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소주 한 병 들고, 찾아 오십시오"라는 제목의 알림 기사가 게재된 뒤, 다양한 사연을 담은 메일이 담당기자(mendrami@pressian.com)에게 쏟아졌다. 대부분 야근에 지친 직장인의 애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메일에 담긴 내용 가운데 자주 나온 것들을 유형 별로 정리했다. <편집자>
퇴근 시간, 제발 예측 가능했으면…
요즘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출산율이 너무 낮아서 훗날 노동력 부족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왜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까.
여러 이유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역시 '육아' 문제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유아기에 아이와 함께 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부부는 맞벌이를 한다. 그런데 부모 모두 퇴근 시간이 너무 늦다. 그나마 퇴근 시간이 일정하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맡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메일을 보낸 독자들은 대부분 "퇴근 시간이 불규칙하고,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 힘들다. 또 과장급 이상의 관리직 회사원은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보통 토요일은 쉰다. 역시 대책이 없다. 상습적인 야근 문화, 지나치게 잦은 회식 등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부하 직원은 '운짱'이 아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임원급의 경조사는 아예 회사 업무의 연장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그룹사 임원이나 거래처에서 방문하는 게 관행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가서 '도우미' 노릇을 한다. 한 독자는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 "임원 아들이 결혼하는데 회사 직원이 가서 '도우미' 역할을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한 독자는 "회사에 비공식적인 '운짱'이 있다"고 적었다. 상사가 부하직원 중 한 사람을 정해서 운전을 시키는 것. 이 독자는 "처음에는 공식적인 일정만 맡기지만, 차츰 퇴근시간 후 사적인 곳을 갈때도 운전을 시키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우리 부장은 '기러기 아빠'"…부하 직원까지 같이 고생
요즘 대기업 간부 중에 소위 '기러기 아빠'가 많다. 굳이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직급이 올라갈수록 아이에게 손이 덜 간다. 그러니까 일이 없어도 퇴근을 늦게 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런데 이렇게 직급이 높은 직원이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것을 당연시하면, 자연스레 젊은 직원의 퇴근 시간도 늦춰진다. 결국 젊은 직원의 사적인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기러기 아빠'인 상사 만나면, 젊은 직원의 가정 생활까지 흔들리는 셈이다.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을 어색해 하지 않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퇴근하며 일 시키는 상사
윗 사람이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사는 저녁 7시쯤 퇴근하면서 부하 직원에게 일을 맡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할 때까지 결과를 내놓으라고 주문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낮 시간에는 잊고 있다가, 퇴근할 무렵이 돼서야 지시할 내용이 생각났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가 상습적이면, 부하 직원은 매일 야근해야 한다. 심지어 낮에는 할 일이 없어서 눈치만 보며 시간을 보내다, 저녁 시간에야 업무 지시를 받고 실제 일은 밤에 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근무지 변경
한국 기업의 활동 반경이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면서, 해외 근무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런데 근무지를 배정할 때, 개인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정상 근무지를 옮기기 어렵다고 대답하면, "애사심이 없다"는 반응이 튀어 나온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내가 거둔 성과가 어느새 상사의 공으로
몇몇 독자는 자신의 성과를 가로챈 상사에 대해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만, 이런 불만을 도저히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 한 독자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다른 사람이 챙기는 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독자는 "이처럼 성과를 낸 사람과 보상을 챙기는 사람이 분리된 구조가 '줄 서기' 문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성과와 보상이 어긋나는 상황에서는 '줄'만 잘 서면 뚜렷한 성과가 없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상사
한 독자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정말 듣기 싫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의 불합리한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 이 독자는 "작은 가게라도 차릴 자금만 마련하면, 미련 없이 직장 생활을 접겠다"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 너무 이상해요"
또 다른 독자는 '외국인 동료가 한국 회사에 와서 놀란 것, 세 가지'라는 내용을 메일에 담아 보냈다. 내용은 이렇다.
첫째, 명함에 개인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는 것.
둘째, 업무시간 후에 회사사람들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
셋째, 매일 야근하는데 이혼 안 당하는 것.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