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도청테이프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운영 전 안기부 미림팀장과 이를 바탕으로 삼성그룹에 찾아가 공갈협박한 혐의 등으로 역시 구속기소된 재미교포 박인회 씨에 대해 검찰이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 'X파일' 유출 공운영, 박인회 씨에 징역 3년 구형**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장성원 판사의 심리로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 씨는 국정원에서 274개에 이르는 도청 테이프를 유출해 보관하는 등 국정원의 신뢰를 추락케 했고, 수백 명의 정보를 개인적 목적에 이용하려 하는 등 죄질이 중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박인회 씨에 대해서도 "공 씨에게서 받은 테이프를 따로 보관하고 있었고, 이를 개인적 목적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공 씨와 죄질에서 차별성이 없다"고 공 씨와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검찰은 다만 "공 씨는 정권교체기의 안기부 직원에 대한 무차별적 해고에 의해 희생당한 측면이 있고, 박 씨는 결과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얻지 못 했으며, 금품 요구도 우발적이었다는 점을 구형량에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 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은 공소시효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이 아니라 국정원직원법으로 기소했는데, 언론에 유출된 내용이 국가의 안위를 위협할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원직원법 적용은 무리"라고 주장하는 한편 "공 씨는 삼성에 구체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적이 없고, 박 씨에게서 테이프를 회수한 만큼 공갈미수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씨의 변호인도 "박 씨는 국정원 해고 뒤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 씨 등을 돕기 위해 삼성을 찾아간 것이고, 박 씨가 구체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이학수 부회장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사회정의를 위해 테이프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을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철 전 삼성법무팀장 "'박인회 미행' 이학수 부회장에게 들어"**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철 전 삼성법무팀장은 '99년 삼성관련 도청 녹취록을 들고 이학수 부회장을 찾아왔다가 미행을 당했다'는 박인회 씨의 주장에 대해 "박 씨가 이 부회장을 만난 뒤 박지원 전 장관을 찾아간 것은 사실이나 당시 삼성 직원이 박 씨를 미행한 것은 나중에 이학수 부회장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팀장은 또한 "당시 박 씨에게 금전적 동기가 있었던 것 같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삼성으로서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만 말했을 뿐 목적을 상세히 밝히지는 않았다"며 "당시 도청 내용은 샘플 수준에 불과했지만 공개시 엄청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여 보고서를 작성해 이 부회장에게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씨가 '다섯 개'를 요구해 5억 원을 요구하는 줄 알았다"고 구체적 금품 요구액을 제시했음을 주장했었다.
***공운영 "생업에 종사하며 조용히 살려 했는데..."**
공운영 씨는 한편 이날 최후진술에서 "나라 전체에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면서 '국정원에서 해고 당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공 씨는 "인생에서 세 가지 쓰라린 눈물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장교 훈련을 받다가 수료 2개월을 남기고 색맹이라는 이유로 퇴교당해 조상을 원망하며 울었고, 두 번째는 중앙정보부에 공채로 들어가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정권교체 후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쓸쓸하게 국정원을 떠날 때 조직에 대한 원망에 울었다"고 말했다.
공 씨는 특히 "99년 테이프 사건을 마무리 짓고 6년 동안 생업에만 종사해오다 어느날 갑자기 언론에 이번 일이 보도돼 내 자신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러워 울면서 자살을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선고공판은 12월 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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