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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갑작스런 중소기업 애정공세는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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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갑작스런 중소기업 애정공세는 '쇼'?

말로는 대기업 질타…정책은 대기업 입맛대로

이명박 정부가 연일 현 경제위기에서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대기업, 은행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진두지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확대진흥회의에서 "어려울 때는 은행이 더욱 냉랭해진다. 돈이 필요 없을 때 갖다 쓰라고 하는데 정작 필요할 때 안면을 바꾸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3일 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요즘같이 어려울 때 혹시라도 대기업이 납품 협력 업체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기만 살자고 한다면 중소기업이 어떻게 살아나겠느냐"며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내수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하며, 그래야 대기업도 잘 될 수가 있다"고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비판했다.
  
  MB정부, 연일 은행에 압력 행사
  
  은행들에 대해서는 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은행의 '꺾기'가 여전하다는 하소연, 거기에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돈을 풀고 있다고 하지만 말 뿐이지, 창구는 꽁꽁 얼어붙어있다고 불평도 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4일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9곳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대출 실태 점검에 나선 데 이어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5일 시중은행장들과 비공개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는 은행들에게 적극적인 중소기업 대출과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등을 요청하는 자리였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외화 뿐 아니라 원화 유동성에도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대신 대기업과 은행을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고환율, 내수침체, 금리상승 등 현 경제위기로 인해 2중고, 3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은행들 "리스크도 관리하면서 중소기업에 대출도 늘리라고?"
  
  하지만 이 대통령을 선두로 한 '은행 압박 작전'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당장 은행들 내에서는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자기자본비율 등 신용관리를 해야 하는데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또 '은행 옥죄기'는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에 대한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현 경제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가 줄면서 수출 대기업들의 사정도 어려워지게 되면 하청 중소기업들에 그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3일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가 지난 9월18∼26일까지 인천지역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104곳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대·중소기업 납품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업체의 절반 가량인 46.2%가 올 1∼8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했다.영업이익률은 전체의 75%가 평균 20.9% 줄었다.
  
  영업이익률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대다수가 '원자재 가격인상분의 납품단가(제품단가) 미반영'(92.3%)을 꼽았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상승에 연동한 납품단가 인상 제도화'(82.7%)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반대하고 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동제 도입으로 대기업이 구매선을 중국.동남아 등으로 전환해 오히려 중소기업에 좋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납품단가 문제를 아예 넣지 않았다가 유가 폭등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극도로 어려워지자 8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하청기업의 권력관계를 볼 때 납품단가 협의를 의무화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 지주회사 관련 규제 완화 등 재벌들의 요구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산분리 완화 정책도 재벌들이 은행을 사금고화해서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구조적인 문제에는 눈 감고 당장 은행과 대기업에 '호통'치는 것만으로는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구조적인 문제는 무시한 채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며 대기업과 은행에게 중소기업 봐주기를 당부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은 대기업에 치이고 정부한테도 별반 기대할 것이 없는 중소기업인들에게 허탈감만 들게 할 뿐"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그토록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고 중소기업 살리기가 중요한 정책목표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현재 추진 중인 대기업 관련 규제 완화정책을 철회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수단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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