱 그렇다. 앞으로 무수히 펼쳐질 그런 상황에서, 보수 언론들이 갈등 주체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태도를 보일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를 담아, 이랜드 투쟁 등으로 법정 구속돼 부산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필자를 대신해 편집자가 한 마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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