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이라고 한반도 서울에서는 남북이 모여 축제를 벌이고 통일의 의지를 다졌지만, 아직 진정한 해방을 맞지 못하고 있는 동포들이 있다. 202명의 재일조선인이 거주하고 있는 일본 교토부 우지시 이세다초 우토로 51번지.
정부가 '한입협정' 전문을 공개한 26일 '우토로 국제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철거로 생존 위기에 몰린 우토로 조선인 마을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우토로 징용 재일조선인 마을 대책에 정부도 나서라"**
대책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제 식민지 정책과 전쟁 수행에 의해 형성된 조선인 노동자의 집단합숙소 우토로가 전후보상은커녕 60여 년간 살아 온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며 "우토로 문제는 원래 역사청산, 자국민보호, 최소한의 인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한국정부가 주체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이어 "실제로 나종일 주일한국대사를 비롯한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영사국장과 사무관 등 관계자가 우토로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한국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한 바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아무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본 중앙정부는 물론 교토부, 우지시 등 해당 지자체는 단 한번도 우토로를 방문하거나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본격 모금이 시작된 후 '아름다운 재단' 등 민간단체가 가세하고 시민들의 후원이 이어지며 현재까지 2달 동안 3억여 원이라는 적지 않은 후원금이 모였다. 그러나 우토로 주민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토지 매입비 55억여 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활발한 민간 모금 활동…정부는 모른 체**
이에 대책회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일반시민 혹은 민간단체에 떠맡기는 식으로 우토로 문제의 책임에서 빗겨나가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우리 정부의 역사청산 의지 그리고 자국민에 대한 보호 의지와 능력에 깊은 회의감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대책회의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국무총리,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를 통해 "우선 우토로가 처한 강제철거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우토로 51번지의 현 토지소유주가 제시하고 있는 토지매입비(약 55억)에 대해 한일 민간모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부족분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부족분을 한국정부가 해결할 계획이 있는지, 해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 어떤 방식과 경로를 통해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대책회의는 또한 공개질의서를 통해 "우토로 마을 형성의 역사적 경위와 60여 년간 일본 정부 및 해당 지방자치체의 차별과 배제에 맞서 온 역사를 감안할 때, 토지확보와 더불어 우토로의 역사적 상징성을 보존하고, 자라나는 한국과 일본의 후세들이 언제든지 이곳을 방문, 학습, 교류하며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는 '우토로역사와평화박물관(가칭)'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스 시작>
***우토로 재일조선인 마을, 군사비행장 공사에 끌려 온 징용자들의 마을**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우토로는 1941년 교토군사비행장 건설에 끌려 온 노동자 1300여 명의 집단합숙소였다. 그러나 우토로 토지를 소유하던 군수업체는 패전 후 이 땅을 현재 닛산의 자회사인 닛산차체에 넘겼으며, 닛산차체는 1987년 주민들 몰래 서일본 부동산회사에 우토로 토지를 매각했다.
그 뒤 부동산 회사는 이곳에 고층맨션을 짓기 위해 1989년 교토지법에 주민들을 상대로 토지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일본 고등재판부는 주민들에게 140억 엔을 마련하면 중재할 수 있다는 안을 내놓았지만 주민들에게는 이같이 막대한 자금은 있을 턱이 없었다.
결국 주민들은 패소했고 2000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주민의 강제퇴거를 명령했다. 현재 이 땅의 소유주는 서일본 부동산회사에서 한 일본인 개인 명의로 넘어가 있는 상태로, 우토로 재일동포 65세대 202명은 언제 퇴거 판결이 강제 집행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달 초에는 우토로 문제에 대해 유엔 인권위원회도 관심을 가졌다. 우토로 실태조사에 나선 유엔 인권위 전문조사관 두두 디엔(세네갈) 씨는 "전쟁 목적의 건설사업에 종사시킨 사람들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이곳 우토로에서 차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경제대국 일본에서 이런 빈곤과 배척이 있다니 충격"이라고 말했다. 유엔 인권위는 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뒤 해당 지자체가 토지를 매입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등의 권고안을 유엔 총회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우토로 지역 토지 소유주도 땅을 5억5000만 엔(55억여 원)에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고, 국내에서는 우토로 마을을 돕기 위한 시민들의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만 감감 무소식이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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