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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꿈', 한국 경제에도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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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꿈', 한국 경제에도 희망일까?

[왜 삼성은 프레시안을 겨냥했나 ②] 이재용과 삼성

"왜 유독 삼성은 언론에 민감할까?"

굳이 삼성전자가 <프레시안>을 상대로 소송을 건 최근 사례가 아니더라도, 삼성이 언론 보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영진에 대한 강한 로비를 통해 인쇄소에서 기사를 삭제한 <시사저널> 사태, <한겨레>·<경향신문>에 대한 광고 중단 등 삼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는 흔하다.

"1등 기업이니까. 아무래도 외부 시선에 신경이 많이 쓰이겠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해 보인다. 다른 재벌이 재계 순위에서 삼성보다 앞서 있던 시절과 비교해도, 삼성의 언론에 대한 대응은 좀 유별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에서 재계 순위 1위를 차지하는 기업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삼성 내부자가 아닌 이상, 앞서의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놓는 것은 무리다. 다만 총수의 권위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기업 문화와 관계가 있으리라는 짐작은 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의 규모가 커지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건희 회장 일가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으로 이들 계열사를 장악하기에 무리가 생겼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총수의 권위는 여전히 막강한데, 이런 지배체제를 지탱하는 토대는 불안정한 상황. 이런 불안한 상황이 삼성에 불리한 보도에 대한 민감한 반응으로 이어져 왔다는 해석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아들 이재용 씨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줘도, 이런 불안정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삼성의 태도 역시 크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최근 출간된 <삼성왕국의 게릴라들>(프레시안북 펴냄)에 실린 원고 일부를 수정해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 받게될 이재용 씨 앞에 놓인 쟁점들을 정리했다. <편집자>

이명박 대통령을 'MB'라고 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직까지는 조금 어색한 표현이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를 각각 DJ, YS, JP라고 부르는 것은 익숙하다.

JP와 JY…"이름을 그냥 부르는 게 불경스러워서"

이처럼 정치인을 이니셜(영문 이름의 첫 글자)로 부르는 관행은 김종필 전 총리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김종필 씨는 권력의 2인자였다. 당시 대개의 공직자들은 사석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깍듯하게 '각하'라고 불렀다. 하지만 편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2인자인 김종필에 대해서까지 깍듯하게 존대하는 것은 좀 어색했다. 그렇다고 아예 하대하는 표현을 쓰기도 좀 불안했다. 술자리에서 실수로 내뱉은 말 때문에 정보기관에 끌려가 곤욕을 당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래서 김종필 씨를 'JP'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명이 있다. 이런 설명대로라면, 권력자를 영문 이니셜로 칭하는 관행은 사람 이름조차 함부로 부르기 힘들었던 독재의 역사가 남긴 흔적인 셈이다.

권력자에 대해 감히 이름조차 함부로 입에 올리기 힘들었던 시절은 오래 전에 지나갔다. 이명박 대통령을 'MB'라고 부르는 것은 그저 관행을 따른 것일 뿐이다. 사석에서 이 대통령을 하대하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아차' 하며 입을 틀어막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을 영문 이니셜로 부르는 관행에 담긴 역사성은 정치권에서는 이제 다 씻겨 나간 셈이다. 하지만 재벌 가문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다르다. 박정희 정권 시절, 김종필 씨를 'JP'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전히 통한다. 삼성에서도 그렇다.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를 삼성 관계자들은 종종 'JY'라고 부른다. 삼성 고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도 이건희 회장을 '회장님'이라며 깍듯이 존대한다.

그런데 아무리 총수 절대 지배 체제 속에 있는 그들이라지만, 내세울만한 경력도 없고 아직 젊은 이재용 씨에게까지 깍듯하게 존대하긴 좀 민망스럽다. 그래도 아예 하대하는 표현을 쓰자니, 왠지 불경스런 느낌이다. 그래서 'JY'라고 부른다는 설명이 있다. 박정희 정권에서 'JP'라는 호칭이 생긴 유래와 거의 같다.

이재용 씨의 경영권 승계, 법적 장애물은 없다
▲ 이재용 씨가 꿈꾸는 삼성의 미래는 과연 한국 경제에도 희망일까? ⓒ연합뉴스

그런데 삼성 고위 관계자들이 이름조차 함부로 부르지 못하는 존재인 이재용 씨도 삼성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 직원들이 그의 이름을 편안하게 부를 날이 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다양한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된다고 해도 그렇다. 이재용 씨가 삼성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는 법적인 장애물은 아직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된 뒤 전개될 법적 공방과 재판이 설령 이재용 씨에게 불리하게 전개된다고 해도, 이재용 씨의 경영권 승계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이 씨에게 민·형사 상 책임을 물리는 것은 가능할 수 있어도,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빼앗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은 금산법을 왜 어겼나?"

그렇다면 "이재용 씨가 이끄는 삼성은 어디로 향할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이재용 씨가 경영권을 이어받는 과정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얼핏 들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영권을 이어받는 것과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삼성은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금산분리 원칙)을 담은 '금융산업 구조개선법'(금산법)을 위반한 상태다. 그리고 이런 상태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삼성 수뇌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삼성의 미래상은 크게 엇갈린다.

우선 "삼성은 금산법을 왜 어겼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자. 삼성에는 전직 판·검사 출신을 비롯한 법률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삼성이 실수로 법을 어겼을 가능성은 낮다. 삼성이 금산법을 어긴 데는 피치 못할 사연이 있다.

삼성전자, 이건희가 장악하기엔 너무 큰 기업 됐다

이건희 회장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의 총 지분은 4.5%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부자이지만, 세계 기준으로는 100위권 밖이다. 이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으로는 소니, 인텔 등과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전자를 장악할 수 없다. 이미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자금으로 장악하기에는 너무 큰 기업이 됐다.

하지만 이 회장은 미미한 지분율로라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삼성이 동원한 방법이 '순환출자'에 의한 지배다. 그 방법을 설명하면 이렇다.

이재용 씨는 지난 1996년 12월,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 에버랜드 경영진이 CB(전환사채)를 헐값에 넘겼다. 법원은 이에 대해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 씨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판결했다. 허 씨와 박 씨는 현재 수감된 상태다.

그리고 2년 뒤인 1998년 12월,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299만5200주를 취득했다. 같은 날 이재용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도 삼성생명 주식 344만 주를 전격 매입했다. 삼성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이날 거래로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10%에서 26%로,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은 2.25%에서 20.67%로 증가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배 주주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삼성카드의 지배주주,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배주주다.

이로써 이건희 씨가 지배주주인 삼성 에버랜드에서 출발하는 지배구조는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를 거쳐 다시 한 바퀴 도는 형태를 띠게 됐다. '이재용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완성된 셈.

삼성에버랜드는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가 됐고, 삼성에버랜드 최대 주주인 이재용 씨는 삼성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금산분리, 삼성 순환지배구조의 장애물

물론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넉넉했다면, 이런 편법을 굳이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순환구조에서 문제가 되는 게 금산분리 관련 법령들이다.

현행 금산법 24조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소유하고 동일계열 금융기관 또는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속하는 기업집단이 당해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현재 금융회사인 삼성카드는 비금융회사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가운데 25.6%를 보유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은 비금융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7.3% 보유하고 있다. 금산법 위반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가운데 20.6%,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2.3%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삼성에버랜드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순환출자구조의 고리는 위태로워진다. 삼성이 여러 경로를 통해 "금산분리 완화" 여론을 조성하고,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하는 것도 그래서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금산분리 완화' 입장을 취했다. 이런 입장이 구체화돼서 금융회사가 차지할 수 있는 비금융회사 지분의 비율이 높아진다면, 현재 형성돼 있는 삼성의 순환출자구조는 계속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씨는 삼성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수 있다.

전자냐? 금융이냐?

반면 삼성의 기형적 지배구조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져 새로운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하게 유지한다면, 삼성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 그룹으로 재편하느냐, 삼성전자 중심의 제조업 그룹으로 재편하느냐의 갈림길이다.

금융 그룹의 길을 택한다면, 이건희 일가는 삼성전자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는 지배주주 없이 소유과 경영이 분리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포스코가 이런 경우다.

제조업 그룹의 길을 택한다면, 금융을 통해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어진다. 대신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건희 일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 계열사들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갖고 경영하게 된다. 제조업 계열사가 더 큰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삼성의 다른 계열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은 줄어든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기존 주주들에게는 이익이다. 또 이들 회사 직원들의 급여 수준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대신 시장 상황이 나빠지거나, 정부와 마찰이 생겼을 때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진다.

천천히 '금융화' 하는 길…'잭 웰치' 모델

하지만 이건희 일가 입장에서는 이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못마땅할 수 있다. 어느 쪽이건 썩 마음에 들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잭 웰치 모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GE(제너럴 일렉트릭) 전(前) 회장인 잭 웰치의 모델을 따르려 한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순환출자구조를 통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일단락된 지난 2002년, 이재용 씨가 잭 웰치 식 경영 기법을 배우기 위해 GE의 '잭 웰치 리더십 개발센터'(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은 것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삼성이 '잭 웰치 모델'에 관심이 있다는 정황은 흔했다. 이건희 회장이 2007년 초, 이재용 씨를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CCO(Chief Customer Officer, 최고 고객 책임자)라는 직책을 맡긴 것이 한 예다. 잭 웰치 전 GE회장의 뒤를 이은 제프리 이멜트 현 GE회장이 취임 직전까지 CCO 직을 맡았었다.

잭 웰치 회장은 생산과 연구개발 조직을 대폭 줄이면서, 주식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 비중은 최소화하고, 금융 부문의 비중을 크게 높이자 주주들은 환영했다. 대신 13만 여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해고됐다. 또 벨연구소 등과 어깨를 견주며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던 GE의 연구개발조직은 미국 내 13위 수준으로 추락했다.

'노조와 대화하는 법' 못 배운 삼성, 제조업체 경영의 걸림돌

이재용 씨가 이끄는 삼성이 장기적 방향으로 금융 그룹을 택한다면, 이런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 왔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많은 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제조업체 경영을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노동자와의 갈등을 풀어내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민주화된 사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노조가 없는 삼성은 이런 문화를 익힐 기회가 없었다. 노조 결성 움직임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삼성은 그때마다 효과적으로 무마해 왔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막강한 자금력이 있었다.

만약 자금 위기와 노조 결성 움직임이 함께 맞물린다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이런 위기는 제조업 부문에서 더 치명적이다.

게다가 삼성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만약 특정 국가에서는 노조를 허용하고, 국내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노조와 협상하는 노하우를 조직적으로 익히지 못한 까닭에 해외에서 노사갈등이 빚어질 경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판단을 하지 않을 리 없는 삼성이 제조업보다 금융에 치중하는 '잭 웰치 모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기획통' 물러난 삼성, 제조업 기득권 포기 못해

하지만 제조업 전통이 강한 삼성이 금융 그룹으로 거듭나는 게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게다가 이미 숙성기에 접어들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를 이건희 일가가 포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세계적으로도 수준을 인정받으며 상당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제조업을 접고, 상대적으로 노하우가 덜 축적된 금융 부문을 개척하는 것은 큰 모험이다.

그리고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문화를 갖고 있는 삼성이 이런 모험을 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 사업 진출에 실패한 이후, 그렇지 않아도 보수적인 편이었던 삼성 내부에는 모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기획 전문가'들이 '실세'의 자리에서 대거 물러나고, 위험을 무릅쓰기보다 '현 상태에서의 안정과 효율'을 추구하기 마련인 '관리 전문가', '재무 전문가'들이 꾸준히 중용돼 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소위 '이학수 사단'으로 불리는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의 약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삼성에게는 제조업에서 확보한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잭 웰치 모델'로 부를 수 있는 '금융화'의 길을 걷는 게 가장 매력적인 선택이다.

이재용의 꿈은 한국 경제의 악몽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이 결국 택할 방법은 적극적인 로비와 여론 조성을 통해 금산법 규정을 완화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제조업과 금융 가운데 어느 하나도 선선히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제조업을 통해 현금을 거둬들이고, 그 돈으로 금융 부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그래서 종국에는 금융을 지배하여 경제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목표가 달성될 경우, 삼성을 지배하는 이건희 일가는 제조업 부문의 경기 변화와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건희 일가에게는 꿈만 같은 미래상이지만, 국민 경제 전체로서는 어두운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잭 웰치에 의해 해고된 13만 명의 GE 생산직 노동자들, 하루아침에 위상이 추락해버린 GE 소속 과학자들의 현재 모습이 많은 삼성 직원의 미래상이 될 수 있기 때문.

물론 이재용 씨가 이끌 삼성의 미래상이 어떤 것일지를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핵심 변수인 금산분리 완화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를 공약했다. 공약대로라면 '이건희 일가의 꿈'은 별 장애물 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삼성 특검 등 다른 변수도 남았다. 삼성의 미래를 결정짓는 금산분리 문제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끝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관심을 늦출 수 없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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